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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수요자 중심 교과서

by 답설재 2011. 9. 9.

 

 

지난 6일(화) 오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열린 "수요자 중심 교과서 개발 방안 세미나"에서 발표한 원고입니다.

 

우리나라는 교과서가 학교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입니다. 지식주입식 교육에 멍이 들어 있지만 그 병을 얼른 고치려는 지도자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우선 교과서부터 잘 만들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과서에 대한 투자는 그만큼 적극적이라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너무 단순한 비교가 되겠지만, 서양의 대여제 교과서를 구입하려면 7~8만원이 드는데 비해 우리 교과서는 비싼 것이라야 겨우 몇 천원입니다. 한 해만 쓰고 버리는 우리나라 교과서에는 몇 년을 물려 쓰는 서양의 대여제 교과서만큼 투자를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날 세미나에는 교과서 발행사들의 편집자들이 많이 왔는데, 국어과 발표와 토론이 끝난 2부 휴식시간에는 많이 돌아갔습니다.

"재미있는 교과서? 말은 쉽지, 그걸 어떻게 만들어!"

삼삼오오 세미나장을 떠나며 그렇게 말하는 편집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이날 세미나에서 이미 '교과서를 재미있게 만드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 같은 걸 떠올리고 다른 사람이 방심하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비아냥거렸을 것입니다.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정보자료실에서는 재미있게 만든 여러 나라 교과서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제 원고에도 그런 사례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수요자 중심 교과서

 

 

 

‘수요자 중심 교과서’라는 표현을, 바로 그 수요자인 학생들이 듣는다면 의아해할 것이 분명하다. "교과서"라 함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사용되는 학생용의 서책·음반·영상 및 전자저작물 등”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2조 제2항). 학생들은 “왜 굳이 ‘수요자 중심 교과서’라는 말을 해야 하는가?”, “선생님들께는 지도서가 있지 않느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의아해할 것은 마찬가지다. “우리는 ‘교사 중심 교과서’를 만들어 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이의를 제기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자 중심 교과서’라는 주제는, 그동안 우리나라 교과서 편찬 역사에서 다양한 표현으로 제시되어온, 오래된 과제로 남아 있고, 다른 나라에서는 아예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유독 우리만 애로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은 과제가 되고 있다. 그만큼 고질이 되어 있어서 좀 과격한 표현을 한다면 “아마도 우리 교육에 일대 혁명이 일어나지 않고는 도저히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는 어려운 과제”가 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경험한 기간 중에서도 그 경험에 대해 직접적인 대답을 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수요자 중심의 교과서 개발’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Ⅰ. 수요자 중심 교과서에 대한 요구와 실태

 

 

 1. 정책적 요구

 

가. 제7차 교육과정기의 정책

 

1999년 봄, 교육과학기술부가 답습해온 교과서 발행 제도에 대해 특이하고도 강력한 도전, 혹은 비판이 제기되었다. 학자들이나 현장으로부터의 비판이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과 다수의 고위직으로부터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이 비판과 이 비판에 대한 대응은, 필자의 견해로는, 단기적으로는 교과서 발행 제도를 관장하는 부서에 힘을 실어주는 듯했으나, 이후 실제로는 교과서 행정에 관해 교육과학기술부가 가진 ‘성역(聖域)’ 같은 권한이 차츰 무너지고 개방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결과를 나타내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교과서의 외형적 체제 발전으로 보면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제7차 교육과정이 개정 고시된 이듬해인 1998년 3월부터 교육부 장관실에서는 매주 한두 번씩 교육정책토론회라는 이름의 회의가 열렸다. 기록에 의하면 1999년 2월 19일까지만 해도 58회의 정책토론회가 개최되었고, 이 토론회는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참석자는 토론 주제에 따라 매번 달랐지만 장관, 기획관리실장, 교육정책기획관, 교육정책담당관, 장관비서관이 고정적으로 참석했고, 토론 주제와 관련되는 부서의 실장 또는 국장, 과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장학관, 연구관, 사무관 등 대체로 20명 내외가 참석했다. 토론 주제는 장관의 지시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고 해당 부서에서 자발적으로 정책토론에 부의하기도 했다. 장관은 각종 정책 사안에 대한 보고를 받을 때 더 광범위한 의견을 들어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 사안을 정책토론회에서 논의할 것을 지시했다.1

‘교과서 편찬·발행 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정책토론은, 필자의 기억에 의하면 교육과정정책과에서2 자진하여 회부한 토론주제가 아닌 위로부터 주어진 과제였다. 담당자들은 이 정책토론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의 곤혹스러움을 염두에 두고 매우 불편한 마음으로 토론을 준비했다.

 

1999년 4월 14일에 27명이 참석하여 4시간 동안 개최된 이 정책토론의 결과는, 필자의 경험과 자료 검토에 의하면, 이후의 교과서 편찬에 이전의 어떠한 교육과정기보다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영향을 미쳤다. 중학교 국어, 도덕 교과서를 대상으로 편수사상 처음으로 국정도서 편찬기관 공모제가 실시되었고, 국정도서 개발비가 현실화되었으며(1998년 대비 30% 인상), 교과서 표지를 비롯한 편집 디자인 분야 전문가 참여의 제도화(Outsourcing) 및 판형·색도의 다양화·현대화, 현장교원 참여 확대, 집필 실명제 도입, 교과서 판권란에 연구진·집필진·삽화진·심의진 등 편찬 참여자 전원 표기, 다양한 영역의 심의위원 위촉 및 역할 강화, 검정제도 개선을 위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역할 정립, 편수인력의 공개채용 확대 등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 이때부터 ‘참고서가 필요 없는 교과서 개발’이 화두처럼 회자되기도 했다.

