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가을엽서
저 하늘 좀 보십시오, 내 참……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실없는 사람처럼 저러면 되겠습니까? 아무리……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아니 며칠 전이라고 할 것도 없지요, 저 땀내 나는 옷 좀 보십시오. 그래 놓고는 시치미떼듯…… 나 참……
어제저녁에는 '긴 바지로 갈아입을까? 그러면 아내가 뭐라고 할까?' 그런 생각도 했었고, 혼자 살며시 창문을 닫기도 했다니까요?
이럴 거면, 내년 여름에는 절대로 호들갑을 떨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우선 저 풀벌레에게 미안합니다. 저것들이 내가 이러는 줄 알면 뭐라고 중얼거리겠습니까. "당신은 더 살지 모르지만, 영영 사라져 가야 하는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이냐?" 대놓고 그러면 뭐라고 대답하겠습니까.
며칠 전까지 떠들썩하던 곳들도 모두 사라지고 밖에 나가봐야 아무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이 적막해서 더욱 서글퍼집니다.
내년 여름에는 "봄가을은 있어도 '있는 둥 마는 둥'이라면, 나는 여름보다는 차라리 겨울이 좋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는 하고 싶더라도 참고 좀 느긋한 마음으로 지내겠습니다. 금방 금방 바뀔 생각을 말한다는 게 우습지 않습니까?
한두 해 살아본 것도 아닌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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