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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교과서 개발 연수 후기(Ⅰ)

by 답설재 2011. 8. 8.

옛날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할 것입니다. 한때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백 명이 모인 교육청 대강당이나 시민회관 같은 곳에서 특강을 했습니다. 그런 특강이 몇 번이었는지 모릅니다. 수없이 많이 했습니다.  교장을 할 때는 제 강의를 듣고 눈물을 흘린 교원도 더러 있었습니다. 이 블로그 어딘가에 그런 교원이 남긴 댓글이 있을 것입니다.

 

이 여름에 나는 한국교과서연구재단의 교과서 개발 전문가 양성연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국을 대상으로 연수생을 모집했는데 지난 주 초등 과정에는 딱 8명이 참여했습니다. 그것도 서울의 어느 두 학교 교장에게 사정을 해서 몇 명 더 모은 것이 그렇게 됐습니다. 저 남녘 광주에서 부부 교사가 캠핑카처럼 자녀 두 명을 태우고 와서 참여했고, 파주에서 교감 한 명, 나머지 5명은 서울의 교사였습니다. 연수 중에 교육청 출장 갈 일이 있으면 결석이 허용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어느 시간에는 달랑 5명이 강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전국 최고 수준의 강사를 섭외해서 당초 계획대로 진행했습니다. 그러면서 연수생이 적은 걸 보고 강사들이 실망할까봐 가슴속의 이야기를 꺼내어 호소했습니다.  "이번 여름 연수는 홍보가 되지 않아서 그렇지 겨울에는 많이 올 것입니다."  "우리는 적은 인원이라도 정말로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나는 남은 열정을 모두 꺼내 그 연수생들에게 애정을 쏟았습니다. 아무것도 섭섭하거나 그렇지는 않았고, 그 연수생들이 고맙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하여 초등 과정이 끝났습니다. 이번 주의 중등반에게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다음은 연수를 마치고 돌아간 어느 선생님의 연수 후기입니다.

 

 

<연수후기>

 

교과서 개발 전문가 양성 연수를 마치고

 

연수번호 3번 이종우

 

꿈결 같은 한 주일이 지나갔다. 이렇게 감동적인 연수를 받아본 적이 있을까?

 

주제가 신선하기는 했지만 그다지 큰 기대 없이 덤덤한 마음으로 시작된 연수가 하루 이틀 지나면서 연수를 신청하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으로 변했다. 하마터면 이런 연수가 있었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지나가 버릴 수 있었는데 우연히 알게 된 것, 달랑 여덟 명의 적은 인원으로도 강좌가 개설된 것, 그것도 제1기 연수생이라는 것을 알고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을 했다. 10명도 안 되는 인원이지만 전국적으로, 세대별, 성별로 균형을 이루었고, 연수를 가능하게 해 준 소중한 연수 동기생들이었다. 연수생보다도 강사님이 더 많아 개인 과외를 받는 기분이었고,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제일 앞자리에 앉고, 최소한으로 졸았던 연수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열정적인 강사님들 앞에서 졸 수도 없었지만, 하루에 5시간 300분씩을 앉아 있다 보니 전날 컨디션 조절을 못 한 날은 체력의 한계가 느껴지는 순간이 가끔 있기는 했다.

 

시간 시간마다 등장하는 화려한 이력의 강사님들은 주로 현직 교장선생님, 교과부 및 교육청 직원, 대학 교수님이셨는데 100분, 200분 강의가 짧게 느껴지기만 했다. 첫날 첫 시간의 혼이 담긴 강의에 감동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인지, 여름 휴가철인데도 전국 각지에서 오신 강사님들이 소중한 지식과 경험을 전달해 주실 때마다 그 진심과 열정이 느껴졌고, 충실한 내용으로 제작된 연수교재가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 같았다.

 

셋째 날, 교과서 발행사 현장견학은 강의로 들었던 과정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해 준 프로그램이었다. 공장을 견학하면서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직원들과 곳곳에서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묵묵히 해내는 공장 직원들을 보면서 삶의 교훈도 얻을 수 있었다. 교과서가 아니더라도 책 한 권을 꼭 쓰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터라 출판사 현장견학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고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견학 프로그램 덕분에 교과서 집필 과정도 상세하게 알게 되었고, 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복잡하다는 것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현장에서 20년을 생활했고, 늘 교과서와 함께하는 교직생활이었지만, 막상 교과서에 대해 이렇게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교재연구를 할 때 교과서를 쓴 사람의 의도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해 준 연수였다. 아마도 방학을 마치고 2학기 수업을 할 때는 교과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것 같다. 이 연수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름방학은 너무나도 보람 있었다고 자부하고 싶다.

 

현장에 꼭 필요한 유익한 이 연수가 주변에 널리 알려져서 더 많은 교사들이 연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연수를 개설해 주신 한국교과서연구재단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