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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심포지엄에 오십시오

by 답설재 2011. 4. 15.

 

 

 

 

심포지엄에 오십시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님을 국제 교과서 심포지엄에 초청합니다.

 

 

 

 

  발버둥을 치는 것이 아닌데도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고, 구차할 때도 있고, 조심스럽기도 하고, 어쨌든 어렵습니다.

 

  며칠 전 한 신문에 실린 <인터넷 유머>의 제목이 '나이'여서 살펴봤더니 가령 55세는 '좋은 일이 있어도 건강이 걱정되는 나이', 100세는 '인생의 과제를 다하고 그냥 노는 나이'라고 되어 있고, 그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나이를 보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60세 : 동갑내기 할아버지들에게 동정심을 느끼는 나이

  70세 :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마지막인가'를 생각하는 나이

  72세 : 뭘 하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나이

  74세 : 미물도 사랑스러운 나이

  88세 : 한국말도 통역을 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나이

 

  하필 그 나이가 되면 그렇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예를 들어 60세인 사람이 '할아버지'인지도 의문이고, 저는 그 나이 때 같은 60세들에게 동정심을 느끼지도 않았습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면 노인들을 섭섭하게 할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소외감을 느끼고 걸핏하면 섭섭합니다.

 

 

 

 

  저런 말을 들을까봐 학교나 교육청 주변에는 얼씬거리지 않고 지내려고 주의를 기울입니다. 우선 사람이 추하게 보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십시오. 살아 있는 사람이 어떻게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 봄에는 다음에 소개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국제 행사입니다. 날짜와 장소 등을 정하고, 발표자, 토론자, 사회자를 정하고, 그에 따른 잡다한 일을 진행해 나가는 게 그리 간단하진 않았습니다.

 

  이 일을 꾸미면서도 될 수 있는 대로 나서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전화조차도 적게 하려고 궁리를 거듭했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있는 지금 여기 이 세상은 다른 사람들에겐 분명히 이승이겠지만, 나에겐 저승은 아니지만 이승도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므로 저 같은 사람을 자문역으로 불러준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이사장은 저에겐 꽤나 괜찮은 사람입니다.

 

  덧붙이면, 돈이 되는 일은 아닙니다. 돈 되는 일을 하려면 다른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심포지엄과 함께 약 20개국 교과서 전시회도 엽니다.

  장소가 국립중앙박물관이어서 더 좋습니다. 심포지엄이 지루하면 박물관 구경을 하면 되고(특별전시실을 제외하면 누구에게나 무료), 가족공원을 거닐어도 좋은 봄날입니다.

 

  점심도 1만 원짜리 도시락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제목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교과서 정책 동향과 전망」이라는 심포지엄 자료집, 「주요국의 교과서 제도 요람」 두 가지 인쇄물과 함께, 역시 아직 품목을 확정하진 않은 선물도 무료로 제공하게 됩니다.

  전철 이촌역에서 내려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아직 그 박물관에 가보지 않았다면 이 기회에 한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강당이 4백석도 더 되기 때문에 저를 만나기가 역겨우면 만나지 않아도 되지만, 이 블로그 보고 왔다면서 아는 체하시면 무척 반가울 것입니다.

  부디 꼭 오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