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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재미있는 세상

by 답설재 2012. 12. 10.

알제리의 인근 영화관에서는 때때로 마름모꼴의 박하 과자를 파는데, 거기엔 사랑을 불러 일으키는 데에 필요한 모든 것이 붉게 새겨져 있다. 즉, ⑴ 질문들 : 「언제 나와 결혼할 거예요?」, 「나를 사랑해요?」 그리고 ⑵ 대답들 : 「미치도록」, 「내년 봄에」. 그 방법을 마려한 뒤에 사람들은 그것을 이웃 젊은이에게 일러 주고, 그러면 그 사람은 똑같은 식으로 응해 오거나 아니면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벨꾸르에선 이런 식으로 결혼들이 성립되어 왔고, 단순히 마름모꼴의 박하 과자를 교환함으로써 한평생을 서약해 왔다. 그리고 이것이 정말로, 이 지역 사람들의 어린애 같은 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 알베르 까뮈, 철학에세이 「알지에에서 보낸 여름」 중에서1

 

 

이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한 까뮈는, 알제리의 벨꾸르에서 젊음의 두드러진 특징은, 아마도 손쉽게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어떤 굉장한 재능이겠지만, 그 특징은 낭비에 가깝게 성급하게 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어려서 결혼하며, 일찍 일을 시작하고, 그리하여 십 년 안에 한평생의 경험들을 다해 버린다고 했습니다. 말하자면 서른 살의 근로자가 자신의 손 안에 든 카드들을 이미 다 써 버리고 아내와 자식들 사이에서 종말을 기다린다는 것입니다.2

 

그럼에도 나는 그 벨꾸르라는 곳에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그곳에서 한 여름을 나며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랑을 나누고 맺어지는지 좀 보고 왔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군수가 공무원에게 무릎을 꿇게 했답니다.3

 

…(전략)…

화순군은 지난 17일 화순읍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군청 공무원 1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마음체육대회를 열었다. 직원들은 점심을 먹은 후 휴식을 위해 자신의 승용차 등 행사장 주변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오후 3시 30분 장기자랑이 시작될 땐 참가자 수가 300여명으로 줄었다.

홍 군수는 행사 진행을 맡은 A과장을 주 무대 앞으로 불러 참석자가 크게 줄어든 사실을 지적하며 "대표로 무릎을 꿇고 손을 들고 있으라"고 지시했다. A과장이 시키는 대로 무릎을 꿇고 손을 들자 같은 부서 담당 공무원 4명도 함께 1분여 동안 벌을 섰다.

…(후략)…

 

                                                                                           광주광역시=김성현 기자

 

 

호통을 치는 사람(군수) 앞에 손을 들고 꿇어앉은 A과장, 그 A과장 뒤에서 네 명의 직원이 무릎을 꿇고 손을 든 만화도 실려 있었습니다. 어떤 신문에는 진짜 사진도 실려 있는 것을 봤습니다. 지금이라도 인터넷 검색창에 <장난이라지만… 군수가 한살위 과장에게 “무릎꿇고 손들어”>를 써넣으면 볼 수 있습니다.

 

아직도 세상은 얼마든지 단순할 수 있는 건지, 그래서 어른들도, 아니 공무원들도, 예전에 우리가 교사를 할 때의 그 아이들처럼 잘못을 저지르면 손을 들고 꿇어앉을 수 있는 세상인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군수는 그렇게 하고도 괜찮은지 좀 물어봤으면……

 

 

 

부탄이라는 나라가 있습니다. 부탄가스 말고 부탄이라는 '나라', 히말라야 산맥 위의 부탄, 인터넷 검색창에 '부탄'을 넣었더니 우선 '부탄 국왕'이 보입니다.

 

 

 

위키백과에 실린 '부탄 국왕'

이름 :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 (Jigme Khesar Namgyel Wangchuck)

출생 : 1980년 2월 21일 (만 32세), 원숭이띠, 물고기자리

가족 : 아버지 지그메 싱예 왕추크

배우자 : 제선 페마

소속 : 부탄 국왕

학력 : 옥스퍼드 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키 작은 채송화』라는 이름의 블로그에는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그 글에는 이런 내용도 들어 있습니다.

 

"부탄은 세계에서 가장 험준한 지형을 자랑하는 나라 중 하나로, 나라의 가로로 놓인 길 250km를 차로 횡단하는데 3일이나 걸립니다. 산 속에는 수도 없이 많은 주거지들이 고립돼 살아가고 있고요."

 

얼마 전 EBS에서 부탄에 관한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부탄에서는 "첫눈이 오면 모든 관공서가 휴무"라고 했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멋있는 나라라니!'

부탄에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부탄, 부탄…… 다 집어치우고 부탄에나 다녀왔으면……'

그렇지만 이 몸으로 그런 고산지대에 가는 것은 이미 다 틀린 일입니다. 그러고보면 고산지대에 있는 나라치고 행복하지 않은 나라가 없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위스도 그렇고……

그래서 부탄 같은 고산지대 나라에 관한 공부나 좀 해보려고 합니다. 첫눈이 오면 모든 관공서가 다 휴무라니,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그 하루 일을 하지 않는다고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첫눈이 온다고 좋아할 것이 분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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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베르 까뮈, 민희식 옮김, 『시지프스의 신화』(육뮨사, 1993) 부록, 192쪽.
2. 위의 책, 192쪽.
3. 조선일보, 2012.11.28.A11. 군수가 간부 공무원에 “무릎꿇고 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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