 

당시 중학교 국어, 도덕 교과서 연구개발기관 공모 계획3에 첨부된 집필상의 유의점은, ▷ 편찬방향 ▷ 제7차 교육과정의 개요 ▷ 집필상의 유의점 ▷ 교과별 사항으로 구성되었다. 그 중 ‘편찬방향’에는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과 창의성 신장에 적합한 질 높은 교과서 개발’이라는 기본방향 아래, ▶ 제7차 교육과정의 정신을 반영하는 교과용도서 개발, ▶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 교육 체제에 적합한 교과용도서 편찬, ▶ 학습자 중심의 다양하고 질 높은 교과서 편찬, ▶ 연구 개발형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교과용도서 편찬 등 네 가지의 구체적 방향이 제시되었고, 그 중 ‘학습자 중심의 다양하고 질 높은 교과서 편찬’ 항목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체적 사항으로 설명되었다.

 

<학습자 중심의 다양하고 질 높은 교과서 편찬>

 

  ⑴ 창의력과 사고력, 탐구력을 기를 수 있는 내용 구성

    ◦ 개인차를 고려한 수준별 교육 내용의 구성

    ◦ 단원 전개 체제의 창의적 구안

    ◦ 학습 과정 중심의 단원 전개와 실용성, 유용성의 중시

 

  ⑵ 교수·학습 과정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내용 구성

    ◦ 학습과정, 탐구과정의 중시

    ◦ 실생활 사례, 경험 등을 중시하는 내용 구성

      (그 내용을 학습한 결과로 개념 습득이 가능하게 유도)

 

  ⑶ 쉽고, 재미있고, 친절하며, 활용하기에 편리한 교과서 편찬

    ◦ 자율 학습, 자기주도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 구성

    ◦ 학생의 발달 단계를 고려한 흥미와 동기 유발

    ◦ 다양한 편집, 디자인 기법의 도입, 가독성의 제고

    ◦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다양한 교수·학습이 가능한 내용

    ◦ 개별 학습, 소집단 학습, 직접 체험의 중시와 지원 체제 구성

 

 

이러한 내용은, 교과서 발행에 대한 여러 가지 제도 문제와 달리 선언적인 성격이 강한 것이어서 안타깝게도 위에서 설명한 정책토론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상태로 제시될 수밖에 없었고, 그러므로 이 내용은 본질적으로 한계를 지닌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까지도 형태만 달리하여 제시되고 있고, 비교적 추상적이어서 오늘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수요자 중심 교과서’에 대한 요구의 내용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 최근의 교과용도서 편찬 방향

 

제7차 교육과정기의 교과용도서 편찬방향이 오늘날까지 수요자 중심 교과서에 대한 요구의 실제적 내용으로 유지되어 오고 있다고 한 것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최근에 제시한 교과용도서 편찬방향에도 드러나고 있는 사실이다.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용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에서 해당 사항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4

 

<학습자 중심의 다양하고 질 높은 교과용 도서 편찬>

 

  (1) 창의력과 사고력, 탐구력을 기를 수 있는 내용 구성

    ◦ 학생의 개인차와 발달 단계 반영

    ◦ 학습의 과정, 탐구과정, 통합적인 사고력 신장 중시

    ◦ 학습과정 중심의 단원 전개 및 체제의 창의적 구안

    ◦ 실생활에 응용 가능하도록 실용성, 유용성을 중시

 

  (2)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으며 활용하기에 편리하도록 편찬

    ◦ 학생의 생활 경험을 반영한 흥미와 동기 유발

    ◦ 자기주도적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 구성

    ◦ 다양한 편집, 디자인 기법의 도입, 가독성의 제고

    ◦ 개별학습, 소집단학습 등 직접적인 체험을 중시하는 내용 구성

 

 

참고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현재는 이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당시 국정도서 편찬기본계획에 나타낸 ‘교과서상’을 보면 아래 표와 같다.5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이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 필자는 교육과정이 개정 고시될 때마다 이 자료를 수정 보완하여 제시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었으므로 새로 개발되는 교과서들이 종전의 단점을 극복하지 못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료가 된다는 역설적인 의미 때문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학습자 중심의 다양하고 질 높은 교과용도서 편찬’이든 ‘제○차 교육과정에서 기대하는 교과서 편찬’이든 바로 이러한 과제들을 성취하는 것이 성공적인 ‘수요자 중심 교과서’ 개발이 될 것은 물론이다.

 

<표1> 제7차 교육과정에서 기대하는 교과서

구 분

전통적인 교과서

바람직한 교과서

교과서관

금과옥조형 교과서 교과서중심 학교교육에 적합한 교과서지적 영역 중심의 교과서  교육과정 구현을 위한 다양한 자료 중의 하나(주된 자료)인 교과서교육과정중심 학교교육에 적합한 교과서기능‧태도 영역에 유의하고 창의력, 사고력을 배양하는 교과서

진술형태

지식요약형, 개념압축형, 강의요강형  다양한 사실․사례 제시형, 학습과정(절차, 방법) 중시형

단원전개

체 제

전 교과서에 하나의 전개 체제 적용  단원, 주제의 성격에 따른 다양한 전개 체제 적용

내용선정

지식 중심, 교사 중심 실생활과 유리된 내용 핵심 개념과 관련된 실생활 경험‧사례 중심, 학생 중심교과서 내용의 실용성, 유용성 추구

내용조직

지식 체계별 단선형 조직문장, 삽화의 단조로운 구성 관련 지식과 생활경험을 통합하여 조직다양한 편집 체제의 도입

개발과정

기초연구가 소홀한 교과서 개발 기초연구를 보다 중시한 교과서 개발

 

