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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학교자율화의 관점과 과제

by 답설재 2011. 3. 15.

 

 

 

학교자율화의 관점과 과제

 

 

 

 

  정보 과잉, 권력 이동, 디지털 혁명, 급격한 변화, 지식의 시대…… 지난해 연말 세계의 언론들은, 앨빈 토플러가 40년 전에 『미래의 충격(Future Shock)』에서 제시한 그림들이 놀랍도록 들어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용어들만 일별해도 당시에는 참신했던 것들이 현재에는 상투적인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토플러가 30년 전에 내놓은 책 『제3의 물결』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노동의 터전이 논밭과 가정에서 공장으로 이동함에 따라 아이들은 공장노동에 적응하는 교육을 받을 필요가 생기게 되었다. ……. 공장을 모델로 해서 설립된 대중교육(Mass-education)의 교과과정은 세 개의 덕목(德目)으로 되어 있다. 그것은 시간 엄수, 복종, 기계적인 반복작업에 익숙해지는 일이다.”

 

  토플러가 주장한 것은, 그러한 세 가지 특징은 산업사회를 위한 교육의 구태의연한 특징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이미 지식의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던 1980년대의 관점에서 보아도 당장 폐기되어야 할 관습이라는 뜻이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이후 세계 여러 나라 교육은 토플러의 그 관점을 반영하는 개혁의 도도한 흐름을 보여주었고, 더구나 그러한 개혁에 지속성이 없으면 후진을 면할 수 없다는 신념에 의해 교육선진국에서는 지금도 끊임없는 혁신이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이와 같은 시대적 조류에 따라 그동안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 규제 위주, 공급자 위주의 교육체제를 보다 다양하고 자율적인 교육, 수요자 위주의 교육으로 바꾸고 교육과정도 민주화하자는 패러다임 전환적 내용을 많이 담고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사실은, 그러한 개혁안들이 때로는 세계화를 앞세운 신자유주의여서 못마땅하다는 비난이나 형평성보다는 수월성에 치우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 더구나 실제로 그 이념이 구현되어야 할 학교현장에서는 흔히 전통적인 관습에 부딪쳐 이미 효력이 상실된 획일적인 교육방법을 고수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2009년 5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발표한 학교자율화 추진방안은 바로 우리나라 초·중등교육 현장이 아직까지도 산업화 시대의 획일적인 공교육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여 결국은 교육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으로 보였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과학 성취도 국제비교연구(TIMSS)의 성적 순위에서는 우수한 결과를 나타내면서도 학습흥미도에서는 수학 43위, 과학 27위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학습의 효율성에서는 OECD 국가 중 하위권을 기록한 것은 단적인 사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교육이 이처럼 획일화되고 경쟁력이 저하된 직접적인 이유는, 학교장에게 교육과정, 교원인사와 관련된 권한이 없어 학생, 학부모 등 교육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한 학교 단위 책임경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우리 교육의 고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기본적인 관점이 되었으며, 교육과정 자율화와 교원인사의 자율화, 자율학교 확대, 학교현장 지원체제 구축 등을 주요내용으로 한 학교자율화 방안이 실현되어야 학교교육이 다양화되고,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인재양성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므로 당시의 '학교자율화' 정책은, 열정 있는 교사들이 원하는 학교에서 학생·학부모의 요구를 반영한 수요자 중심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특색 있는 학교경영, 책무성 높은 학교경영으로 교육의 수준을 높이자는 필수과제이며, 학교교육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임으로써 지역이나 학교별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사교육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신념을 나타낸다.

 

  이 과제에 대해 다시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지금 각 학교에서는 이 과제의 추진에 강력한 책무성을 가지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실현해 갈 것인지를 재검토하는 일이다.

  만약 “우리 학교는 교과목별 이수시간을 시간배당기준의 20% 범위 내에서 잘 조정하고 있으며, 교사초빙도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다시 뭘 하라는 말이냐?”라고 묻는다면 그 학교는 아직 학교자율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학교자율화를 이루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적 조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만을 학교자율화의 과제라고 여겼다면 그러한 관점이야말로 획일적, 규제적 관점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며, 우리 교육의 혁신은 요원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자율화는 우리나라 학교교육이 하루빨리 산업사회의 교육체제를 탈피하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성과 창의성이 풍부한 경쟁력 있는 인재를 육성하자는 제안이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