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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

「사랑하는 남녀의 부조」

by 답설재 2016. 3. 23.






「사랑하는 남녀의 부조」

대영박물관전





사랑하는 남녀의 부조

Relief showing a loving couple

중부 인도

10세기

사암(砂巖)

54×46





  P 시인은 스마트폰에 담아 놓은 이 사진을 보여주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남녀가 각각 무엇을 만지고 있는지 보세요."


  이미 어디서 본 사진 같았습니다. '미술 교과서? 그럴 리 없고……'

  기시감(旣視感) 때문일 것 같았습니다.

  그렇거나 말거나 이미 본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다음, 인도에는 이것보다 더 적나라한 것이 많지 않으냐며 가 본 적도 없는 나라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또, 박물관에서는 사진 촬영을 금하는데 어떻게 찍었느냐고 다그쳤더니 이것 한 가지만 몰래 찍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렇게 해놓고는 나도 이렇게 했습니다.

  이 사진은 도록의 사진을 펴놓고 찍은 것입니다. 지키는 사람들 몰래 허둥지둥 실물을 찍기보다는 차라리 더 낫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해놓고는 지금 P 시인 몰래 실컷 들여다보았습니다. 물론 실물도 자세히 봤습니다. ㅎㅎ

  전시장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 아주 수두룩했지만 금세 거의 다 잊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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