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타니 겐지로(장편소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햇살과나무꾼 옮김/윤정주 그림/양철북, 2008
교사라면 꼭 읽을 만한 책입니다. 다만 아이들이 시험을 잘 보도록 무엇을 잘 설명해주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은 아닙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려고 무한히 애써서 드디어 그 아이들에게 받아들여지고 그 아이들로부터 교육이 무엇인지를 배워서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라고 하면 될 것입니다. 그것도 쓰레기처리장 아이들이고 정신지체아, 자폐아, 문제아 등 고약한 아이들입니다.
아이들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 한 군데만 보겠습니다.
"어떻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가르쳐 드릴까요? 난 미나코가 공책을 찢어도 화 안 내요. 책을 찢어도 화 안 내고요. 필통이랑 지우개를 빼앗아도 화 안 내고 기차놀이를 하고 놀았어요. 화 안 내니까 미나코가 좋아졌어요. 미나코가 좋아지니까 귀찮게 해도 귀엽기만 해요." 고다니 선생님은 끄응 하고 신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미나코가 귀찮으냐고 준이치가 물었을 때 솔직하게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이렇게 되면 준이치에게 시험을 당한 꼴이다. 미나코를 귀찮게 여기면 안 돼요 하고, 준이치에게 가르침을 받은 꼴이다.(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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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이야기라고 하면 당연히 수업은 어떻게 전개하는가 궁금하기 마련일 것입니다. 그 압권(壓卷)은 고다니 선생님이 글짓기를 가르치는 장면입니다.
고다니 선생님은 가로세로 1미터쯤 되는 상자를 싼 보자기를 보여주며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겠는지 마음대로 생각한 대로 써 보라고 하고는, 한 꺼풀 벗겨서 또 그렇게 하고, 다시 또 그렇게 몇 번을 되풀이해 나갔습니다. 그렇게 하는 동안 아이들의 상상력은 무한히 뻗어 나갈 수밖에 없지만, 고다니 선생님은 실제로 새빨간 가재를 한 마리씩을 선물로 나누어주었습니다.
그 수업에서는, 이제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던 문제아 데쓰조까지도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가만히 보았다. 그러고 나서 상자 속까지 가만히 보았다. 빨간 놈이 나왔다. 나는 코가 찡했다. 사이다 마신 것 같다. 나는 가슴이 찡했다. 나는 빨간 놈이 좋아, 고다니 선생님이 좋아.(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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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데쓰조라는 아이는 어떤 아이인가 하면, 무라노 선생님이 직원들 앞에서, 곤경에 처한 고다니 선생님을 응원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무라노 선생님의 이 설명이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고다니 선생님은 어제부터 내내 울고만 있습니다. 왜 울어야 하죠? '울지 말아요, 고다니 선생님!' 하고, 우리 모두 격려해 주어야 합니다. 좀 전에 얘기한 시설의 자원 봉사자 중에는 실업자와 극빈자, 비행 청소년까지 섞여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지능이 낮은 사람들을 장애자라고 부르지만, 마음에 괴로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따지면 우리도 역시 똑같은 장애자입니다. 고다니 선생님은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는 우스이 데쓰조 때문에 몹시 괴로워했고, 피를 토하는 듯한 심정으로 한 발 한 발 데쓰조에게 마음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고다니 선생님에게는 문제아도, 장애아도, 선생님도 모두 괴뇌하는 인간이었습니다. 여러분, 오늘 퇴근하는 길에 서쪽 교사 뒤편에 한 번 가 보시죠. 거기에는 두 개의 작품이 있습니다. 참으로 훌륭하고 신선한 작품입니다. 바로 문제아 데쓰조와 정신지체아 미나코가 함께 만든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여러분은 그 데쓰조가, 그 미나코가 하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정신지체아라는 소리를 듣고, 문제아라고 손가락질 받는 아이들을 고다니 선생님네 반 아이들은 따뜻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그 작품은 선생님을 비롯한 아이들이 다들 흙투성이가 되어 지내온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고다니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울지 말아요, 고다니 선생님! 하고, 따뜻하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192~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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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는 교사들이 눈여겨볼 만한 부분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커다란 하나의 의미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것들도 교사 생활을 하는 데는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가령 다음과 같은 부분들입니다.
고다니 선생님은 그래도 작은 사고는 일어나겠지, 하지만 그걸 두려워하면 아무 일도 못 해, 하고 생각했다. 아이들이란 그저 다치지 않게 잘 지키기만 하면 된다고 대놓고 말하는 교사도 있었지만, 고다니 선생님은 그런 사람을 경멸했다. 고다니 선생님은 아무리 그래도 어지간히 야단맞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교장실을 나왔다. 어떻게 됐느냐는 오리하시 선생님의 말에 그만 눈물이 주룩 흘렀다.177~178)
세 선생님은 벌컥벌컥 술을 들이켰다. 속상해서인지, 화가 나서인지 평소보다 많이 마시고 있었다. "오늘 싸움만 놓고 말한다면, 내가 너무 경솔했을지도 몰라. 상대가 먼저 때렸다곤 해도 선배한테 손찌검을 했으니까. 하지만 난 지금까지 꾹 참아 왔다고. 학급 문집을 만들면 트집을 잡지, 가정 방문을 하면 너무 인기에 집착하지 말라고 하지. 저런 파충류 같은 인간은 또 없을 거야. 문집을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드는 선생님 생각도 해 달라고? 쳇, 내가 알 게 뭐야."(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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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했지만 내용이나 표현이 좀 유치하다 싶은 부분도 있긴 합니다. 그것은 위에서 예로 든 부분에서도 발견됩니다. 그런 부분은 원서에서도 그런지, 번역에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고, 멀쩡한 부분인데 독자의 좀 못된 관점에서만 그런 느낌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나는 교육대학교나 사범대학에서는 교육에 관한 그 무수한 강의만 일삼지 말고, 이런 책들을 선정해서 꼭 읽게 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 무수한 연수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읽게 하지 않으면 영원히 읽지 않을 교원들도 있기 때문이고 수많은 연수가 다 무슨 소용인가 차라리 이런 책을 몇 권 읽게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을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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