다. 2010 교과서 선진화 방안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 1월 12일, "창의적인 ‘산 지식’을 제공하고, 학습자 친화적인 미래형 교과서 보급"을 골자로 한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이 방안에서 “교과서는 국가 교육과정이 가장 구체적으로 구현된 중요한 교육의 도구로서 그간 질적,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거듭하여 우리나라 교육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지식이 요약․압축된 교과서를 이해하고 공부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참고서를 구입해야 했으므로, 이는 고스란히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이 되었고, ‘교과서는 따분하며 재미없고 어려운 책’이라는 인식이 있어 왔다”고 비판했다. 이 방안에서는 또 “우리는 미래사회로의 변화를 선도해 나갈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데, 미래의 창의적인 ‘산 지식’을 교과서에 적시에 반영하고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국정과 검정 교과서가 주축을 이루는 현행 교과서 시스템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10 교과서 선진화 방안’은, ‘바람직한 교과서상’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창의적인 산 지식을 제공하고 학습자 친화적인 미래형 교과서 보급’을 위해 ▷ 다매체 시대에 사용하기 편리한 e-교과서를 종이교과서와 함께 보급, ▷ 인정도서 대폭 확대로 인정절차만 거치면 시중 일반서적도 교과서로 사용 가능, ▷ 학회나 공공기관도 검정교과서 출원이 가능하도록 해서 재미있고 다양한 교과서 제작 확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국·검정 도서를 대폭 줄이고 그만큼 인정도서를 확대하고자 한 ‘2010 교과서 선진화 방안’은, 우리의 편수사상 가장 획기적인 자율화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학교나 출판사 등 현장으로부터는 아직 별로 호의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출판사들은 인정도서를 확대하는 것이 예측되었던 조치라고 보면서도 지나치게 갑작스런 변화라는 비판도 많고, 초등학교 교사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검정교과서보다는 국정교과서를 선호하는 기이한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6

 

  2. 우리 교과서의 현실

 

교육과학기술부의 위와 같은 정책과 노력이 거듭되면서, 교과목별 교과서를 개발한 기관에서는 “이번에는 종전의 교과서에 비해 분명히 더 좋은 교과서가 개발되었다”고 설명하는데도 불구하고, 교과서에 대한 일반적인 여론은 좀처럼 바뀔 줄을 모른다. 다음은 최근의 한 신문기사이다.7

 

높은 가격에도 참고서를 구입하는 이유는 입시 위주인 우리나라 교육 구조 때문이다. 교과서는 가격은 저렴하지만 핵심적 내용을 설명 위주로 풀어놨다. 반면 참고서나 문제집은 실제 시험에 나오는 문제가 유형별로 정리돼 있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들은 학기 중에는 교과서 위주로 수업을 하지만 단기간에 효율을 높여야 하는 방학 보충학습에서는 대부분 문제집을 교재로 쓴다.

…(중략)…

성균관대 양정호(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핵심 내용만 담고 있는 교과서에 자세한 설명과 참고자료를 덧붙여 내실 있는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참고서나 문제집을 이북(e-book) 형태로 만들어 비용을 줄여나가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가 보기에 획일적인 수업, 강의 청취 위주 일제학습, 암기 위주 학습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 우리나라 수업현장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유형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다른 나라의 교육 사례에서는 우수사례로 소개된 적이 전혀 없었던 수업형태를 우리가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우 흔한 사례일지 모르겠으나8 우리보다는 거의 모든 면에서 후진적이라고 할 만한, 적어도 교육적으로는 그리 ‘대단한 나라’로 여기지 않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교실수업 및 교과서 활용에 관한 다음과 같은 사례를 보면 우리의 교실 수업, 교과서 활용 상태가 어떠한지를 상대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PRETORIA에 있는 CRAWFORD라는 학교에 유학하고 있는 우리나라 학생과 현지 교사 각 한 명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내용 일부이다.9

 

• 한국과 수업방식을 비교하면 어떠한가?

많이 다르다. 한국은 선생님이 칠판에 적으면 학생이 따라 적어가면서 암기하거나 선생님이 시험에 나올 만한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는 식의 수업을 진행한다면, 이곳에서는 토론 형식의 수업을 주로 한다. 예를 들어 영어 수업에서는 소설 한 편을 읽고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역사 수업 역시 하나의 사건이나 그 배경 사진을 가지고 학생과 교사 간에 의견을 나누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시험문제도 객관식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서술형이 주를 이루며 한두 페이지 분량의 에세이로 마무리하는 형식이다. 수학의 경우에도 객관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식을 보기 위함으로 설령 답이 틀렸다 하더라도 식의 과정에서 점수를 얻을 수 있다.

• 교과서는 어떻게 사용하는가?

이곳에도 교과서는 있다. 그러나 많은 선생님들은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프린트물을 나누어주고 그것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 내용은 교과서 내용과 교사 개인이 준비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영어의 경우 타임지 기사를 가지고 토론하기도 한다. 따라서 교과서에 없는 내용이 시험에 나올 수도 있다.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교육방법을 한국의 교육과 비교 평가한다면?

