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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사라져 가는 것들

by 답설재 2015. 5. 8.

 

카네이션을 달고 다니는 모습이 드물게 되었습니다.

 

다른 나라에 가서 살고 있는 분이 "엄마 날"에 "파트타임 들어간다"고 써보낸 걸 보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도 그냥 어머니 날로 두었더라면 차라리 나았을 걸…… 어머니들이라도 하루 대접 좀 받을 수 있을 텐데……'

구태여 '어버이 날'로 바꿀 때의 그 쑥스러움도 새삼스레 떠올랐습니다. 누군가 "어머니 날만 정해 놓으면, 아버지들은 어떻게 하나? 남자들만 손해를 보라는 말이냐?"고 대어들었던 것일까요? 그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래, 이제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되어버려 속이 시원합니까?" 하고 좀 따져보면 '속이라도 시원하겠습니다'.

 

 

 

전철을 타고 오는 동안 다 살펴봐도 카네이션을 단 노인은 딱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그분은 나처럼 저승꽃이 많이 피었고, 거무티티한 얼굴에 세월이 오고간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6·25 참전용사일까요? 훈장(약장)도 달고 있었는데, 그 카네이션을 하염없이 내려다보고 있었고, 측은했습니다.

 

 

 

전철 적자 경영의 주 요인은 고령화이고, 경영 개선으로는 역부족이므로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하필 오늘 전철을 타고 오며 그 '호소'를 읽게 되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나 같은 사람까지 덩달아 노인이 되었으니…… 감당을 할 수가 없겠지요.

 

뒤에 선 젊은이가 내 어깨나 등에 손을 얹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봅니다. 한 명이 그렇게 하다가 내리니까 또 다른 젊은이가 그렇게 했습니다. 오늘은 괜찮았습니다. 마음이 편했습니다.

무언가 나에게 남은 게 있다면 다 주고 싶어졌습니다. 나에게 남은 게 뭔지 내가 모르겠으니까 젊은이들이 나를 샅샅이 들여다보고 남은 게 있거든 다 가져가면 좋겠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우대용 교통카드(G-PASS)'를 쓰는 걸 보여주기 싫어서 계단을 천천히 올라왔습니다.

 

― '부양료 소송' 해마다 급증

― 독거노인 137만 명… "어버이날 더 쓸쓸", 전체 노인의 20%

― '육아휴직 아빠' 48% 늘어

어느 신문 12면에 나란히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어쭙잖은 글을 보고 화가 나서 "그럼(그러니까), 죽어버려라!"고 할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어 댓글 쓸 난을 두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