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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싱가포르 교과서 보기『Discovering Our World─Our Neighbourhood』

by 답설재 2011. 10. 18.

『Discovering Our World─Our Neighbourhood』

 

 

 

 

 

 

 

싱가포르의 초등학교 2학년 사회과 교과서입니다(FEDERAL PUBLICATIONS, An imprint of Times Media, 2001. 4·6배판 본문 44쪽. 가격 0.8싱가포르 달러=약 723원, 2011.10.18현재).

우리나라로 치면 2학년 교과서보다는 어렵고 3학년 교과서보다는 쉬울 것 같았습니다.

우선 판권 페이지와 목차를 봤습니다. 싱가포르라는 나라의 특성에 따라 서구적이기도 하고 개방적인 면모도 보입니다.

 

 

 

 

 

 

 

 

목차가 좌우 페이지에 실리지 못하여 9~14 단원은 넘겨서 보도록 한 것은, 독자들(아이들)에게는 불편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판권 페이지 우측에 다른 내용을 싣고, 목차를 한눈에 보도록 해주는 것이 더 좋을 뻔했습니다.

 

 

 

 

 

목차에 이어, 전체적으로 이 책을 소개하고 있는 페이지들이 이어집니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도 갖게 하고, 전체적으로 안내할 만한 사항도 있습니다.

 

우선 「You'll Love to See」는 참 좋은 내용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하는 경향이긴 하지만 읽어보면 도대체 아이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해주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의 안내문을 보면 여유롭고 재미있게 구성해도 좋을 이 첫 페이지에서부터 무언가 깊이 있는 것을 많이 이야기해주려고 안달이 난 것 같고, 가령 고등학교 교과서를 보면 흡사 대학교재 머리말 같아서 한두 번 읽어서는 그 뜻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대체 그런 교과서로, 그렇게 살게 해서 무얼 하려는 것일까요? 교과서를 만드는 사람들이 부디 정신을 차려야 할 것입니다.

 

 

 

 

 

다음은 「ABOUT THIS BOOK」이라는 제목으로, 먼저 이 교과서에 나오는 주요 인물을 소개한 다음, 이 교과서로 공부하는 요령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두번 째 페이지의 공부하는 요령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교과서들도 유사한 자료를 제공해 주는 경향입니다. 그러나 교과서에 등장하는 인물을 소개하는 경우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거의 없는 사례입니다.

 

저는 예전에 교과서를 만들며 주인공 이름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습니다. 잘 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만한 고민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정부 수립 후, 우리나라 교과서(『바둑이와 철수』라는 국어 교과서)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름은 '철수' '바둑이' '영희' 등이지만, 우선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름으로는 평범한 이름이 좋은 이름입니다. 아이들이 교재 내용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간에 가령 '한국'이나 '꽃님'이 같은 이름을 보며 생각에 빠진다면 결코 잘 된 일이라고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교재 내용에 어울리는 이름이라야 할 것입니다. 1단원에서는 '영석'이가 소도시에 살고 있고, 유치원에 다니는 '순영'이의 오빠로 2학년인 아이였는데, 2단원에서는 그 '영석'이가 농촌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이라고 하면 그 교과서를 읽는 아이들은 의아해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며, 이런 것으로 아이들이 혼란을 느끼게 할 필요는 전혀 없는 일일 것입니다.

 

이름을 잘 지어야 할 이유는 더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혹은 평범하게 쓰이는 '평균적인' 이름이면 무난할 것입니다. 사실은 그런 이름을 찾는 것조차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교과서에 등장시킬 아이의 이름 하나에도 그와 같은 검토가 필요한 걸 보면, 교과서를 만드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교육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 교과서 발행사들은 지난 8월에 개정 고시된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새 교과서 개발로 매우 분주합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라면, 교과군제, 학년군제, 집중이수제,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묶은 창의적 체험활동 등을 특징으로 하는, 2009년에 나온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총론)이 있는데, 이번에 나온 교육과정도 그 이름이 2009 개정 교육과정입니다. 저는 그 이유를 잘 모릅니다. 어쨌든 이번에는 총론만 나온 게 아니라 교과별 교육과정까지 한꺼번에 나왔기 때문에 교과서를 새로 개발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의 교과서 개편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국정 교과서 혹은 검정 교과서로 구분되던 여러 교과목의 교과서가 인정 교과서로 대폭 전환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정 교과서는 교육과학기술부만 개발하여 공급하는 단일종인데 비해, 검정 교과서는 민간 출판사가 개발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심사(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를 받아 합격한 교과서들이므로 한 교과목에 여러 종류의 교과서가 나오게 되며, 인정 교과서는 국정이나 검정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개발하여 각 시·도 교육감의 심사를 받는 교과서입니다. 정부에서 많은 교과서를 인정 교과서로 바꾼 이유는 자율권을 확대하고자 한 것이므로 교과서 집필자들은 "나는 이런 교과서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던 그 뜻을 반영하여 더욱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과서가 개발되어 나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는 좋은 교과서가 개발되는데 걸림돌이 되는 또 무슨 이유들이 생기지 않고, 부디 좋은 교과서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 싱가포르 교과서를 본 이유는 오다가다 눈에 띄었기 때문이고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른 나라 교과서를 보면 어느 나라 교과서든 각각 무언가 배울 점이 있을 것입니다.

 

위 교과서의 각 단원은 일률적으로 두 페이지 혹은 네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교과서인가 싶을까봐 맨 마지막 단원을 보여 드립니다. 지면상 이 단원만 특별히 다섯 페이지로 되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