한국이 학생들에게 주는 정보의 양은 훨씬 많다고 본다. 문제는 그 학생들이 그 정보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시험을 목적으로 하는 공부는 시험을 마치면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학교,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지식을 얻기 이전에 학생들의 인성에 관해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이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인정해야 할 것은, 적어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교육은 매우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우리나라에 비해 ‘교육적으로는 매우 대단한 나라’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초·중등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의 모든 면이 대학입시에 붙잡혀 교육다운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며, 그 중에서도 가장 현저한 현상은 말할 것도 없이 교과서의 내용 설명 및 암기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겉으로는 수긍하는 행정가나 학자들이 많지만 오히려 날이 갈수록 더 심화되고 있으며, 사실은 그러한 교육을 고수(固守)하려는 막강한 세력이 있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만약 사고력이나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의 고등정신능력이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이 된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나라는 당연히 장차 큰일 날 나라거나 아니면 확실하고 유일하게 세계 최강국이 되거나 두 가지 경우 중의 한 가지에 해당할 것이다. 다만 그러한 최강국이 되는 경우의 조건은, 교육의 목적이 지금까지 교육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해온 것과 달리 주로 일제식·강의식·주입식 수업이 주효한 기억력, 암기력을 향상시키고 오지선다형 평가에 익숙한 기능을 향상시키는데 있을 경우이다.

 

따라서 현재의 교육학자들은 미래의 교육학자들로부터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홀대를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왜 일제식·강의식·주입식 수업과 오지선다형 평가의 횡포를 막지 못했는가를 묻거나, 아니면 그것이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낳았는데 왜 사고력·창의력·문제해결력 같은 능력이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여 혼란을 일으켰는지를 물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기초·기본교육의 중요성을 거의 절대적으로 강조하는 행정가들과 학자들은, 초·중등교육을 단지 대학교육 준비과정 정도로만 여기는 것이 아닌지, 사고력·창의력·문제해결력 같은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진정한 교육은 대학에서나 가능하고, 대학교육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건 아닌지, 자신들이 경험한 주입식 암기교육 외에는 다른 유효한 교육방법에 대해 그 효과를 실감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기초·기본 교육을 우습게 보는 교육관이나 교육자들이 있다고 여기면서 그들과 겨루어 조금도 밀려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우리의 전통적 교육방법이 앨빈 토플러 등에 의해 무려 30년 전에 이미 전면적인 공격을 받았고(『제3의 물결』, 1980 : 시간엄수·복종·기계적인 반복), 그 공격을 전 세계적으로 공감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는 교육방법으로 착각하고 있는 거나 아닌지…… 그 ‘거대한 세력’을 온갖 의구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싶은 것이다.

 

 

Ⅱ. 좋은 교과서에 대한 논의의 사례

 

 

우리 교육에서 교과서에 대한 우리의 기원(祈願)이 위와 같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교과서 전문가들은 어떤 논의를 해왔는지, 필자가 관심을 가진 연구 사례들을 다음과 같이 살펴보았다. 이러한 개관은, 우리나라 교과서 연구 과정에서 ‘수요자 중심 교과서’가 되어야 한다거나 교과서에 창의성, 다양성이 잘 반영되어야 좋은 교과서일 수 있다는 생각의 흐름을 찾는 것과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교과서의 발전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교과서관(敎科書觀)에 대한 논의는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지식 중심의 교과서를 탈피해야 한다는 것, 교과서는 교수․학습 자료의 일종이어야 한다는 것, 열린 교과서관에 의한 교과서가 나와야 한다는 것 등이다.

 

한면희 등(1977)은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모형개발 연구에서 사회과의 좋은 교과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10

◦교과서의 기능은 꼭 필요한 지식을 전수하는 일과 지적 발달을 자극하고 촉구하는 일의 두 가지이다.

◦교과서의 위치는 '여러 가지 학습자료 중 중심적인 자료의 하나'로 달라져가고 있다.

◦좋은 교과서는 적은 양의 지식을 배워서 많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고,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새로운 지식을 발견, 창조해 낼 수 있는 효능을 가진 “적은 양의 지식”을 수록해야 한다.

참고로, 이 연구보고서는 당시의 교육과정 사조를 보여주는 강우철 등(1975)의 연구에서 다음과 같은 자료를 인용했다.11

 

<표2> 교육과정의 유형과 교과서관의 변화

교육과정 유형

교과 중심

경험 중심

학문 중심

지도요소의 반영

지식 체계

생활 문제

문제 해결 과정

기본 개념

지적 탐구 과정

교수절차의 반영

 

연습 및 실습

체계적인 교수 절차

(수업과정모형)

교과서의 위치

原典(절대적 권위)

자료집(학습의 도구)

자료집(학습의 도구)

 

김종서(1980)는 교육과정의 개념에 따라 교과서관이 달라진다고 보고, 교과 교육과정이 중시되는 시기의 교과서는 교사가 설명하기 쉽고 학생들의 암기를 요구하는 것들로 구성되며 교과서가 신성시되고 절대시되는 경향이 있지만, 경험 교육과정의 시기에는 학생들의 활동을 중시하여 문서화된 교과서는 학생들의 활동을 돕는 하나의 참고자료적인 구실만을 하며, 학문중심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서의 내용을 이루는 것이 사실적인 지식이 아니라 지식의 기본구조이며 설명과 암기에 알맞은 내용이 아니라 탐구와 발견에 알맞은 내용이라고 했다.12

 

