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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교과서 개발 연수 후기(Ⅲ)

by 답설재 2011. 8. 15.

 

 

 

  2주간의 교과서 개발 전문가 양성 연수가 끝났습니다.

  첫 주의 초등 과정에는 겨우 여덟 명, 둘째 주의 중등 과정에는 스무 명이 참여했으므로 인원 수로 보면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이 연수에 대한 홍보 부족 때문입니다. 겨울 과정을 위한 홍보는 잘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선생님, 멋진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하기야 저는 현직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선생님들은 다 훌륭하다" "다만 행정가들이 그분들을 옳게 평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그건, "아이들은 다 아이들답다"는 논리와 같은 것입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을 원망한다면 선생님 자격이 없는 걸 자인(自認)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입니다.

 

  신정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는 네 명의 국어과 선생님들이 참여했습니다. 그분들 중에는 국어가 부전공인 분들이 대부분이라는 걸 나중에 알고 더 감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교육행정가들은 걸핏하면 교원들을 교육혁신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그러다가 불리함을 느끼는 어느 순간, 교원들은 혁신의 주체이지 대상이 아니라며 발뺌을 합니다.

  학교에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다섯 명만 되면 학교를 혁신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교장도 있습니다. 그런 교장이나 그 교장을 임용한 사람이나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심하므로 그들부터 혁신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도대체 이처럼 합리적이고 열정적인 선생님들을 두고 왜 그처럼 말이 많은지 모를 일입니다.

 

  그 중 한 분의 연수후기를 싣습니다. 지난 금요일까지 함께한 그분들이 그립습니다.

 

 

 

 

교과서 개발 전문가 양성 직무연수를 마치고

- 일등보다는 열정이 중요함을 다시금 깨달아 -

 

 

 

 

                                                                                                                              신정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 성원식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한 시간 한 시간 즐거운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까’ 나름대로 고민하면서 지낸 세월이 30년 가까이 되었으니, ‘교과서만큼은 누구보다도 내가 전문가’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번 재단법인 한국교과서연구재단에서 개설한 ‘교과서 개발 전문가 양성 직무연수’는 내 판단이 매우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네 명의 교사가 함께 연수에 참여했다.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의 수준에 알맞은 교재를 개발하여 가르쳐야 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교재를 다른 학교나 어느 교육기관에서도 찾을 수가 없어 고민하던 중에 교과서 개발 연수를 실시한다는 공문을 보게 되어 같은 과목을 지도하는 교사들과 협의를 하게 되었고, 재미는 없을 것 같지만 일단 과 협의회를 하는 기분으로 함께 참여해보자고 강권했던 것이다.

 

  다행히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추측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강의 일정 소개를 듣고 ‘이번 연수는 연수라기보다는 보물을 찾았다'는 기쁨이 더 크게 가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교과서에 대한 전문가를 총망라할 만큼 강의진이 탄탄한 것을 확인하고는 마치 초등학교 입학할 때 어머니 손을 잡고 교문에 들어설 때처럼 심장이 뛰었다.

  첫날 연수를 마치고 돌아가는 시간에 소나기가 퍼부었다. 유난히 잦은 올 여름 소나기는 지긋지긋한 느낌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그날 대각선으로 쏟아 붓는 소나기는 그동안 교직생활에서 타성에 젖은 내 머릿속 티끌을 씻어내 주는 것 같았다.

 

  둘째 날까지의 강의가 끝나자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대해 어렴풋하나마 기본적인 얼개가 정립되는 것 같았다. 교과서 정책이 어떤 과정을 통해 변모해 왔고, 미래의 교육과정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전문 강사님들의 다각적인 분석과 날카로운 비판을 토대로 강의를 듣다보면 피곤함도 잊게 되었다.

  함께 강의를 듣는 20명 정도의 선생님들이 한 분도 빠지지 않고 졸지도 않는 모습을 보고 이번 연수는 정말 연수가 아니라 마법에 도취된 공간인 것처럼 느껴졌다.

 

  셋째 날은 (주)교학사와 (주)미래엔을 견학했다. 이런 견학도 그동안 자주 경험해 봤지만 지도하는 선생님의 열정이 일상적인 견학의 경험을 넘어서 깨달음을 얻기에 충분했다. 특히 ooo 선생님의 구수하면서도 뼈 있는 이야기는 교과서 공장을 보면서도 교육과정을 연상케 했고, 강의를 듣는 선생님들도 마치 교과서를 집필하는 열정으로 기계 소리와 부딪히는 느낌이었다.

 

  넷째, 다섯째 날에도 그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어떻게 교과서를 개발하고, 교과서 편집과 디자인에는 어떤 기법이 있는 지도 매우 흥미로웠다. ‘여백은 남는 공간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하나의 백색 공간(형체)다’라고 했다. 어쩌면 학생, 학부모, 교사라는 3주체에도 여백의 긍정적인 의미는 존재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번 주에도 내내 간간히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면서 교과서 개발에 매진한 수많은 전문가들, 우리에게 그 전문성과 사례를 전달해주는 강사님들의 땀방울이 보이는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연수를 개설해주신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전찬구 이사장님, 연수 전반을 열정으로 이끌어주신 OOO·임이균 선생님, 최선을 다해 주신 훌륭한 강사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다음엔 꼭 심화연수를 개설해 주기를 기대한다.

 

   

 

 

이 연수는 오는 겨울에도 실시됩니다.

겨울 과정은 초등(제3기)은 2012.1.9~1.13(5일간), 중등(제4기)은 2012.1.16~1.20(5일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각 30시간씩입니다.

연수경비는 본인 부담 70,000원(재단 부담 80,000원)이며,

언제나 신청 가능합니다. 전화 02)2651~1950,1951

학원처럼이라면 "전국 유명 강사 초빙" "성실·책임 지도"

"완벽한 이론과 실습 병행" "추수지도 가능"……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교과서연구재단에서는 이 연수를 진행하면 할수록 재정상으로는 손실이 쌓이지만,

전국 각지의 교과서 개발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