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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진실을 이야기하기

by 답설재 2011. 9. 28.

  지난 23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교육과정교과서연구회 주최 제6회 교과서의 날 기념식 및 학술심포지엄이 개최되었습니다.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주최 수필 공모전 입상자들이 상을 받았고, 우리나라 교과서 편찬에 큰 업적을 남긴 분들이 교육과학기술부장관 감사패를 받았습니다.

 

  감사패를 받은 한 분이 이런 요지의 인삿말을 했습니다.

 

  "교육부에서 꼭 거쳐야 할 세 부서가 있다. 보통교육국(초·중등교육 업무), 고등교육국(대학교육 업무), 편수국(교육과정·교과서 업무)이었다. 나는 편수국 근무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자주 편수국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했다. 편수국은 교육과정, 교과서를 통해 교육의 기본, 기준을 제시하는 곳이다. 교육의 중립성도 그런 기준으로서의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닌가 싶다. 그때 그때 이것이 옳다가 저것이 옳다가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교육의 기본, 기준은 이리저리 흔들려서는 안 된다. 또 교육과정, 교과서는 현재 상황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오랜 연구와 검증을 거쳐 결정되는 것으로 너무 오래 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너무 쉽게 바꾸는 것도 문제가 있다."

 

  그분은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 편수국 직원들이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국정교과서 사장 때 일을 참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 날 이 얘기도 아주 감명 깊게 들렸습니다.

 

  그분은 편수 전문가가 아닙니다. 어쩌면 비전문가가 오히려 좋은 이야기를 하기가 쉽습니다. 진실을 이야기하기만 하면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좋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다시 말하면 진실을 이야기하고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하기란 사실은 매우 간단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드물고, 남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도대체 왜 그렇겠습니까?

 

 

 

 

감사패를 받은 한명희 전 편수국장, 정완호 전 과학 편수관(전 한국교원대학교 총장), 조규향 전 차관(동아대학교 총장)

 

 

 

심포지엄 발표자들 : 왼쪽부터 토론자 서지영(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토론자 조성준(금성출판사 교과서개발연구실장), 주제발표자 김재춘(영남대학교 교수, 세계교과서연구학회 아시아담당이사), 토론자 김대현(부산대학교 교수, 한국교육과정학회 회장), 토론자 박삼서(영등포여자고등학교 교장), 종합토론 사회자 구난희(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심포지엄 전체 사회를 맡은 내가 저 분들을 소개하는 동안 모두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나는 평소에 스스로는 웃을 일이 별로 없지만, 이런 자리에서는 참석자들이 틀림없이 미소를 짓게 해줄 수 있습니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인사를 나누는 장면입니다. 방청객들도 인사를 나누고 있고, 사진 저쪽을 보면, 사회를 맡은 내가 발표자, 토론자들과 차례로 인사를 나누고 있습니다.

 

 

 

 

  <추신>

우리 한국교육과정교과서연구회는 전직 편수관 출신 모임입니다. 정부에서 교육과정, 교과서 관련 행정을 한 사람들 중에는 아직 젊은 사람들도 있지만, 왠 일일까요? 거의 이 회에 나오지 않습니다.  털어 놓고 말하면 그날 나온 회원 중에도 우리 나이 66세인 내가 제일 젊은 사람이었다면 할 말이 없지 않습니까?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런데도 아무도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세상엔 이런 회도 있습니다.

회장단이 젊어야 합니다. 늙은이들이 자꾸 회장을 맡으니까, 그것도 대부분 연임을 하니까, 회의에 나가보면 늙은이들이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하니까 누가 나가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