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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H.D.Mehlinger 외 『유네스코 社會科敎育 핸드북』

by 답설재 2012. 2. 3.

 

 

 

 

 

  H.D.Mehlinger 외 공저/鄭世九 외 공역, 『유네스코 社會科敎育 핸드북』(교육과학사, 1984) 

 

 

 

 

 

 

 

 

 

 

내 참, 읽지도 않은 책이 가지고 다니면서 이렇게 낡아서 흡사 제가 얼마나 많이 본 것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얼굴만 이렇게 됐으니 이래저래 미안합니다.

 

 

 

 

 

  이 책을 다시 소개합니다. 블로그의 <통계관리>는 방문자, 게시글, 친구, 블로그 유입의 네 가지 방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일전에 '블로그 유입'에서 '가상 여행'이라는 단어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아, 이 블로그를 찾아온 사람들 중에 <가상여행>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구나.'

  '내가 <유네스코 사회과교육 핸드북>에서 그 단어를 봤을 때는 충격에 휩싸였었는데……'

 

 

  사회과 교육에 관해서 좋은 책을 몇 권 읽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1984년경에 이 책을 읽고, 좀처럼 그 충격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단어들 때문이었습니다.

 

  육성단위(follow-up units), 영웅 동일시 집단(hero identification groups)

  학교 박물관 만들기

  자서전 기록하기

  편지 수집하기

  기념 책자 수집하기

  앨범 편집하기

  질문지 작성하여 조사하기

  시사 연구

  순번으로 레포트 작성하기

  구두신문(oral newspaper) 편집하기

  '수집가의 날' 제정

  사진을 첨부한 레포트 작성하기

  페스티발 개최하기 : (예) 아프리카에 사는 우리들의 친구의 음악, 현대 미국 시인들, 프랑스 화가의 세계, 일본 어린이의 그림, 세계의 민요 등

  소 유엔 개최하기

  학급여행 : 가상적 탐방

 

 

  예시할 만한 단어들을 찾으면 더 있을 것입니다.

  1980년대의 저에게 이 단어들이 충격을 주었다고 하면 지금의 관점으로는 우스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교과서의 내용을 잘 간추려 전달하는 것을 교사의 일반적 의무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면 '충격'이라는 단어에 대한 평가나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그렇게 가르치면서 '아무래도 이게 아닌데……' 했던 것이 사실이었으니까요.

 

  충격으로 다가온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이 단어들은 Zoya A. Malkova라는 소련의 학자가 쓴 「평화와 인간상호이해의 정신에 따른 아동교육수단으로서의 사회과」라는 글에서 발견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소련이나 사회주의 국가라면 아예 언급할 가치도 없는 곳이라는 생각에 젖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내용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지식주입식 교육에 젖어 있던 저에게 그 글 속의 위와 같은 단어들이 "사회과는 그렇게 가르치는 게 아니야!" 하고 안내해 주었고, "우리 소련에서는 이런 생각으로 가르치고 있어" 하고 소곤거려 주기도 했던 것입니다.

 

  "신중한 계획, 적합한 교재, 적절한 조직, 그리고 타당한 교수방법은 평화와 상호이해의 정신에 입각한 아동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사회과가 상당한 능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것들이다."

  "학생들은 교과서에 실린 지식에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교과서는 타 민족에 대한 존경과 이해를 가르치는데 기여한다."

  "학교 박물관은 상호 존중과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글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인간에게는 평화가 필요하다. 브레즈네프(Leonid Brezhnev)는 인류는 무기의 산(山) 위에 충분히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인류에게 행복을 향유하고 진보를 가져다 줄 안정되고 지속적인 평화가 요청된다. 그러나 평화는 타 국민에 대한 존경과 상호이해 정신을 함양하지 않고는 성취될 수 없다. 사회과의 중요한 목표는 평화정신을 진작시키고 타 국민에 대한 상호 이해의 정신을 기르는 데 있다."

 

  저에게 사회과를 가르쳐 준 책이 더 있었던 것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저의 안중에도 없었던 나라의 학자가 쓴 글에서 이러한 내용을 발견하게 해준 유네스코에 대해 저는 고마움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