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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조르주 베르나노스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Ⅲ

by 답설재 2012. 2. 22.

조르주 베르나노스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

정영란 옮김, 민음사 2011

 

 

 

 

  

 

 

 

신부님에 대해 세 번째 얘기를 씁니다. 자꾸 쓸 수도 없고, 그래서 이 얘기를 쓰고 그만 쓴다고 생각하니까 섭섭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신부님께서 너무나 멋진 분이기 때문이며, 돌아가셨다는데도 현존하는 인물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무렇게나' 살아왔기 때문일까요? 사실은 그만큼 하고 싶은 일은 많았습니다. 우리의 국방이 어려울 때는 '내가 만약 군인이 되었다면 <손자병법> 같은 대안(代案)을 내었을 텐데……' 싶었고, 정치가 엉망인 걸 보면 '아, 정말 치사하게…… 그래, 바로 정치가가 되어야 했어.' 싶었고, 사회 정의가 구현되지 않는 걸 보면 판검사가 되지 못한 게 한스러웠고, 돈이 최고인 걸 실감하는 날은 사업가가 되지 못한 게 그만큼 후회스러웠습니다.

 

그런 것 말고도 되고 싶은 것은 아직 헤아릴 수 없습니다. 가령, 자신의 몸이 허약한 걸 어찌할 수 없다고 느낄 때나 몸이 아픈 딱한 처지의 사람들을 보면 만사를 제쳐두고 의사가 되어야 했다고 후회했습니다. '내가 의사라면 어떻게든 고쳐 놓을 텐데……' '내가 의사라면 돈을 떠나서 어떤 연구를 하든 저 불행한 사람을 일어서게 하고 말 텐데……'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그러다가 다른 일을 만나면 그것도 하고 싶었으나 정작 제대로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릴 때 주변 인물의 가르침으로, 혹은 어떤 책을 읽고, 그 가르침이나 책의 내용이 삶의 나침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면 "그래, 이렇게 살았어야 했어. 이게 진정한 삶이지……' 하고 가슴저린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더구나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들은 거의 다 그런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합니까? 이제 와서 '그래, 지금이라도 내 삶의 지침을 마련해줄 사람을 찾아나서자!'고 한다면, 저는 돈키호테나 다름없을 것 아닙니까? 마찬가지로 '그래, 늦었지만 어디 지금이라도 내 삶의 나침반이 될 책을 찾아보자!' 그것도 우습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런 책을 만난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르주 베르나노스가 그린 신부님의 모습 말입니다. 그 신부님이 소설 속의 인물이라는 게 저로서는 참으로 유감스럽습니다. 그렇지만 그 신부님을 만난 것은 지금이라도 다행스러운 일이고 어쩌면 행운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다른 유감스런 일이 또 있긴 합니다. 신부님은 종교인이고 저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따지고보면 별로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저만 마음으로 그 간격을 받아들이면 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설픈 글이지만 이미 두 번에 걸쳐 소개했으므로 사전처럼 찾아보고 싶은 '의미(키 워드)'들을 발견된 대로 나열해 보겠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 적어 놓을 걸 그랬습니다. 다음에 다시 읽을 때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부탁(89)

가난(93, 287~288), 그리고 가르침(~296)

세속적인 신부님 블랑제르몽 수석신부(101)

신부님의 행색(115)

교회의 부패(120)

순수함(129)

우리 신부님, 앙브리쿠르 본당 신부님에 대한 인물평(132)

스승 토르시 본당 신부님의 슬픔(132)

* 신부님의 문학적 표현(201)

혐오와 권태, 멸망(204)

아픔(206)

* 가장 긴 일기(206~253)

침착, 겸손(209)

아이들의 고통(212), 부모의 무너짐(214)

강자와 부자(224,228)

비참함(230)

백작부인의 깨달음과 죽음(240~241)

성당지기 아르센이 본 신부님의 모습(273)

성소(聖召)에 대한 깨달음(281)

노스승(282)

슬픔(316)

올리비에(백작부인의 조카)에게 눈물로써 사제의 모습을 보이다(342~344)

인간의 교만에 관한 끝없는 탐구, 반성(345) : 작가에게 부칠 수 있는 찬사

대화 : 샹탈 양과의 대화(349) : 종교에 비해 교육은 무엇인가? 왜 이 부분에서 교육을 생각해야 하는가?

행복한 마지막 아침(362)

죽음(380, 384~386)

눈물(381)

목소리(396)

아이들(397)

행복(399)

용서(403)

죽음의 시선(404)

*詩(404中~406上)

임종(405)

 

 

이건 뭐냐 하면, 가령 '슬픔'이 뭔지 알고 싶을 때는 316쪽에서 신부님을 만나보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행복에 대해서는 399쪽을 펴보면 알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