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El Condor pasa

by 답설재 2012. 11. 13.

 

 

 

 

 

El condor pasa

 

 

 

 

 

 

 

 

 

 

  'El Condor pasa'……

  상봉 전철역에서, 저 악사가, 혼자서, 정말로 중앙아메리카의 안데스 산맥 어느 곳, 아니면 바로 그 마추피추 골짜기에서 온 것이 분명해 보이는 모습으로, 께나와 두어 가지 악기를 더해서 잉카의 '슬픔'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 넋을 잃고 턱하니 앉아 있는 저 아이가 예전의 나 같았습니다. 무성영화의 그 변사(辯士)를 따라가고 싶었던……

 

  일제시대에 제작되었다는 나운규의 무성영화 『아리랑』은, 돌고돌아서 1950년대에 드디어 그 곳에 도착했습니다.

  깜깜한 밤길에 몇몇이서 그 영화를 보려고 간다는 소문이 돌았고, 아버지께서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나도 특별히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책이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아서, 장날, 어른들이 보는 "삼천리(?)" 같은 잡지라도 사다 읽어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날 밤, 냇가에 마련된 가설극장(假設劇場) 바닥에 앉아 화면과 변사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을 나는, 모든 것이 바로 저 아이와 같았을 것입니다.

 

  이제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몸으로는 잉카문명의 흔적을 구경하러 가기는 다 틀린 나는, 이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저쪽 구석에서 아르바이트생인 듯한 소년이 팔고 있는 CD 한 장을 샀습니다.

 

  "Whisper of the Andes: Inca Spirit"

 

  조악하지만 제목은 멋진 그걸 들고 "이 씨디 값의 얼마가 저 악사에게 가는지" 물어봤더니 그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인디언들도 그랬을 것 아닙니까? 그게 그들의 슬픔이었을 것입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른 채 다 내주어야 했던……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마음속의 통일」  (0) 2012.11.22
참 애매한 표현  (0) 2012.11.20
인연-영혼  (0) 2012.11.10
친구맺기  (0) 2012.11.05
오며가며 Ⅰ  (0) 2012.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