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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그리운 선중에게

by 답설재 2013. 4. 16.

 

 

 

 

 

그리운 선중에게

 

 

 

  목이 아프다더니 지금은 괜찮아졌나?

  선생님, 아이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고 걱정스러웠다. 나는 너에 대한, 네가 힘들거나 속상했을 이런저런 이야기가 전해질 때마다 그럴 때의 네 마음을 짐작하며 듣는다.

 

  며칠 전에는 두 가지 이야기를 듣고 너에게 이 편지를 보낼 생각을 했다. 우선, 진단평가에서 모든 문제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맞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으로 흐뭇했다. 그것은, 드디어 너도 실수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일이기 때문이다.

  선중아!

  사실은 그것보다 더 흐뭇한 이야기는, 아이들과 다툰 일에 대해 그날 마지막 시간에 스스로 선생님 앞에 가서 반성했다는 말씀을 드린 일이다. 그 후에 네가 많이 울었다는데,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드디어 너에 대한 신뢰를 가져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말씀드리기까지 네가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것도 고맙고, 그것이 바로 나의 부탁인 “한 번 더 살펴보고, 한 번 더 생각하고”를 실천한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네 할머니와 함께 그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를 실망시키지는 않을 녀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이 어떻게 남과 다른 생각으로 서로 다투는 일 없이 지낼 수 있을까. 다만, 그러한 다툼에 대해 걸핏하면 흥분만 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정말로 우습고 유치한 행동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럴 때, 이번에 네가 생각하고 보여준 행동처럼, 이것저것 깊이 생각해 보기도 하고, 스스로 양보하거나 물러설 줄도 아는 삶의 지혜야말로 참으로 값지고 아름답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오히려 “강력하고 진정한 힘”이라는 것을, 앞으로도 늘 염두에 두기 바란다.

 

  자랑스러운 손자! 이 좋은 봄날, 늘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라.

 

2013년 4월 10일

 

                                                                                                                                 할아버지 씀.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 제5권의 표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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