교육부로부터 교육과정과 교과서 연구․개발 업무를 위탁받게 된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여 1979년 12월, 교과서 구조개선 연구 세미나를 열었다.13 이 세미나에서 강우철은, 교과서가 무풍지대에서 성경이나 고전과 같이 신성하고도 권위 있는 자세를 지키고 있는 왜곡된 현실을 지적하고, “교과서에 대한 여러 가지 미신은 단연 타파되어야 한다”는, 견해에 따라서는 우리나라 교과서 연구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발언을 했다.14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교과서 구조개선연구와 국민학교 교과서 모형연구(1979)에 이어 1982년에는 중학교 교과서 개선 기초연구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이 세미나에서 홍웅선은 종전의 교과서관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15

“교과서에는 새로운 세대가 다루게 될 지식이 체계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교과서를 지나치게 경전화(經典化)하는 한국적 현실은 이제 반성되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교과서를 답보적 수준에 머물게 한 주요한 이유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1986)에서는 또 새 교과서관 정립을 위한 ‘교과서 체제개선 연구’에서,16 교과서는 연습장, 실험․실습장, 보충․심화 학습자료, 각종 평가지와 같은 학습자료의 한 가지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강우철(1979) 등의 다음과 같은 주장을 인용했다.17

“교과서는 그 자체를 배우고 익혀야 할 목적물이 아니라, 교육과정의 목표와 내용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본래의 의미를 충실히 받아들여, 학습효과를 보다 더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다양한 교수‧학습자료 중의 하나로 인식하는 교과서관의 정립이 요청된다.”

곽병선 등(1986)은 이러한 교과서관에 따라『교과서와 교과서 정책(교육개혁심의회 위탁과제)』에서 ‘획일적인 교과서 발행을 근간으로 한 국정제와 심사에 통과된 심의본에 한하여 발행을 허용하는 검인정제’는 ‘닫힌 교과서관’의 성격을 지닌 교과서 제도이기 때문에 ‘열린 교과서관’으로 교과서관의 재정립을 위한 정책개발이 요청된다고 했다.18

 

<표3> 교과서관의 재정립

에서

으로

주어지는 교과서

선택되는 자료

틀에 박힌 인간

창의적인 인간

권위 있는 내용을 담은 책

교육과정 자료

획일성

다양성

규 제

자 율

 

이돈희(1986)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생각으로 ‘미래사회의 요구로서 교과서의 발전을 주도하는 노력에서 유의되어야 할 사항’으로서 ‘지식과 기술의 폭발적 개발과 급격한 변화는 교육의 전반적 과정을 크게 변혁시킬 것이므로, 전달과 기억을 중심으로 지식을 습득하기보다 지식과 기술을 조직, 평가, 선택, 활용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19 그의 이러한 지적은, 교과서는 교과목의 목적을 실현하고 수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제한하지 않고, 그 속에 체계화한 교육의 내용을 온갖 종류의 자료를 활용하여 심화시킬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으며, 교사가 교육의 여건에 따라서 여러 가지의 방법적 기술을 자유롭게 기용할 수 있는 ‘개방적 교과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홍웅선 등(1989)도 ‘닫힌’ 교과서관은 교과서에 담긴 내용은 오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함부로 이리저리 변경할 수 없고, 모든 학생은 반드시 그 내용을 숙달해야 되는 것으로 가정하거나 믿는 교과서관이라고 하고 ‘열린’ 교과서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20

 

김재복 등(1997)은 제7차 교육과정을 위한 ‘교과서 체제개선 연구’에서 ‘열린 교과서관’에 대하여 '지식에 있어서의 열림'(지식전달형에서 정보제공형으로), '학습에 있어서의 열림'(교수중심의 교재에서 학생중심의 학습재로), '매체에 있어서의 열림'(인쇄매체 중심의 단일형에서 다양한 보조자료와 연계된 교과서로)으로 해석하고, 교과서의 내용은 논박할 수 없는 정설의 형태로 제시되기보다는 학습자들이 하나의 문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음을 깨닫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의 입장을 정립하여 그 정당성을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는 교과서 내용구성의 기본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는데,21 이 제안의 일부는 이용숙 등(1995)의 연구결과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었다.22

<교과서 내용구성의 기본방향>

 ∙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함양하는 교과서

∙ 교과 통합적 학습경험을 촉진하는 교과서

∙ 학습자의 경험세계와 연계를 지니는 교과서

∙ 학습자의 인지구조 및 수준의 차이를 고려한 교과서

 

이상에서 교과서관의 변화를 개관해 보았지만23 어느 시기에도 지식 주입, 혹은 지식의 전수를 위한 교과서관을 나타낸 적은 없었다. 그러므로 이러한 교과서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 교과서 및 교과서 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과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대체로 그러한 문제점과 과제에 대한 인식도 공통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로써 단언할 수 있는 사항이 있다면, 우리나라 교과서의 변화와 발전에 관한 학자들의 견해는 표현은 다르다 할지라도 거의 반복적으로 되풀이되어 왔으며, 교과서의 변화와 발전은 결코 교과서 제도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Ⅲ. 수요자 중심 교과서의 실현

 

 

1. 지식의 새로운 정의 적용

 

이돈희(2000)는『지식기반사회의 교육(교육부 자료집)』에서 ‘새로운 지식관(知識觀)에 의하면, 누구든지 자신의 경험에 따라서 자신의 공동체적 삶의 과정 속에서 지식의 생산에 참여하는 것이며, 그러한 지식은 관조적 마음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실천적 활동을 통해서도 구성되고 개발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지식을 생산하는 원천이 되기도 하고 이미 알려진 지식의 타당성과 가치를 검증하는 활동으로서도 의미를 지니는 실천적 활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24

