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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아이처럼 행복하라』

by 답설재 2013. 2. 21.

 

 

 

 

 

알렉스 김, 『아이처럼 행복하라』(공감의기쁨, 2012)

 

 

 

 

 

 

 

 

  네팔, 파키스탄, 인도, 미얀마, 타이, 티베트, 라오스 같은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진으로 엮은 책입니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설명이 곱습니다. 아이들에 대해서는 더 그렇습니다. 본문에서 옮긴, 뒤표지의 글만 봐도 작가의 눈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열차 안에서 볼 수 있는 『공감』 2013년 2월호의 책 소개

 

 

 

  훌훌 넘기며 보기에도 좋은 책이고, 눈길이 머무는 어느 사진을 오래 들여다봐도 좋고, 때로는 표지 사진만 봐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받아든 순간 표지 사진은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책을 소개한 그 월간지의 사진은 작아서 저 깨끗하지 않은 콧물까지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예전에 충분히 봤던 저 콧물을 요즘은 보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그만큼, 우리 아이들이 콧물을 흘리지 않아도 좋을 만큼 행복해진 건가 하면, 오히려 불행해졌다고 대답하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해서 행복해졌다고 대답하기도 망설여져서 참 애매합니다. '행복'이란 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이렇게 썼습니다.

 

  사진 속에 있는 하늘마을 아이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헤지고 더러운 옷을 입고 있는 아이들이 불쌍해 보입니까. 처음엔 모두 그렇다고 합니다. 하지만 내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사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가에는 사진 속 아이를 닮은 미소가 번지곤 합니다.(29)

 

  사람들은 이곳 학교의 사진을 보며 안됐다고 말합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공부를 할 수 있느냐고 합니다. 나는 속으로 말합니다.

  당신과 내가 더 안됐다고.(33)

 

  작가는 저 모습에서 '행복'을 찾은 것입니다. 그래서 신이 난 어조로 설명하고 있고, 모든 사진이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러 사진에서 실제로 행복한 느낌을 받게 해줍니다. 그것은,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은, 이 작가의 사진을 따라 그런 곳, 그런 사람들을 찾아나섰으면 싶어지고, 자꾸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아이들을 보는 눈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런 사람이 교사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그 하늘마을에 진짜로 학교를 지어 주었으니까, 지금도 그 사업을 계속하고 있으니까 그는 스스로 교사가 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어려운 숙제는 인간관계입니다.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오르고 돈이 많아도 사람은 사람에게 상처를 받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상처가 치유되는 것 또한 사람 때문입니다. 인간관계라는 숙제는 죽을 때까지 풀리지 않을지 모릅니다.

  책을 쓰며 십 년 넘게 촬영한 사진을 하나하나 보았습니다. 일출 사진이 수백 장이 넘었습니다. 일출을 촬영할 떄의 감동을 모두 기억해내기는 힘듭니다.

  내가 찍은 사진 중 수천 장은 아이들 사진입니다. 일출과는 달리 한 아이 한 아이에게서 감동이 밀려옵니다.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해가 떠오르는 것보다 위대합니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 볼수록 감동적입니다.(55)

 

  이 작가는 아이들을 제대로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것이 분명합니다.

  전에 학교에서 교장을 할 때 흔히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어른은 속일 수 있지만, 아이들은 속일 수가 없습니다. 어른들은 우리 눈을 쳐다보면서도 흔히 속아 넘어가지만, 만약에 아이들에게 그렇게 하면 아이들은 우리의 눈에 마음이 담겨 있는지 아닌지 알아채고 우리가 하는 말의 진위를 귀신 같이 알아맞춥니다."

  "우리가 사랑을 담지 않고 건성으로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절대로 우리 말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시큰둥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별 희한한……'

 

 

 

 

  그렇지만 아이들의 사진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고, 그것도 대부분 인물사진입니다. 보기에, 이 책의 주제를 세상 사람들 속에서 '순박한 사람들' 그 중에서도 '행복한 아이들'로 잡은 것 같습니다.

 

  작가가 멋쟁이여서 좋은 표현이 많지만, 이런 표현은 특히 기억하고 싶습니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느라 힘이 듭니다. 추억은 다릅니다. 추억은 많을수록 행복해집니다.(185)

 

  이 책은 사라져간 제 책처럼 서점에 진열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주문을 해서 받아보았으므로 책을 받아든 순간 쳐다본 표지 사진은 충격적이었다고 했지만, 그 사진 설명은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저 아이는 사내아이라고 했고, 아이의 눈 속에는 눈물이 고여 있어서 "마치 언제든지 울 준비가 되어 있는 호수 같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설명을 이렇게 이어갔습니다.

 

  나를 더 놀라게 한 것은 아이의 확대된 눈동자였습니다. 아이의 눈동자에는 맑은 하늘이 있었습니다. 구름도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렌즈로 아이의 눈을 응시하는 내가 있었습니다.

  …(중략)…

  사진을 보면서, 아이의 눈동자 속에 담긴 나를 보면서, 나의 머리 위에 있는 하늘과 구름을 보면서 생각합니다. 나는 아이의 눈 속에 비친 나처럼 이 혼탁한 세상을 순수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아이의 눈동자 속에서만 순수한 모습이 아닐까?"(234)

 

  티베트에서 만난 노인은,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지 물었을 때, 미소를  지으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는 설명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 아이들의 모습도 가능하면 오래, 선명하게 기억하고 싶습니다.

 

 

 

 

 

 

 

 

 

  이 사진 밑에는 이런 설명이 있습니다. 제가 강의를 하며 보여주는 사진 설명도 이와 같기 때문에 눈물겹구나 싶어서 덧붙입니다.

  "웃고 있지 않는 아이를 찾아보세요."(278~279)

 

  그런 아이들을 수없이 망쳐 놓으며 큰소리 치는 엉뚱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기도 하는 걸 나는 정말이지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면 선생님들에게는 어떤 일을 맡기겠다는 것인지, 제 생각으로는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저 아이들의 머리는 학원이나 방송, 인터넷에 빼앗기거나 넘겨 주거나 하고, 가슴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겠다면, 그럼 학교의 선생님들에게는 무얼 맡기겠다는 것인지, 그 잘난 '진도(進度)'나 나가게 하면 그만이라는 것인지…………

  하기야 로저 샨크(2001)라는 학자는 이미 10여 년 전에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가 아직 교사와 교실과 교과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50년 뒤에는 거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를 돌이켜보면서 우리가 교육개념을 바꾸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 왜 수능성적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왜 답을 암기하는 것이 지능의 증거라고 생각했는지 물을 것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즉 우리가 가르쳐야 할 '지식'이라는 게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만, '가슴'부터 책임지지 못하는 교육은 교육도 아닙니다. 그만두어야 합니다.  

 

 

 

 

 

                                                                                                   대전 '인터시티' 1215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