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 샤갈이 잠시 만나도록 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디서?" 하면 이 사무실 건물 1층 커피숍입니다. 카프카의 장편(掌編) 소설 「회랑 관람석에서」를 읽다가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봤더니 카프카는 1883~1924, 체코 , 샤갈은 1887~1985, 러시아 태생입니다.
카프카는 자신이 샤갈보다 4년이나 먼저 태어났으니까 당연히 '형님'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할 텐데, 그러면 카프카보다 61년이나 더 살게 되는 샤갈은 뭐라고 할지……
당신들을 초청한 내가 저녁 식사값과 커피값을 낼 테니까 다른 얘기나 하자고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카프카의 「회랑 관람석에서」는 소설이긴 하지만 헤아려 보니까 딱 네 문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저 관람석 손님은, 샤갈의 저 아래 그림 「햐얀 곡마사와 광대」의 저 광대와 같은 마음일 것이 분명합니다.
아!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지만 비정한 '채찍'에 내몰려 공중을 나르는 비련의 곡예사…… 샤갈과 카프카의 곡예사……
회랑 관람석에서
만일 어느 곡마단의 폐결핵을 앓는 허약한 여자 곡마사(曲馬師)가 흔들리는 말 위에 앉은 채 지칠 줄 모르는 끈질긴 관중 앞에서 채찍을 휘두르는 인정사정없는 단장에 의해 몇 달이고 쉬임없이 빙빙 사방으로 내몰려, 휙휙 말을 타고 지나며, 키스를 던지며, 가는 허리로 몸을 가누고 있다면, 그리고 만일 잠시도 그치지 않는 악대와 환풍기의 소음 속에서 이 곡예가, 잦아들다가는 새롭게 솟구치곤 하는, 기실은 피스톤인 손들의 갈채에 이끌려, 점점 더 크게 열려오는 잿빛 미래로 이어진다면━━그렇다면 아마도 회랑 관람석에 앉았던 젊은 관객 하나가 온갖 등급의 좌석을 모조리 지나는 긴 계단을 달려 내려와 공연장 안으로 뛰어들어 그만! 하고 외칠 것이다. 늘 분위기에 구색 갖추게 마련인 악단의 팡파르를 꿰뚫고.
그러나 사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예복 입은 당당한 사람들이 그녀 앞에서 개막하는 휘장 사이로 붉고 휘게 치장한 아리따운 여인이 나부끼듯 들어오고, 단장(團長)은 백골난망인 양 그녀의 눈길을 놓치지 않고 짐승들을 어르며 숨결을 그녀에게 맞추고, 조심스럽게 그녀를 잿빛 점박이 백마(白馬) 위에 들어올리며, 아슬아슬한 말타기에 나서는 그녀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주딸이나 되는 양, 채찍질로 신호할 결심을 차마 못하다, 마침내는 스스로를 추스려 요란한 신호를 보내고는, 말 곁에서 입을 벌린 채 따라 달리며, 여자 곡마사의 도약을 일일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추적하며, 그녀의 말 다루는 솜씨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영어로 경고를 주려 안간힘을 다하며, 타넘고 지나갈 바퀴를 든 마동(馬童)들에게는 노기등등해서 정신 바짝 차리라고 외쳐대며, 죽음의 대공중도약을 하기 직전에는 두 손을 치켜들어 악대로 하여금 연주를 멈추도록 환기시키고, 대단원에 이르러서는 그 작은 여인을 버둥거리는 말에서 들어올린 후 두 뺨에 입맞추고 관객이 아무리 경의를 표해도 그쯤은 어림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한편 그녀 자신은 그에게 기대어 발끝으로 아스라하게 서서는 휘날리는 먼지 속에서 두 팔을 벌리고 작은 머리를 뒤로 젖히며 그녀의 성공을 전체 곡마단과 나누고자 한다.━━일인즉슨 이러하므로 회랑 관람석 손님은 얼굴을 난간에 내민 채 마지막 행진 때는 아득한 꿈에 잠겨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 프란츠 카프카, 「회랑 관람석에서」(전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변신·시골의사』(전영애 옮김, 2009 1판 47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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