우리는 교육적 지식에 관한 이 해석에 대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학습활동과 학습자료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지식교육에 관한 한, 학교는 엘리트나 천재에 의해서 개발된 고도의 권위적 지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흔히 ‘정보의 바다’라고 일컬어지는 새로운 지식사회의 환경 속에서 대중에 의해서 생산된 지식을 대상으로 교육할 것이므로, 전달된 지식과 정보의 단순한 수용보다는 지식과 정보를 평가하고, 선택하고, 조직하고, 활용하고, 생산하고, 재구성하는 데 관련된 능력을 더욱 중시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의 이 자료집에는 당시 독일 교육연구부 델파이 조사보고서「지식기반사회의 잠재력과 교육과정 및 그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전재(轉載)하고 있는데, 그 내용 중에는 지식기반사회로의 발전은 교사와 학습자의 역할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며 교육과정 참여자에게 다음과 같은 새로운 역할과 임무를 요구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25

교육과정에 있어 교사와 학습자의 역할 변화

 ∙ 다양한 지식분야의 폭발적 성장은 평생학습(lifelong-learning)을 요구한다. 따라서 교사의 역할은 낡은 교과지식의 교육에서 학습자에 대한 안내, 지원, 상담 역할로 변화할 것이다.

∙ 지식기반사회의 도래는 개별 학습자에게 자기주도성과 자립을 요구한다. 학습자는 전 생애에 걸쳐 지식기반사회에 필요한 성숙한 판단력(mature judgement)을 길러야 하지만 교사와 학습자간에 권위적인 관계가 지배적인 오늘날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판단력을 기를 수 없다.

∙ 학습 자체에 대한 수요도 변화하는데, 학습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것이 구체적인 학과 내용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해질 것이다. 이것은 문제 중심으로 지식과 정보를 획득·처리·평가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의사결정능력,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사회적 행동 및 조직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 내용을 인용하는 이유는, 이처럼 명확한 정리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은 거의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는, 지식주입식 교육에 매몰되어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보다 자극적인 이야기도 있다. 인공지능학자 로저 샨크(2001)는 「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라는 글에서 2050년대의 지식 교육을 이렇게 예측했다.26

 


“지난 세기와 그 이전의 수많은 세기 동안, 교육을 받는다는 것, 따라서 지성을 갖춘다는 것은 사실의 축적,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인용하는 능력, 어떤 관념에 익숙해지는 것을 의미했다. 교육은 정보의 축적을 의미했고, 대중이 생각하는 지성이란 자신이 축적한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것에 불과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 사실들이 벽에 씌어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50년 뒤에 지식은 그저 알고 싶은 것을 큰 소리로 말하면 즉시 벽에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로저 샨크가 예측한 그 ‘앞으로 50년’ 중 벌써 10년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우리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하등의 걱정을 하지 않고 여전히 ‘교과서 중심 학교교육’에 열중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학교교육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교과서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행정가나 학자들은 흔히 이렇게 이야기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지식과 정보의 양이 아무리 늘어난다 하더라도 그 핵심, 혹은 변하지 않는 내용을 교과서에 담으면 된다.”

 

그들은 아마도 이홍우(1979)가 “날로 팽창하는 지식을 모두 가르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 ‘기본’이 되는 것, 또는 ‘핵심’이 되는 것만을 골라 가르쳐야 한다”고 했을 때의 그 ‘지식의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교육내용을 나타내는 용어로서의 지식의 구조는 ‘교과’의 의미와 ‘경험’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한 설명에서 ‘경험’의 의미에 소홀한 관점을 가진 상태이거나 “지식의 구조라는 용어는 교육내용 중의 특정한 것들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교육내용을 새로운 관점에서 규정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나타내는 용어”라는 설명을 잘 읽지 않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홍우의 설명을 좀 더 인용하면, “우리가 교육내용의 선정이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지식 정보의 팽창을 걱정하는 것은 교육내용의 의미를 잘못 파악하는 데서 빚어진다.”고 한 것이나, “사실상 지식의 팽창은 근래에 와서 비로소 생긴 걱정거리가 아니라, 말하자면 교육학자들의 ‘습관적인 엄살’ 비슷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느낌이 든다”면서 존 듀이(1916), 타일러(1949)의 ‘걱정’을 예시한 것은, 적어도 교육내용 혹은 교과서 구성은 변화무쌍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27

 

지식 교육에 대해 이처럼 비판적인 관점을 가지면 우리 교육의 온갖 모습이 다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이 원고를 쓰는 동안에 발견한 신문기사를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28 요즘 학계에서 ‘혁명’의 진원지로 불리는 인지과학의 성과를 교수·학습에 접목한 학자로 주목받고 있는 대니얼 윌링햄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교수를 인터뷰한, “신문을 보는 것은 이해력, 비판력을 키우는데 최고”라는 내용으로, “이해력도 비판적 사고도 사실에 대한 지식에서 나온다. 이런 배경 지식을 쌓는 데는 신문 읽기만 한 게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 ‘사실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이해력이든 비판적 사고든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한다. 생각을 잘하려면 우선 사실을 알아야 한다. 논리적 추론이나 문제 해결 같은 최상위 인지 과정도 사실 지식에 기반한다.”

- 사실 지식 습득을 위한 좋은 방법으로 신문 읽기를 들었다.

