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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詩 읽은 이야기

안규철 「실패하지 않는 일」

by 답설재 2013. 3. 11.

실패하지 않는 일

 

  

 

  우리가 하는 일은 대체로 성공하거나 실패한다. 금연에 성공하거나 실패하고 원고마감에 성공하거나 실패한다. 예술가로서 성공하고 정작 예술에서는 실패한다. 일에는 목표가 있고 그 목표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주어지는 가능성은 거기 도달하느냐 못하느냐의 두 가지뿐이다. 가혹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그러나 이럴 때 우리는 사태의 한쪽 면만을 보는 것이다. 그 반대쪽에는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과정이 있다는 것을 잊는 것이다.

 

  만약 성공과 실패로부터 자유롭고자 한다면 우리는 목표를 버리고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인생을 하루하루 새로운 경험과 깨달음으로 채워간다는 단 하나의 목표를 제외하고 다른 목표들을 버리는 것이다. 50대 후반에 들어선 나의 옛 친구들은 이제 상당수가 이런 경지에 들어선 것 같다. 그들은 주말 등산에 열심이고 매달 한 번씩 종로3가에 있는 당구장에 모여 시합을 한다. 더 이상 뭔가를 '생산'하지 않는 그들은 아직도 할 일이 있는 나를 부러워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서 배워야 한다. 성공과 실패를 넘어서 목표가 아닌 과정에, 실패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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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철  1955년 서울 출생. 서울대 조소과와 독일 슈투트가르트미술학교 졸업. 저서 『그림 없는 미술관』 『그 남자의 가방』.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

 

 

 

 

   「실패하지 않는 일」은, 사실은 詩가 아닙니다. 아니, 이 글을 쓴 사람이 자신은 시인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그냥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현대문학』 2012년 10월호(103쪽)에 「안규철의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이라며 실었습니다. 「안규철의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의 34회째 이야기.

  그 왼쪽에는 아래와 같은 그림이 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고 '詩구나!' 싶어서 여기에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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