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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인터넷 유머 '교장선생님의 훈화'

by 답설재 2013. 4. 14.

 

문화일보 2013.4.4, 24면.

 

문화일보 2013.4.1, 24면.

 

 

 

-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간단히 당부하겠습니다."

- 이들이 한국에 태어났다면 : 뉴턴, 아인슈타인, 갈릴레오 갈릴레이, 에디슨, 퀴리 부인.

 

이미 여러 번 들어본 것 같지 않습니까?

유머에 지나지 않습니까?

"일부 몰지각한" 교육자들 얘기입니까?

철 지난 버전입니까?

지금은 우리 교육이 그렇지 않습니까?

 

그럴지 몰라도 사실입니다. 혹 저 유머에 등장하는 저런 교장일지 모른다면, 이 부탁 좀 들어보십시오.

 

우선, 아이들 앞에 자주 나서지 말고 교사들, 아이들에게 맡기십시오. 나서고 싶은 마음을 꾹~ 꾹~ 누르십시오. 가령 운동회 때 '대회장' 그런 것 좀 그만하시고, 되지도 않은 커다란 꽃, 그런 거 가슴에 달고 하루 종일 그러지 마시고, 아이들에게 다 맡겨버리면 참 편하고 좋습니다. 대회장 그런 것 해봤자 잘한다고 할 사람도 없고 기억에 남을 일도 아닙니다.

그게 '교육'인지 생각해 보면 판단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건 다른 행사 때도 거의 마찬가지입니다.

 

다음으로, '학교신문'인가 뭔가 일 년 내내 두어 번 발간되는 거기에 교장 글, 교장 사진 싣지 마시고 아이들에게 그 지면을 양보하십시오. 아이들 글 실리면, 아이들이나 부모들, 교사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읽을 것입니다.

덧붙이면 그런 인쇄물에 아이들 이름을 많이 실어주는 방법 좀 연구하십시오. 잘난 사람, 특히 무슨 임원이 된 어른들 한둘이 긴 글 써서 온통 독차지하게 하지 말고, 수십수백 명 아이들 이름이 실리는 방법 좀 찾아보십시오. 달랑 이름 석 자만 실려도 그 부모들은 눈물겨워합니다. 그리고 그런 방법은 많습니다.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겠습니다. 6학년 졸업기념 앨범을 만들게 되거든 그 앨범 제일 앞에 교장선생님 대형 독사진 싣는 짓 좀 하지 마십시오. 그게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지금이 어느 때입니까? 그러니까 저런 유머가 나오는 것 아닙니까?

 

대어 놓고 이야기해서 미안합니다.

저도 교장을 해봤고, 지내놓고 보니까 다 우스운 일인 것 같아서 이야기한 것이니까 양해하십시오.

교장선생님 견해는 저와 다릅니까? 그렇다면 저를 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명단에 넣어버리시고 부디 마음 편하게 가지십시오. 세상에는 저처럼 희한한 사람들도 있는 것입니다. 또 그래야 제대로 된 세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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