“캐나다의 실험심리학 대가인 스테노비치의 유명한 연구가 있다. 사람들이 지식을 어디서 습득하는가에 관한 조사다. 가장 좋은 정보원이 읽기였다. 일반적 지식 습득에서 신문, 진지한 저널, 책읽기가 TV 시청이나 대화보다 훨씬 낫다고 나왔다. 종합적 배경 지식을 얻기 위한 것으로 꾸준한 신문 읽기만 한 게 없다.” …(후략)…

 

필자는 학교교육 현장에서 지식 습득보다는 이해력, 비판력, 창의력 신장을 우선적으로 중시했다. 그렇게 한 것은 지식 주입식에 식상한 반작용이었을 가능성이 있기도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굳이 지식 습득 자체의 의미를 부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해력이든 비판적 사고든 배경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이 기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누가 그걸 모르는가?” “누가 그걸 부정하는가?” 묻고 싶다. 이제 겨우 제 힘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유아로부터 성인들이 보기에는 유치한 지식 몇 가지만 가지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경우에도 당연히 지식부터 습득하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창의력부터 발휘하는 경우도 있고,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동시에 창의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떠한 경우에도 지식 습득은 이해력과 비판적 사고의 배경이 된다는 전제를 우습게 여기고 싶지도 않다.

 

다만 우리 교육의 현실을 한심하게 여기는 것은, 우리의 교수·학습 과정에서는 학생들에게 그 기사를 가능한 한 여러 번 읽게 하는 활동을 다른 어떤 활동이나 사고 과정보다 강조하고, 가능한 한 아예 그 기사 자체를 모두 암기해버리면 가장 좋다고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진정한 교수·학습 과정에서라면 그 신문기사처럼 읽고 다루어도 좋을 교과서를, 우리는 가능한 한 여러 번 읽을수록 좋다고 강조하는 것이 분명하며, 가능한 한 모두 암기해버리면 가장 좋다고 강조하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지식의 새로운 정의에 적합한 교과서 구성인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례는 얼마든지 다양할 것이다. 매우 직접적인 예시를 보면 <사례1> <사례2>와 같다.

 

<사례1>29

 

 

<사례2>30

5단원 인도와 페르시아의 도입 부분

 

 

 

필자는 <사례1>에서 특히 "REMEMBER" 부분을 살펴보았다. 그것은, 이 부분에서 제목만 보았을 때는 순간적으로 ‘우선 무엇을 암기하고 이들 작업을 시작하라는 뜻이구나.’라는 선입견을 가졌었기 때문이다.

 

REMEMBER

∙ Share your ideas.

∙ Cooperate with others to plan your work.

∙ Take responsibility for your work.

∙ Help one another.

∙ Show your group's work to the class.

∙ discuss what you learned by working together.

 

 

필자는 다른 나라 교육학자들은 누구나 우리 교과서의 구성이 아주 잘못 되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파악하면서도 아무도 그 결점만은 일부러 지적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혹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다. 우리 책도 <사례1> <사례2> 정도의 내용은 얼마든지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사실은 우리 교과서는 포장만 그렇다는 것을 인정해야 양심적이다. 바로 그런 사고방식 때문에 이러한 교과서 구성이 실천되지 않고, 우리 교과서는 부분적으로는 끝없이 정교화할지라도 진정한 ‘수요자 중심 교과서’의 실현은 영원한 숙제가 되고 말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 교과서도 많이 발전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아직도 학생들에게 지식을 퍼부어주고 떠먹여주는 형태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런 방법이 막을 내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가 그 변화의 선두에 서지는 못할지라도 굳이 이처럼 견고한 지식주입식 교육을 고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당장 교과서를 없애는 방법이 불안하다면 이런 교과서를 만드는 것은 생각만 바꾸면 가능한 일이다. 오래 전부터 그런 교과서를 생각해온 학자들이 이미 연구를 많이 해놓았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에 제시된 목표에 따라 학생들이 사고활동을 하게 해주면 되기 때문이다. 꼬박꼬박 설명해 줄 것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그 내용을 찾아가게 하는 교과서를 만들어 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 교과서가 나온다면, 그 교과서에 실린 내용을 두고 대립할 일도 없어진다. “아래와 같은 자료에 대해 의견을 교환해보자.” “아래의 자료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혀보자.” “아래에 제시된 제목에 알맞은 자료를 찾아보자.” …… 그런 교과서를 가지고 어느 교사가 일일이 설명하고, 어느 학자가 이념적으로 좀 다투어보자고 하겠는가.

 

  2. 교과서 발행 제도의 개선

 

가. 자율채택제 혹은 자유발행제 도입

 

크게 보면, 교과서 제도에는 일부러 교과서를 만드는 방법과 구태여 만들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 교과서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은 이른바 ‘자유발행제’ 혹은 ‘자율채택제’를 의미하며 교사의 판단에 따라 교육과정에 제시된 목표 달성에 적합한 자료들을 동원하는 경우이다.

