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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졸업 시즌의 단상(斷想)

by 답설재 2012. 2. 29.

 

 

 

 

 

졸업 시즌의 단상(斷想)

 

 

 

 

 

  Ⅰ

 

 

  2012년 2월이 간다. 올해도 2월이 지나간다. 졸업식도 지나갔다.

 

  졸업식 풍경을 보면, 우리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학생들은 변해서 답답해 죽겠다는데 학교는, 아니 교육은 '죽어라!' 하고 그대로다. 그 전통적인 교육의 힘으로 안 되니까 경찰을 불렀다. 경찰의 힘으로 아이들을 감시하게 했다. 그러면서도 학교를 열어야 하나…… 교육이 그런 것이었나?

 

  아이들은 왜 학교를 가는 것일까. 공부를 하러?

  아이들은 공부를 하려고 학교를 가는 것일까? 우리는 "그렇다"고 하고 싶고, 그렇게 대답하겠지만, 사실은 오늘도 잠에서 깨어난 그들의 삶을 위해 학교에 가는 것이 아닐까? 오늘은 혹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고.

 

  우리는 왜 학교를 열고 있는 것일까. 왜 경찰의 힘을 빌려서라도 학교를 열어야 하는 것일까.

  경찰은 이제 '일손'이 모자란다고 나설지도 모른다. 교사를 늘이는 것보다 경찰을 늘이는 것이 더 급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게 되겠지. '경찰은 그런 것이었나?' '이것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모습인가'……

 

  도대체 누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인가.

 

 

 

 

  "학생을 사랑하는 학교"

  "선생님을 존경하는 학교"

  어느 학교 교문에 크게 써놓은 그 지표를 보는 순간 생각난 것은 '저렇게 해놓고 부끄럽지 않을까?'였다.

  나는 왜 그걸 부끄러워하는 것일까?

 

  "그래, '학생을 사랑하는 학교'가 겨우 이 모양이냐?"고 교장이나 교사를 대어놓고 힐난하는 학부모는 없었을까?……

  '선생님을 존경하는 학교? 좋아하시네. 이게 무슨 학교야, 차라리 개판이지.' 화가 나서 그렇게 중얼거린 교사는 없었을까?……

 

  그럴 때, 그 지표를 써 붙인 사람은 뭐라고 설명할까. 그렇게 하겠다는 지표를 써놓은 것이라고 하겠지. 그렇다면 그걸 구태여 거기에 그렇게 써놓아야 할까? 아니야, 그렇게라도 해서 학생들과 교사들의 마음을 움직여 보고 싶어 한 것이겠지.

 

  대학입학전형에 몰두하면서도 "학생을 사랑하는 학교" "선생님을 존경하는 학교"가 지표가 되어야 하는 우리의 현실.

  입학준비에 혈안이 되어서라도 얼마든지 "학생을 사랑하는 학교" "선생님을 존경하는 학교"를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해야 하는, 또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고 강변해야 할 우리의 서글픈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