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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 지정!

by 답설재 2013. 9. 4.

 

"역사는 국민의 혼(魂)과 같은 것"

"이렇게 중요한 과목은 (시험의) 평가기준에 넣어야 한다"

 

국사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을 계기로 '국사 수능 필수'를 둘러싼 논의가 고조되었고, 교육부는 지난달 27일, 현 중학 3학년이 수능시험을 치르는 2017학년도 입시부터 모든 수험생이 국사 시험을 치르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수능에서 국사가 소홀히 다루어지니까 학교에서는 국사를 1학년 한두 학기에 가르치게 되고, 지난해 같으면 수능 수험생 62만1336명 중에서 7.1%(4만3918명)만 선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습니다.1

 

심지어 우리나라 국사 교육을 조롱이라도 하듯 "6·25 전쟁이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그게 북침인지 남침인지도 구분하지 못한다"고 비난하고, "야스쿠니 신사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도 구분하지 못한다"며 역사교육의 부실(不實)을 총체적으로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대학 입시가 초·중등 교육을 좌우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국사 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분명합니다.

교육부에서 특수교육정책 담당자가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중얼거린 일이 생각납니다. "수능시험에 장애인에 대한 문제를 한 문제만 내주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일은 당장 해결될 텐데……"

 

수능시험의 위력은 실로 대단합니다. 초·중·고등학교 교육의 골격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과정 기준의 교과목 편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지만, 각 교과목이 수능시험에 어떤 비중으로 출제되느냐가 현실적인 비중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수능시험에서의 비중이 교육과정의 실제적 운영을 좌우하는 강력한 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제7차 교육과정의 구조가 학교 현장으로부터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비판을 받고 있던 2002년 어느 날, 교육부총리가 기자들에게 "교육과정은 의사결정의 산물(産物)이라고 한 말이 생각납니다. '교육과정 개정은 정치적(토의·토론) 결정(決定, 結晶)'이므로, 주장이 강하면 더 비중 높게 다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었습니다.

 

학자들의 견해 표출도 생각납니다. 제6차 교육과정 개정을 주도한 어느 교육행정가가 "제6차 교육과정은 개정 중점을 교육과정 결정의 분권화, 교육과정 구조의 다양화, 교육과정 내용의 적정화, 교육과정 운영의 효율화에 두어 너무나 잘 정한 것인데, 제대로 실천해 보지도 않고 제7차 교육과정이 탄생했다"고 토로하자, 교육과정 이론에 정통한 어느 학자가 나서서 "교육과정 개정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국사 교육이 강화된 교육과정 개정, 그 교육과정을 강력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기반으로서의 수능시험 필수과목 지정도 이루어졌습니다. 국사 교육을 하는 분들이 이런 결정들을 부디 적극적·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가르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역사를 독립 과목으로 정하고, 한국사를 수능 필수로 한다고 해서 역사교육이 잘 이루어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역사 교육은 국사 중심이어서 세계사, 혹은 동·서양사와 아무런 관계도 없이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조선이 건국될 즈음 동양의 사정은 어떠했는지, 서양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지 못하고, 고조선의 건국 시기는 서양사에서는 어디쯤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역사 교육을 받았습니다.

 

6·25 전쟁이 1950년에 일어난 것도 모른다고 하지만, 단순히 그 연대를 암기하지 못하는 것이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그 1950년이 우리 가족사에서는 어느 시점인지도 모른 채 암기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북침이란 북한이 침략했다는 뜻 아니냐?"는 학생이 "6·25 전쟁은 북침"이라고 대답한 것에 대한 비난이나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들은 암기하는 역사 교육을 탈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역사적 사실들을 외우는 기간만 늘어나는 역사 교육, 학생이라면 누구나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사실들을 다 외워야 성공하는 역사 교육이라면, 그리하여 지금보다 외울 것이 늘어나기만 하는 역사 교육이라면, 결국은 배우는 사람마다 더욱 싫어할 수밖에 없는 역사 교육이 될 것이 뻔합니다. 오히려 역효과를 드러내는 교육과정, 역효과를 드러내는 수능시험이 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의 역사 교육이 잘못 이루어지고 있다면 어떤 점에서 그렇습니까? 가령 교과서 내용의 이념 문제가 첨예한 것입니까?

그 문제점은 그럼 역사 교육 시간이 부족하고, 수능 시험에 출제되지 않아서 그렇게 되었습니까?

그건 아주 민감하고 이 글에서 감당할 만한 주제도 아닙니다.

 

어쨌거나 부디 암기에 치중하는 역사 교육을 탈피하자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외우는 교육으로는 우선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응할 수도 없습니다.

걱정 말라고, 문외한이 별 걱정을 다 한다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의 역사 교육이 잘 이루어지기를 충심으로 기원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  blog.daum.net/blueletter01/131496](blog.daum.net/blueletter01/13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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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와 역사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은 대학입시에서 일본사 선택 비율이 40%에 이르고 중국은 인문계 대입에서 중국사를 필수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