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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

by 답설재 2015. 12. 30.

 

 

 

 

 

 


 

              풍설야귀인風雪夜歸人*


                                                      정재학

 


바람 소리가 백색의 글자들로 내리는 밤

 

한쪽 눈이 먼 화가의

 

눈보라로 지어진 집으로 가자

 

목쉰 개 짖는 소리 들리고

 

나귀도 없이 터벅터벅

 

푸너리 같은 바람을 지나

 

거무장단 같은 눈발을 뚫고

 

바람의 반사음과 묵향이

 

경계 없이 흔들리며 번지는 밤

 

 

 

 

* 조선 후기의 화가 최북(崔北, 1712-사망년도 미상)이 당唐 시인 유장경이 쓴 「봉설숙부용산逢雪宿芙蓉山」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 한 권력자가 최북에게 협박을 하여 그의 그림을 얻어내려 하자 그에게 그림을 주지 않겠다는 거부와 분노의 뜻으로 송곳으로 한쪽 눈을 찔러 실명이 되었다는 일화가 전한다. 어느 겨울 며칠을 굶다 그림을 팔아 술을 마시고 성곽 아래 삼장설三丈雪에 쓰러진 채 동사하였다.

 

 

―――――――――――――――――――――――――――――――――――

정재학  1974년 서울 출생. 1996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광대 소녀의 거꾸로 도는 지구』 『모음들이 쏟아진다』.

 

 

 

『현대문학』 2015년 10월호, 180~181쪽.

 

 

 

 

 

 

 

  눈 내린 밤입니다.

  그곳에도 눈이 왔습니까?

  "눈" 하면, 아무도 보이지 않는, 다만 먼 숲과, 그 숲 위로 바람을 타고 비껴 내리는 눈발 속의 어둑어둑한 시골 마을이 떠오릅니다.

  혹 한 눈 먼 저 화가가 살다가 갔을지도 모르는 그 시골 마을……

 

 

 

 

 

 

 

  푸너리, 푸너리장단

  ① [민속] 경상도,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굿에 쓰이는 장단의 하나

  ② 각 굿의 첫머리에 타악기만으로 연주하며 무당이 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나서 무가(巫歌)를 부른다.

 

  거무장단 → 그므장단

  ① [민속] 동해안 지방의 굿에서 사용되는 장단의 하나

  ② 무당이 신을 놀리기 위하여 추는 춤인 그므춤의 반주에 쓰이는 장단이다.

                                                                                                              (DAUM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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