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 이하의 소수 방문객의 경우 차량 배차가 힘들다는 이유로 견학을 제한해온 현대자동차가, 오늘(2월 8일) 울산공업센터 지정 50주년을 맞이하여 단체가 아닌 단 1명이라도 공장견학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문화일일보, 2012.2.8,11면,「현대차...)
기사의 일부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전략)…
소규모 인원이 현대차를 견학할 경우 현대차 인터넷 홈페이지(http://pr.hyundai.com)를 통해 신청하면 매주 금요일 오후 1시30분에 회사버스를 타고 150만평이 넘는 울산공장을 견학할 수 있다.
방문 코스는 홍보영화 관람, 3공장 생산라인, 수출 선적 부두 순으로 구성했다.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상황별, 계절적 특성에 접합한 소정의 기념품도 준비한다.
…(중략)…
현대차 관계자는 "울산시민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이 울산에 있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함으로써 우리나라와 울산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울산=곽시열기자 sy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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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고, 공부시키기 참 좋은 세상입니다.
"온 나라가 학교폭력과 일진회 소탕으로 들썩이는데 그 무슨 소리냐!"고 한다면, "그럼, 그것만 해결하면 공부하고 공부시키기 참 좋은 세상"이라고 하겠습니다.
또 있습니까? 아, 수능시험 말씀이군요. "대학입시가 중요하지 까짓 현장견학이 대수냐?"고 하실 작정이시죠? "그럼, 학교폭력과 대학입시준비만 뺀다면 공부하고 공부시키기 참 좋은 세상"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참 한심합니다. 현장견학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나 울산의 현대자동차 공장에 대해서는 수능시험에 잘 출제되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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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차 교육과정이 고시되고,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어 연구실험학교를 운영하게 된 1998년이었지 싶습니다. 삼청동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 연구실험학교 선생님들의 연수회에서 나는 사회과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강의를 했고, 현장견학이나 토의·토론, 시청각학습, 역할놀이학습, 시물레이션 게임 같은 활동형 수업을 강조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이런 질문을 하는 장학사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학교에서는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 도 도청에서는 교육감 앞으로 학생들 현장견학 때문에 지장이 있으니 가능한 한 도청이나 시청 등 관공서 현장견학을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교육부에서 각 시·도청에 현장견학을 할 수 있도록 협조요청하는 장관 명의의 공문을 보내주십시오."
말하자면 장관이 도지사, 시장에게 현장견학 편의 제공을 요청하는 부탁을 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참 한심한 이야기 같지만 겨우 10여 년 전의 고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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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지막으로 학급 담임을 한 것이 1989년이었습니다. 그 1980년대에는 나는 걸핏하면 우리 반 아이들을 삼삼오오 짝을 지워주며 시청이나 동사무소, 소방서 같은 곳을 다녀오게 했습니다.
어느 해인가, 연달아 3학년 담임을 했고, 대여섯 분단으로 나뉜 아이들이 이태째 시청을 찾아가자 시청 직원이 그러더랍니다.
"야! 너희 담임이 ○○○이냐?"
"그런데요?"
"그럴 줄 알았다. 참 문제 많다. 어쩌구저쩌구."
그러던 교사가 교육부 사회과 편수관이 되었으니까 현장견학을 강조하고 싶어 안달이 났을 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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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많이 흘렀고, 교육환경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도 교육방법은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교실에 컴퓨터가 들어가고, 프로젝션 TV(?) 같은 최첨단 기기가 공급되고 있지만 교육방법은 여전히 주입식 강의, 단답식 발표, 선택형 문제 풀이 중심입니다.
문득 기업이 가장 빠르게 변하고, 정부기관이 가장 느리게 변한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이 생각납니다. 학교가 정부기관이라는 말은 아니지만 학교도 잘 변하지 못하는 곳에 속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학교란 곳은 본래 그렇다. 교육의 속성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며, 그 말에 얼마쯤 안도감을 느낀 적이 있고, 그게 굳어져서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어느 날 학교는 '천지개벽'식으로 변할 것입니다. 학교도 변해야 하는데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변해야 하는데 변하지 않고 있으니까 현장학습, 현장견학이 중시될 리가 없습니다. 단 5분, 10분만 하면 가르치고 배울 것을 두고 현장견학으로 시간 다 보내면 문제를 풀 시간이 줄어들어 대학입시에 지장을 줄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과학시간에 실험을 시키는 교사를 보고 학부모가 이렇게 항의했다지 않습니까?
"우리 아이가 대학입시에 실패하면 댁이 책임질 작정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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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심층적인 의미에서 볼 때, 언제나 교육은 앎에 관한 것이기보다는 행동에 관한 것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우리가 뭔가를 할 수 있기 전에 배워야 하는 것들을, 우리는 그것을 함으로써 배운다.")에서부터 갈릴레오 갈릴레이("누군가에게 뭔가를 가르칠 수는 없다. 당신은 오직 그가 스스로 그것을 발견하는 것을 도울 수 있을 뿐이다."), 닐(1921, '서머 힐'을 창립한 영국의 교육가, "나는 듣고 잊어버린다. 나는 보고 기억한다. 나는 활동하고 이해한다."), 아인슈타인("지식의 유일한 원천은 경험이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그 점을 지적해 왔다.
그럼에도 학교는 이 지혜를 무시해 왔고, 존 듀이의 말에 따르면 ‘퍼부어서 가르치는’ 쪽을 선택해 왔다.
- 로저샨크 Roger C. Schank, 2001. 「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 존 브록만 엮음·이한음 옮김, 『앞으로 50년』(생각의나무, 2002), 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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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교장을 한 그 5년간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조리 6일간의 현장견학을 실시하도록 했습니다.
학년별로 6회씩이면 6년 동안 6×6=36회의 현장견학을 하게 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독립기념관, 경주 불국사는 물론이고, 동네 앞 개울, 동사무소와 소방서, 시장(市場)…… 수영장, 스키장, 스케이트장, 학교 뒷산, 가을동산…… 그래도 교과서에 나오는, 아이들이 직접 가볼 만한 곳을 다 포함하기는 어렵습니다.
말도 마십시오. 사실은 개인별로는 6년간 36회가 되지만, 그 학교 운동장에는 1년간 36회씩 관광회사 버스가 들어오고 나갔습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1학년부터 6학년까지니까요.
뿐만 아니었습니다. 유치원도 있고, 특수반은 별도로 더 가겠다고 나서고, 스카웃 같은 청소년단체는 더 많이 갔으므로 학교가 거의 야단법석일 때가 많았습니다.
교장이 관광회사로부터 로비만 받지 않는다면 썩 괜찮은 일입니다. 해볼 만한 교육입니다. 가정에서 개별로 가면 돈이 더 많이 들고, 교육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일도 쉽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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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내가 근무하던 그 학교들은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겠습니까?
지금 농담하십니까?
그러다가 안전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집니까? 교과별 진도는 어떻게 하고, 전국단위 학업성취도검사 성적은 누가 책임집니까?
1년에 한두 번만 하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옛날에도 그랬으니까요.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주욱----.
나는 단지 그때 좀 미쳤었지요. 세상 물정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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