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할 것입니다. 한때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백 명이 모인 교육청 대강당이나 시민회관 같은 곳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그런 특강이 몇 번이었는지 모릅니다. 수없이 많이 했습니다. 교장을 할 때는 제 강의를 듣고 눈물을 흘린 교원도 더러 있었습니다. 이 블로그 어딘가에 그런 교원이 남긴 댓글이 있을 것입니다.
이 여름에 나는 한국교과서연구재단의 교과서 개발 전문가 양성연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국을 대상으로 연수생을 모집했는데 지난 주 초등 과정에는 딱 8명이 참여했습니다. 그것도 서울의 어느 두 학교 교장에게 사정을 해서 몇 명 더 모은 것이 그렇게 됐습니다. 저 남녘 광주에서 부부 교사가 캠핑카처럼 자녀 두 명을 태우고 와서 참여했고, 파주에서 교감 한 명, 나머지 5명은 서울의 교사였습니다. 연수 중에 교육청 출장 갈 일이 있으면 결석이 허용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어느 시간에는 달랑 5명이 강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전국 최고 수준의 강사를 섭외해서 당초 계획대로 진행했습니다. 그러면서 연수생이 적은 걸 보고 강사들이 실망할까봐 가슴속의 이야기를 꺼내어 호소했습니다. "이번 여름 연수는 홍보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겨울에는 많이 올 것입니다." "우리는 적은 인원이라도 정말로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나는 남은 열정을 모두 꺼내 그 연수생들에게 애정을 쏟았습니다. 아무것도 섭섭하거나 그렇지는 않았고, 그 연수생들이 고맙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하여 초등 과정이 끝났습니다. 이번 주의 중등반에게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다음은 연수를 마치고 돌아간 어느 선생님의 연수 후기입니다.
<연수후기>
교과서 개발 전문가 양성 연수를 마치고
연수번호 3번 이종우
꿈결 같은 한 주일이 지나갔다. 이렇게 감동적인 연수를 받아본 적이 있을까?
주제가 신선하기는 했지만 그다지 큰 기대 없이 덤덤한 마음으로 시작된 연수가 하루 이틀 지나면서 연수를 신청하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으로 변했다. 하마터면 이런 연수가 있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지나가 버릴 수 있었는데 우연히 알게 된 것, 달랑 여덟 명의 적은 인원으로도 강좌가 개설된 것, 그것도 제1기 연수생이라는 것을 알고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을 했다. 10명도 안 되는 인원이지만 전국적으로, 세대별, 성별로 균형을 이루었고, 연수를 가능하게 해 준 소중한 연수 동기생들이었다. 연수생보다도 강사님이 더 많아 개인 과외를 받는 기분이었고,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제일 앞자리에 앉고, 최소한으로 졸았던 연수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열정적인 강사님들 앞에서 졸 수도 없었지만, 하루에 5시간 300분씩을 앉아 있다 보니 전날 컨디션 조절을 못 한 날은 체력의 한계가 느껴지는 순간이 가끔 있기는 했다.
시간 시간마다 등장하는 화려한 이력의 강사님들은 주로 현직 교장선생님, 교과부 및 교육청 직원, 대학 교수님이셨는데 100분, 200분 강의가 짧게 느껴지기만 했다. 첫날 첫 시간의 혼이 담긴 강의에 감동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인지, 여름 휴가철인데도 전국 각지에서 오신 강사님들이 소중한 지식과 경험을 전달해 주실 때마다 그 진심과 열정이 느껴졌고, 충실한 내용으로 제작된 연수교재가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 같았다.
셋째 날, 교과서 발행사 현장견학은 강의로 들었던 과정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해 준 프로그램이었다. 공장을 견학하면서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직원들과 곳곳에서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묵묵히 해내는 공장 직원들을 보면서 삶의 교훈도 얻을 수 있었다. 교과서가 아니더라도 책 한 권을 꼭 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터라 출판사 현장견학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고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견학 프로그램 덕분에 교과서 집필 과정도 상세하게 알게 되었고,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복잡하다는 것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현장에서 20년을 생활했고, 늘 교과서와 함께하는 교직생활이었지만, 막상 교과서에 대해 이렇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교재연구를 할 때 교과서를 쓴 사람의 의도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해 준 연수였다. 아마도 방학을 마치고 2학기 수업을 할 때는 교과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것 같다. 이 연수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름방학은 너무나도 보람 있었다고 자부하고 싶다.
현장에 꼭 필요한 유익한 이 연수가 주변에 널리 알려져서 더 많은 교사들이 연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연수를 개설해 주신 한국교과서연구재단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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