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by 답설재 2013. 4. 24.

 

 

아직도 짜증을 냅니다. 몸이 마음 같지 않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주로 수양이 덜 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신도 한심한 수준이면서 남들이 하는 꼴을 부드럽게 보아 넘기지 못합니다.

 

그럴 때마다 반성을 합니다.

'내가 왜 이럴까?'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할까?'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의 말씀을 찾아봤습니다.

'예순이면 이순(耳順)이라는데…… 예순이 지난 지 옛날이고, 낼모레면 일흔인데……'

 

 

 

나는 열다섯에 學에 뜻을 두고, 서른에 서고, 마흔에 不惑하고, 쉰에 天命을 알고, 예순에 耳順하고, 일흔에 하고싶은 바를 좇되 法度를 넘지 않았느니라. (孔子)

 

原文──爲政 四

子曰 『吾十有五에 而志于學하고 三十而立하고 四十而不惑하고 五十而知天命하고 六十而耳順하고 七十而從心所欲하야 不踰矩호라』

 

解義

…(전략)… 孔子는 十五歲에 一生을 학문에 바치기로 결심하고 학문으로 인생에 이바지하려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三十歲에 그러한 학문의 기초를 확립하였다. 四十歲에 自己學問에 자신을 얻게 되어, 걸어가는 방향이 인간의 生活로서 妥當하다는 것을 확립하고 남의 말에 마음이 動搖되는 일이 없게 되었다. 五十歲에 학문에 몸을 바치는 것이 하늘에서 주어진 使命이며, 道를 세워 人類를 위하여 노력하는 길이 自己運命이오, 짊어지게 된 天職임을 깨닫게 되었다. 六十歲에 자기와 다른 남의 의견을 들어도 순순히 首肯하게 될 만큼 人間生活의 多樣성을 認識하고 부질없이 반발하지 않는 마음의 餘裕를 얻었다. 七十歲에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인간의 法道를 넘어가지 않을 境地에 到達하여 진정한 自由를 찾았다.…(후략)…1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터넷에 들어가 봤습니다. 모두들 순조로운 것 같습니다. 저 말씀을 되새기면서 남들도 잘 실천하라고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영 아닙니다. 우선 뜻을 세운 적조차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인생의 기초를 확립했다고 할 만한 일도 없었습니다.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지만 그런 채로 교사가 되고, 가장이 되고, 정부 일도 맡았었습니다.

 

그러니까 나머지 네 가지 이야기는 그냥 '엄청나구나!' 싶을 뿐입니다.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이라도 而志于學, 而立의 단계부터 밟겠다면 웃기는 일이겠지요?

그렇지만 그 과정도 없이 어떻게 不惑, 知天命……의 단계를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건너뛰겠다고 나서면, 더 우스운 사람이 되지 않겠습니까?

 

 

 

사명을 깨닫는다(知天命).

들리는 말들이 다 순조로울 만큼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된다(耳順).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경계를 넘어서지 않게 된다(從心所欲 不踰矩).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바로 저 경지를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이가 육십, 칠십이 되면 저절로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서글프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 털어놓아 버리니까 시원하기는 합니다.

 

 

 

.............................................

表文台 역해 『論語』(현암사, 1972), 98~99쪽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들이의 자유로움과 그 실체  (0) 2013.05.24
'이뿐 척 급 금지!'  (0) 2013.05.09
그리운 선중에게  (0) 2013.04.16
‘鐵(철)의 여인’ 떠나다  (0) 2013.04.11
어느 대학생의 인터뷰  (0) 2013.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