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미
꽃을 가꾸는 건 좋은 일이고 꽤나 어려운 일입니다.
# 봄
기억하고 싶은 순간, 기억하고 싶은 날이 있었습니다.
그런 순간, 그런 날들은 시간을 따라 가차 없이 밀려가고 있었습니다.
# 여름
그러던 어느 날, 장미 두어 송이가 보였고,
그건 기억하고 싶어 하게 된 그 시간에도 거기에 있었고
그게 여태 남아 있어
그 기억들을 되살려주고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제 기억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것들을 기억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
# 가을
그 두어 송이는 가을에도 남아 있어서
그게 그렇게 있어주는 동안에는 많이 쓸쓸하지는 않았습니다.
# 겨울
마침내 겨울이 왔고……
헤아릴 수 없는 겨울들이 메모해 둘 겨를도 없이 지나가는 동안
한두 송이 장미는 기억이 되어
시들지도 않고 피어 있었습니다.
# 장미네 집
세월은 그렇게 가는 것 같다고,
그걸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기찻길 옆 '장미네 집' 누군가가 꽃을 가꾸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