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선중에게
목이 아프다더니 지금은 괜찮아졌나?
선생님,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고 걱정스러웠다. 나는 너에 대한, 네가 힘들거나 속상했을 이런저런 이야기가 전해질 때마다 그럴 때의 네 마음을 짐작하며 듣는다.
며칠 전에는 두 가지 이야기를 듣고 너에게 이 편지를 보낼 생각을 했다. 우선, 진단평가에서 모든 문제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맞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으로 흐뭇했다. 그것은, 드디어 너도 실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일이기 때문이다.
선중아!
사실은 그것보다 더 흐뭇한 이야기는, 아이들과 다툰 일에 대해 그날 마지막 시간에 스스로 선생님 앞에 가서 반성했다는 말씀을 드린 일이다. 그 후에 네가 많이 울었다는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드디어 너에 대한 신뢰를 가져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말씀드리기까지 네가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것도 고맙고, 그것이 바로 나의 부탁인 “한 번 더 살펴보고, 한 번 더 생각하고”를 실천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네 할머니와 함께 그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를 실망시키지는 않을 녀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이 어떻게 남과 다른 생각으로 서로 다투는 일 없이 지낼 수 있을까. 다만, 그러한 다툼에 대해 걸핏하면 흥분만 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정말로 우습고 유치한 행동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럴 때, 이번에 네가 생각하고 보여준 행동처럼, 이것저것 깊이 생각해 보기도 하고, 스스로 양보하거나 물러설 줄도 아는 삶의 지혜야말로 참으로 값지고 아름답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강력하고 진정한 힘”이라는 것을, 앞으로도 늘 염두에 두기 바란다.
자랑스러운 손자! 이 좋은 봄날, 늘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라.
2013년 4월 10일
할아버지 씀.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 제5권의 표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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