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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재미있는 1인 1병 이상!

by 답설재 2013. 9. 9.

 

 

  

 

 

 

"술 1인 1병 이상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저는 술을 마시지 않게 되었지만 ――아, 그리운 그날들!―― 그래도 저 해장국집에만 가면 안내문을 쳐다보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을까?'

 

수학 교과서를 보면, '이상(以上)'이란 그 수를 포함하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2이상'이면 2가 포함되고, '3이상'이면 3이 포함되며, '19세 이상'이면 19세도 포함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1인 1병 이상'이면 1병도 포함되고, "1인당 1병 이상'은 판매하지 않겠다"고 하면 결국 "한 병도 판매하지 않겠다", "한 병도 마실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오는 것 아닙니까?

"술 1인 1병 이상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 "우리 가게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습니다."

손님들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하겠습니까? 아예 팔지 않겠다고 하지 뭐 하려고 "1인 1병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고 애매한 안내문을 써 붙였느냐, 누구 약을 올리려고 일부러 그랬느냐고 항의를 할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제가 그 가게에 갈 때마다 술을 마시는 테이블을 관찰해보면 거의 대부분 1인 1병이어서 두 사람이면 두 병, 세 사람이면 세 병 정도였습니다.

다 말놀음이지요. 누가 저 말의 뜻을 모르겠습니까? 제가 한번 꼬투리를 잡아본 것입니다. 

아마 그 가게 사장님도 다 알고 저렇게 써 붙인 것 아닌가 싶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만약 그 사장님께서 초등학교 수학책에도 다 나온다면서 다음과 같이 써 붙이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술 1인 2병 이상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저 가게를 드나드는 손님들도 거의 모두 초등학교는 졸업했고, 수학 시간에 아무리 졸았다고 하더라도 '1인 1병 이상', '1인 2병 이상'이 과연 몇 병인지는 다 알면서도, 술을 더 마시고 싶으면 생떼를 쓸 것이 분명할 것 같습니다.

"아니, 이보세요, 사장님! 사장님께서 '1인 2병'이라고 분명히 써 붙여 놓고는 딴소리를 하면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그럴 때 우리가 그 가게 사장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아니, 이 손님이 참! 그래, 저기에 '이상'이라고 분명히 덧붙여 놓은 게 안 보입니까? 손님이 다닌 그 초등학교에서도 '이상'이란 말을 가르쳤다면 손님은 초등 수학 시간에 내내 졸기만 하셨습니까?"

 

이러면 그 꼴이 얼마나 우습겠습니까?

괜히 '이상'이란 말을 엄격히 적용해서 말썽이 일기 일쑤이고, 그러면 종업원들은 또 얼마나 수군거리겠습니까?

"우리 사장님은 괜히 아는 척해 가지고 술을 마시고 싶은 손님만 오면 저 안내문 가지고 시비가 붙어서 어디 접대를 제대로 할 수가 있어야지 원…… 이건 뭐 해장국집이 아니라 허구한 날 저 문제로 왈가왈부하니 초등학교 수학 시간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떠들어대지는 않을 텐데……"

 

 

 

 

그러니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말하자면 결론입니다. 이 결론은 나라에서 음식점에 써붙이는 안내문에 대한 법규를 세세하게 정해서 '이상' '이하'에 대한 내용까지 정하기 전에 적용하면 괜찮을 결론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1. 초등학교 수학 시간에는 '동요하지 말고' 지금까지 가르치고 배운 대로 한다. 왜냐하면 '이상' '이하'에 대한 개념을 바꾸는 것은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바꾸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혼란을 초해할 것 같고, 전 세계 수학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일이므로 영원히 불가능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2. 음식점에서는 술을 손님 1인당 1병으로 제한하고 싶을 때는 지금처럼 "1인 1병 이상은 판매하지 않는다"고 써 붙여도 좋다. 그렇게 하기 싫은 가게에서는 좀 삭막한 느낌을 주더라도 아예 "1인당 1병만 판매한다"고 써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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