엄마에게 안긴 아기
볼 때마다 키가 더 자란 중1 남학생, 유명해지기 전에 미리 사인 하나 좀 부탁한다고 했더니 그 직종과 자신의 적성을 신나게 해설하는 녀석
입술을 너무 빨갛게 칠해서 아무래도 어색하지만 밉지는 않은 중1 여학생
(그 아이가 내 마음에 드는 화장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대학 미술실에서 본 수채화 속 노을
한 번밖에 읽지 못한, 영영 찾지 못할 그 시詩
쓸 곳이 생각나지 않는 주머니 속의 돈
아직 한 번도 입지 않은 옷
블루 라벨의 술 한 병
읽지 못한, 책장 속의 소설
그 커피숍 빈자리
먼 산마루의 아침 안개
열차가 강변을 달릴 때 멀어져 간 구름
젊은 날들
나를 만나기 전 아내의 일들
나이가 이렇게 들기 전의 그날들
내 기억과 함께 사라져 버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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