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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내 마음속의 통일」

by 답설재 2012. 11. 22.

 

 

 

 

 

연평도 포격 2주년

 

 

 

 

 

 

 

  "연평도 포격 2년… NLL 군사지도가 바뀌었다"

  "北, 헬기 70여대 전진 배치하는 등 군사력 대폭 강화"

  "공기부양정 기지 건설로 백령도까지 17분밖에 안 걸려"

  "軍, 北 해안포 타격 미사일·감시용 비행선 도입 또 연기"

  "연평도 도발 주범 김격식, 대장 복귀"

  "K-자주포, 2년 전 포격도발 당시의 3배로, 軍도 전력증강 하고 있지만……"

 

  연평도 포격(2010.11.23) 2주년에 보는 신문기사 제목들입니다.1

  우리 사회는 가치관이 다양하고, 저 같은 경우에는 이런 일들에 대한 관점이나 판단력이 희미해서 뭐라고 할 능력이 없지만 웬지 뭔가 걱정스럽다는 걸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디 아이들에게는 뭔가 확실한 걸 알려 주고 가르쳐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담임선생님께서 얼른 1학년 어느 교실로 가보라고 하더랍니다.

  아래 글은 녀석이 40분 동안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원고지에 정신없이 쓴 글이랍니다.

 

  애 어미가 "대표작이 되어 교육청에 보낸다"고 하더라며 "무얼 고치라고 할까요?" 하기에 제가 대답했습니다.

  ''학교에서 뽑혔으면 교육청 대회에서 떨어져도 좋으니까, 고쳐주지 마. 그대로 정서만 하게 해서 보내. 가령 '마음 속'은 '마음속'이겠지?"

  "'나는' '나는' 하고 반복한 거나 문장이 어색한 건요?"

  "그런 걸 다 고쳐버리면 애가 쓴 글 같지 않게 돼. 어른이 손댄 글 읽어보면 당장 알 수 있어. 식상해. 신선감이 떨어져서 읽기조차 싫어."

 

 

 

 

 

 

 

 

 

 

내 마음속의 통일

 

                                                                                                                                                             5학년 1반 김선중

 

    "쾅~쾅~쾅!~"

    대포가 날아왔다.

    '훈련인가? 훈련인건가?'

    사람들은 혼비백산해서 도망치고 있고, 섬은 불바다가 되었다. 나도 숨어야 하는데, 어디에 숨어야 하지? 어디로 가야 하지?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연평도에 170여 발의 포를 쏘았다.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리고 연평도는 사실상

  폐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지붕이 날아가고, 주요 시설은 거의 다 파괴되었다.

    연평도의 주민들은 연평도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그러나 고향이고, 평생 일구어온 밭이 있고, 정든 이웃이 있기에 주민들은 대부

  분 다 돌아왔다. 하지만 그들은 평생 언제 포가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간혹 신문에 안타깝게 전사한 군인의 어머니, 아버지의 인터뷰가 실린다.

    "제 아들은 언제나 연평도를 지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매일 편지를 보냈는데, 지금 죽었다는 것이 잘 믿기지 않아요. 지금이라도 문을

  열고 돌아올 것 같은데……"

    나는 전사한 군인들도 분명 누군가의 아버지고, 형이고, 자식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나는 북한과 우리나라가 한 나라였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내가 태어났을 때는 남북한이 이미 갈라져 있었고, 북한은 계속 우리를 

  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우리는 한 나라이면서 왜 이렇게 서로 싸우고 지낼까?

    나는 전에 영화 '코리아'를 보았다. 이 영화는 한국과 북한이 힘을 합쳐 탁구대회에 출전하는 이야기다. 남북 단일 대표팀이 서로 티격

  했던 것처럼 지금의 남북한도 뜻이 맞지 않아 대립했지만 힘을 합쳐서 세계 랭킹 1위인 중국을 꺾었던 것처럼 우리가 통일을 한다면 지금

  다 더 큰 강대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내 마음속에 '통일'이란 글자를 조용히 넣어본다.

 

 

 

 

 

 

 

 

 

 

 

 

 

 

 

 

  전화하는 걸 본 애 외조모가 중얼거립니다.

  "성질머리만 고치면 좋을 텐데……"

  그건 늘 하는 소리고, 애 어미와 똑같은 평가 내용입니다. 다만 어미의 뜻은 "녀석이 성질머리만 고치면 좋겠다"는 말 그대로지만, 외조모의 뜻은 반(半) 이상은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입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때로는 억울하다는 심정이 됩니다.

  '내 피는 겨우 1/4인데……'

 

  이런 생각도 합니다.

  '이런 말 들으면 녀석의 심정은 어떨까?'

  역시 억울하겠지요, 자기네들이 그런 '성질머리'를 갖게 해놓고선 그걸 나무라면 어떻게 하느냐고……. 그렇다면 녀석은 나보다 훨씬 더 억울한 입장일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내가 아뭇소리 않고 참아야 할 것입니다. 녀석에게 늘 미안한 마음으로…….

 

 

 

 

 

 

  1. 조선일보, 2012.11.2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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