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큰 병에 걸린 사람이 산 속에 들어가 살며 그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 자신이나 친지의 병이 아닌데도 저 산이 고마워진다.
그렇지만 "몸살을 앓는다" 그 정도의 표현으로 될까 싶고, 어릴 때 그 바지저고리 이곳저곳에 숨어서 내 몸을 갉아 먹던 그 허연 이 혹은 머리통에 번지던 그 버짐 생각이 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많다. 요즘은 TV에서 그런 사람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자주 볼 수 있다. 아주 작정하고 뒤집어 엎어버리자고 작정한 방송 아닌가 싶어질 때도 있다.
어떤 사람들인지 다음 중에서 골라볼까? "한 명만 고르면 되나?" "○×로 하면 되나?" "있는 대로 다 고르기냐?" …………
제발 한국의 초중등학교 학생들처럼 사람 난처하게 그렇게 묻지 말자. 없으면 고르지 않아도 된다. 또 대답을 하지 않아도 된다. 힌트가 있다. 그 모습을 보면 괜히 나 자신이 미안해지게 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다만, 이 예시에는 괜히 질시를 받는 그런 사람도 포함되어 있다. 결코 욕을 먹을 대상은 아니지만 답지를 구성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이다.
① 산에 오를 때마다 뭔가 좀 얻어가지고 내려가려고 살피는 사람
② 한손에 스틱을 들고 어슬렁어슬렁 흡사 '파란편지'를 쓰는 그 사람처럼 뭐 하려고 왔는지도 모르도록 하염없이 오르내리는 사람
③ 두 손에 스틱을 들고 배낭을 멘 채 "쉭! 쉭!" 소리가 날 것처럼 아주 열심히 오르내리는 사람
④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을 힐끔거리며 무슨 열매, 무슨 여린 싹을 따는 사람
⑤ 아들딸, 남편(아내)과 함께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오르내리는 사람
⑥ 주변 경치 같은 건 아무리 아름다워도 조금도 관심을 갖지 않고 연인인지 배우자인지 죽고 못 살 것처럼 굴며 오르내리는 사람
⑦ 부모인듯한 노인을 데리고 운동을 시키려고 오는 사람
⑧ 무슨 재주가 있는지, 그 깊은 산 속에 아담한 집을 짓고 그림처럼 살아가는 사람
⑨ ⑩ ⑪ ⑫…………(재미있으면 혼자서 예를 더 들어도 괜찮을 것이다.)
휴일에 우리 아파트 앞 도로는 주차장이 된다. 그 '주차장'의 차들은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미안하다. 이렇게 써서. 누구 때문에 미안한지, 누구에게 미안한지, 그건 묻지 않기. 괜히 사람 난처하다. 느낌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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