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짜리가 할머니, 고모, 사촌오빠와 함께 자동차 뒷자리에 탔습니다.
"고모는 할머니야, 아기야?"
제 고모가 그렇게 묻자 대뜸 대답합니다.
"할머니!"
그 대답에 호호거리며 웃습니다.
'별 싱거운……'
나는 하나도 우습지 않습니다. 아직 할머니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처지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올해까지는 30대니까 그 대답이 우스울 것입니다. 만약 '할머니'가 맞다면 우스울 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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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또 묻습니다.
"오빠는 할머니야, 아기야?"
"……"
"할머니야, 아기야? 응?"
"……"
순간, 세 살짜리의 입장이 되어봅니다.
'할머니라고 하는 게 좋을까, 아기라고 하는 게 좋을까?'
'할머니는 여잔데?'
'그럼, 아기?'
'아기는 어린애잖아.'
'이런 낭패가 있나?'
분명한 것은, 아직 이렇게 대답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할머니도 아기도 아니야."
그 질문은 가령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어느 쪽이 이기는가?"에 대한 대답을 요구하는 경우와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정답은 "호랑이"도 "사자"도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아이들이 보는 책을 봤더니, 1:1로 붙으면 호랑이가 이길 가능성이 높답니다. 그런데 1:1로 붙을 리가 없답니다. 왜냐하면 호랑이는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지만, 사자는 대체로 떼를 지어 다닌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호랑이와 사자 간의 싸움은 사자편이 이기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건 물음의 의도를 비켜간 답이 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호랑이와 사자는 서식 지역이 전혀 달라서 아예 싸움이 벌어질 수가 없다는 설명이 결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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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의 교육'이 흡사 "고모는 할머니야, 아기야?" "오빠는 할머니야, 아기야?"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어느 쪽이 이기는가?"와 같은 물음에 답하게 하는 것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며 갔습니다.
다음 중에서 하나만 가려라. ①②③④⑤
다음 중에서 ~인 것은? ①②③④⑤
다음 중에서 ~이 아닌 것은? ①②③④⑤
다음은 ~인가, 아닌가? ○×
정말로 이렇게 해야 속이 시원한지, 꼭 이렇게 해야 하는지, 어느 나라가 이렇게 해서 나라가 잘 되었는지, 공부를 해야만 하는 학생들이 그나마 행복해 하는지, 이렇게 하면서 뭘 가지고 이 나라의 교육을 자랑하는지…… 아니, 어느 정도까지는 '지식'이라고 하는 것들을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고 믿는 "일부" 교수들 말고는 누가 이런 교육을 좋아하는지, 교사들, 학생들, 학부모들, 교육행정가들 중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나 한지, 좀 물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거의 대답을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가지고 그 혹독한 세월을 보내게 하는 이유!
그렇게 가르치고 배우지 않아도 좋을 것들을 가지고 그렇게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고 믿는 이유!
그 이유를 대라고 외치고 싶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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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학생들 마음대로 답할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그게 학생 중심 교육입니다.
이쪽에서 제시한 ①②③④⑤ 중에서 골라야 하는 교육은 '학생 중심'이 아닙니다. 그런 일에 치중하는 건 교육도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공격을 받을까봐 망설여집니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곧 도착하게 되었으니까 그건 교육도 아니라는 생각은 유보하고, 결코 '학생 중심'이 아니라는 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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