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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아름다운 시인들

by 답설재 2013. 9. 2.

 

 

 

 

 

아름다운 시인들

 

 

 

 

 

 

 

 

 

 

 

 

  Ⅰ

 

 

  해마다 열리는 전시회입니다.

  무슨 문학 동호회가 있는 것 같고, 역장님이 우두머리인 듯합니다. 구석진 자리에 그 역장님의 작품도 한 편 걸린 걸 봤습니다.

 

  전에는 이런 걸 보면 '쓸데없는 짓거리는 집어치워야 한다!'고 업신여겼습니다.

  '옛날식 연애편지 같은, 허접쓰레기 같은 글로 무슨 시화전인가!', 오히려 사회를 어지럽히는 한심한 일로 여겼습니다.

  여고 시절에나 할 법한 일들을 그 나이가 되도록 하고 있는 게 어이없기도 했고, '세상 참 좋지. 저런 사람들이 껍쩍대도 누구 하나 나서서 쓸어버리지 않으니……' 하고 역겨워하기조차 했습니다.

 

  이런 관점을 찾아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최근에 눈에 띈 것도 있습니다.

 

  "나는 문학을 향한 지독히 편파적인 애정 때문인지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책들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낀다. 철도청에서 개최하는 퇴직자들의 그림 전시회가 내 눈에는 그저 회화를 타락시키는 행위처럼 보이기만 할 뿐이다."1

 

 

 

 

  그러다가 요즘에 와서는, 이런 시인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맑게 해주고, 소소한 위안을 주고, 하다못해 그 자신이나 가족, 친구, 친지들에게 삶의 감동을 주고, "나에게도 시인 친구가 있다!"고 자랑할 만한 일을 만들어준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우선 그 뜻조차 모를 이상한 글을 시(詩)라고 우기는 시인들에 비해 차라리 이 시인들이 훨씬 더 훌륭한 시인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교과서에 실리는 시인은 아니어도 그냥 그 동네에서 알아주는 시인.

  동네에서 알아주는 시인이 아니라 해도, 그의 가족과 친구, 친지들이 알아주고 고마워하고 부러워하는 시인.

  그들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고, 위안을 주고, 삶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시인.

 

 

 

 

  위의 사진 가운데의 시화(詩畵), 그러니까 소녀처럼 나무 기둥을 안고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저 시인이 읊은 「태능 가는 길」입니다.

 

 

 

 

 

       태능 가는 길

 

 

단풍이 봉숭아손톱보다

빨갛게 이쁜 태능 가는 길

나는 말갛게 개인 눈으로

길옆의 단풍나무를, 은행나무를 본다

 

내가 나무를 이토록 좋아하는 줄

50년만에 처음 깨달으면서

 

하나둘 엉킨 실타래가 풀리듯

50년동안 헝클어진 미움들이 풀린다

 

상쾌한 아침공기

달콤씁쓸한 커피향

사는건 아름다운 거라고 속삭이는 나무들

 

나는 선생님을 만나기전에

벌써 순해진 얼굴로

태능길을 달린다

 

착한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나도모르게 치유되어진 나를 만나러

 

나는

태능을 간다

 

 

 

 

 

 

  1. 샤를 단치 지음, 임명주 옮김, 『왜 책을 읽는가』(이루, 2013), 94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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