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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국제 교과서 심포지엄 후기 Ⅰ

by 답설재 2011. 6. 15.

 

 

 

국제 교과서 심포지엄 후기 Ⅰ

 

 

 

 

 

  지난 4월 28일, 한국교과서연구재단에서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에서 국제 교과서 심포지엄을 개최했습니다.

  그 행사는 대단했습니다. 10여 명의 국내 학자는 물론 세계교과서연구학회 회장(노르웨이 학자)을 비롯한 5명의 외국 학자가 온 것도 그렇지만, 당초 예상 인원 300명보다 훨씬 많은 500여 명이 참석한 것도 그렇고, 점심시간 후에는 대부분 돌아갈 줄 알았는데 오후 6시가 넘도록 자리를 지킨 참석자들의 열의도 대단했습니다.

 

 

 

 

  교과서를 보는 관점을 '교과서관(敎科書觀)'이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과서관은 교과서를 성전(聖典) 혹은 바이블과 같이 여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과서를 성경이나 불경, 코란처럼 중시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실상을 따지고 보면 그 '중시(重視)'라는 것이 '성전'만큼 좋아하기는커녕 지긋지긋하게 여긴다는 뜻도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교과서에 쓰인 내용이라면 무조건 다 외워야 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실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교육을 지긋지긋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뭐가 지긋지긋한 것이겠습니까.

 

 

 

 

  제 생각으로는 교과서의 내용을 외우는 나라의 교육이 세계적으로 제일 형편없는 교육이 아닌가 싶습니다. 교과서의 내용을 많이 외우게 하는 나라일수록 교육적으로는 제일 뒤진 나라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학자들 중에는 "창의력이니 사고력이니 하지만 우선은 기초·기본이 되는 것을 많이 외우게 하는 것이 충실한 교육"이라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니 대부분 그렇게 여깁니다. 심지어 교원을 양성하는 어느 대학의 총장도 그렇게 주장합니다.

 

  불행하고 의아한 것은, 그런 학자들은 "그럼, 도대체 몇 학년까지, 초·중·고·대학교 중 언제까지 그런 교육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곧 교사가 될 대학교 4학년에게도 암기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 총장에게 "도대체 그럼 언제 창의력이나 사고력을 길러주는데 주력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그걸 가르칠 필요는 없다. 나처럼 이런 자리에 앉으면 저절로 사고력, 창의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대답할는지도 모릅니다.

  얼마나 답답한 노릇입니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우리는 그런 교육을 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 교과서도 주입식 교육, 암기 교육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교과서를 '성전' '바이블'처럼 중시하는 현상을 비판하는 몇몇 학자들은, 교과서를 "단지 다양한 학습자료 중의 한 가지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그런 견해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교과서는 아무리 중시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를 말하라면 교과서를 '학습자료'의 일종이라고 여기며 중시하는 것은 좋지만, 그러다가 "에이, 이까짓것!" 하며 봐도 그만 팽개쳐도 그만인 존재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러고보면 이래저래 교과서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학자들은 교과서의 내용은 그렇게 암기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면서도, 교과서에 대한 연구에는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오죽하면, 우리나라에는 교과서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예를 들겠습니다. 가령 "우리나라의 교과서 연구 현황과 과제"라는 제목의 문제를 낸다고 합시다. 과연 우리나라에 이 문제에 답하는 글을 쓸 수 있는 학자나 행정가가 있겠습니까? 저는 있다고 해도 한두 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언합니다.

  많이 늦었지만 교과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예의 심포지엄을 보도한 신문은 동아일보 한군데 뿐이었습니다. 동아일보는 이 심포지엄의 후원기관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만큼 교과서에 대한 관심이 적습니다.

  그러나 교과서의 어떤 내용이 틀렸다는 것이 밝혀지면 그런 기사는 대서특필이 될 것입니다. "엉터리 교과서!"

  그런 것을 대서특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일 것입니다. 일본만 해도, 그 나라의 교과서 오류사항에 대한 기사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왜 그렇겠습니까? 일본 교과서에는 틀린 내용이 전혀 없겠습니까? 아니면 교과서의 권위를 지켜주기 위해 신문에 내지 않고 수정하게 하는 것이겠습니까? 어느 쪽이 더 교육적입니까?

 

  동아일보 기자는 "교과서 검정(검증×, 검정○)-평가" "국가 정체성 관련 교과서의 관리"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다른 신문사의 다른 기자가 더 왔더라면 다양한 기사를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동아일보, 201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