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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책만 읽으면 뭐가 나오냐?(Ⅱ)

by 답설재 2013. 9. 13.

 

 

 

 

 

 

"책만 읽으면 뭐가 나온다냐?"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지는 않습니다. 좀 멀리 살고 있지만 ――'가까이 살면 가끔 만나 차라도 한잔 하며 지낼 텐데……'―― 프랑스의 샤를 단치라는 작가입니다.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1

 

독서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되는 심각한 행위다. 심지어 나는 책을 읽는 이유가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이들, 정말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언제나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내겐 늘 충격적이었다.

 

통쾌하기까지 한 것은, 이 작가는 이렇게 써놓고, 자신은 어린 시절부터 깨달음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는지 늘 책에 파묻혀 살았으며, 그런 그가 이상해 보였던지 사람들은 자신을 서슴지 않고 비난했고, 특이한 그의 취향을 대놓고 조롱하더라는 이야기도 썼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그들을 조롱하는 말로써 앙갚음을 했습니다.

 

그러고보면 나의 옛날 친구들은 굉장히 용감한 사람들이다. 나를 위해 종종 자기 자신을 기만했으니 말이다.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독일에도 있습니다. 몰락한 귀족 알렉산더 폰 쇤브르크(44) 백작입니다.

 

그는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이라는 책도 냈답니다. "자원 고갈의 시대, 대량 해고가 사회 조류가 되는 경제 불황의 시대에, 가난을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규정하고 가난과 함께 우아하게 생존해야 한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가난, 즐겨라!" 그 책의 내용이랍니다.2

 

그런데 그 책이 많이 팔려서 돈을 왕창 벌고 있다니, 그를 보면 가난해지는 것도 부자가 되는 것도 다 팔자소관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만약 미래에 무얼 가진다면, 난 행복해질 수 있어'란 말이다. 완전히 쓰레기 같은 말이다. 만족이라는 것은 '현재'에만 일어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언젠가 미래엔 행복할 거야'라고 한다면 당신은 영원히 말족할 수 없다."

 

"당신이 말하는 부자의 기준은 무언가?" "아주 간단하다. 네가 가진 것보다 덜 원하면 부자이고, 네가 가진 것보다 더 원하면 가난하다."

 

그는 '결핍 교육'의 중요성도 이야기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절약정신이 투철하다는 독일이나 우리나 한심한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아 고소를 금할 수 없습니다.

 

"요즘 부모들은 아무리 돈이 없어도 자녀에게만큼은 뭐든지 다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 다 받은 아이는 무엇이든 갖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전혀 억제할 줄을 모른다. 스스로를 조절하고 자기 중심을 세워야 하는 법부터 가르쳐야 한다."

 

 

 

 

내 친구 얘기만 하니까 이상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돈을 무엇보다 좋아할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을 전문으로 한 적이 있는 어느 교수의 얘기를 덧붙입니다.

 

대한항공에서 16년간 스튜어디스로 일하며 지구 300바퀴 거리만큼의 하늘길에서 '걸어다니는 서비스 교재'라 불려도 될 만큼 많은 일화를 남긴 여성, 현장 승무원으론 유일하게 항공사 서비스 매뉴얼 개정에 참여했고 신입 스튜어디스 강사로 10년 넘게 활약했으며 '역대 최연소 VVIP 전용기 사무장'을 지낸 부천대학교 항공서비스과 김모란(37) 교수 인터뷰 기사에서 이런 문답을 봤습니다.3

 

― 재벌 총수들을 보면서 '아 저 자리를 지킬 만하구나' 하고 생각한 적 있나요?

"그럼요. 그분들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독서예요. 처음엔 다들 주무실 걸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예외 없이 책을 읽으시더라고요. 식사하고 한두 시간 정도 눈을 붙이신 뒤엔 일어나 스탠드를 켜요. 특히 연로한 회장님 한 분은 돋보기를 끼고 책을 읽는데, 그 모습을 보면 감동적이죠. 굉장히 집중해서 읽으세요. 밑줄을 그어가면서 메모지에 열심히 메모를 하면서요. '아, 저분은 저렇게까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책 말고 신문도 아주 꼼꼼히 읽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로 '알아보라'고 지시를 하죠. 책을 읽는 건 젊은 회장님들도 마찬가지였어요. 그 모습에 자극을 엄청 받았어요. 책을 많이 읽게 됐죠."

 

 

 

 

내 친구 샤를 단치는 이렇게 썼습니다.4

 

독서는 실용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들에게는 어리석은 짓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독서를 멈추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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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샤를 단치 지음, 임명주 옮김, 『왜 책을 읽는가』(이루, 2013), 103.

2. 조선일보, 2013.8.31, 토일섹션 WHY? B1~2, 한때 하층민 전락한 '독일 백작 저널리스트'...가난에 대처하는 법 화제.

3. 조선일보, 2013.9.7, B4~5, 토일섹션 Why? ['역대 최연소 VVIP 전용機 사무장 맡았던 김모란 부천대 항공서비스과 교수에게 들어보니]

4. 샤를 단치, 위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