 

교과서를 만들지 않게 되면 우선 검정이고 인정이고 심사할 필요도 없어진다. 다만 교과서가 없으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의 문제만 남는다. 교과서가 사라지면 학교가 당장 문을 닫을 지경이 될까? 필자는 결코 비관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낙관적이다. 수업을 잘 하는 교사일수록 교과서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며, 교과서가 없으면 차라리 자유로워지고, 더 다양하고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수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데 동의할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교사들의 수준은 그리 낮지 않다는 사실이다.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는 난처한 일이지만 혹 수준이 좀 낮은 교사들 때문에 비관적이거나 불안하다면 교사용지도서 혹은 지침서를 잘 만들어 공급하는 방안도 있다. 이 관점에 의하면 중·고등학교의 경우 지도서 검인정이 줄어들게 된 것은 애석한 일로 해석된다. 가령 우리나라에서는 그게 무슨 성전(聖典)인양 여기면서도 여러 종류의 자율학교에서는 별로 제약을 받지 않는 ‘학년별·교과별 시간배당기준’을 아예 전체적으로 없애버리고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시간을 편성하여 가르치도록 하되, 교육과정의 목표만은 철저히 달성하게 하는 교육과정의 자율화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그 교육과정 목표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지도서나 지침서를 잘 만들어 공급하고 그 결과를 철저히 평가하는 것이다.

 

문제는 교과 교육학자들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가령 각 교과별로 수준 높은 수업을 전개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앞으로 교과서가 없으면 어떻겠는가?”를 물으면 “큰 일 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대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각 교과별로 교육과정 전문가 혹은 교육학자들을 대상으로 같은 질문을 하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고 덤벼들 것이 분명하고, 어느 교과목을 막론하고 해당 교과목 교과서의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설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몇 십 년 전부터 특히 몇몇 교과는 굳이 교과서가 꼭 있어야 할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고, 총론적인 세미나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며 공감하기도 했으나 어느 교과도 먼저 교과서를 없애거나 그 형태를 바꾸자는 연구를 제안한 적이 없다. 어떤 교과목은 그런 제안을 하는 순간 ‘매국노’로 전락할지도 모르므로 이 방안은 현재로서는 일단 현실성이 전혀 없는 걸로 간주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이런 방안도 있다는 건 분명히 강조하고 싶었을 뿐이며, 그런 점에서는 우리나라 교과 교육과정 운영의 변화와 발전을 가로막는 최전방에 교과 교육학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해 두고 싶다.

 

자유발행제는 교육과정 관리 방법을 ‘목표 중심’ 또는 ‘내용 중심’으로 구분하는 경우 목표 중심 교육과정 관리에 해당한다. 목표 중심이란 어떤 교과서 혹은 어떤 교재를 동원하든 목표를 잘 달성하는 것이 최선의 목적이 된다. 이에 비해 내용 중심이란 현재의 우리나라처럼 교육과정상의 목표는 간접적인 역할을 할 뿐 실제로는 교과서로 구체화되는 교육과정 ‘내용’이 중심적인 역할을 하며, 교사는 그 내용을 잘 설명하고 학생들은 그 내용을 잘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최선의 목적이 된다. 이러한 나라에서 “우리도 목표 중심 교육과정 관리 방법으로 전환하여 교과서의 역할을 축소하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을 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최근의 교과서 정책을 비판하면서 “어떻게 교과서 제도를 그렇게 바꾸고 교과서 정책을 그렇게 다루느냐?”고 개탄하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들은 국정교과서를 줄이고 인정교과서를 늘이는 것조차 못마땅해 한다.

 

덧붙이면, 국·검정제보다는 인정제 혹은 자율채택 제도가 더 선진적이라는 관점을 이야기할 때, 우리나라 교과서 제도는 국·검정 중심에서 점차적으로 검·인정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나, 인정제를 느슨하게 운영하면 그게 바로 자유발행제라는 사고방식은 그리 합리적이지 않다. 국정제를 적용하다가 바로 자유발행제로 전환한 나라도 얼마든지 있으며, 인정제를 적용해서라도 정부가 좀 관여하겠다는 제도와 전혀 간섭하지 않고 자율에 맡기겠다는 제도는 차이가 별로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 국·검·인정 교과서에 대한 인식의 전환

 

위에서 살펴본 ‘교과서 중심 교육’에 젖어 있는 사람들의 견해를 잘 뒷받침하듯 우리나라는 법규에서부터 교과서의 존재 가치를 국정교과서→검정교과서→인정교과서의 서열로 구분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31

 

국정교과서, 검정교과서, 인정교과서는 논리대로 설명한다면 교과서 발행 주체, 교과서 저작의 근거, 교과서 발행 절차, 교과서 인정 주체, 교과서 채택의 근거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상이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 제도상의 구분일 뿐이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최근의 교육과정 개정 정책이 수시 개정 체제로 변화함에 따른 교과서 정책을, 정부에서 국정교과서를 줄이고 검·인정 교과서, 특히 인정교과서를 늘이는 조치에서 그 해법을 찾으려 한다면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생각이다. 즉 교육과정을 손쉽게 자주 바꾼다 하더라도 교과서를 인정으로 하면 얼마든지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매우 위험하다는 뜻이다. 교과서 개발 기간을 예로 들면, 어느 교과목의 국정교과서를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절대적 기간은 그 교과목의 인정교과서를 개발하는 데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 당연하며 그보다 짧은 기간에 교과서가 개발된다면 국정교과서보다 허술한 인정교과서가 개발될 것이 분명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동안의 국정교과서 개발 절차에 쓸데없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오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어떤 방안이 검토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교과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한 절차를 거쳐 개발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국정·검정·인정 교과서별 발행 공급 시스템이 각각 확립되어 있다면 그 시스템이 잘 지켜져야 할 것이 당연하고,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 그 미흡한 점을 찾아 개선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정, 검정, 인정 교과서는 각각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발과 인정의 주체, 개발 근거, 개발 절차, 채택 근거 등에서 차이 혹은 특성이 있을 뿐이지 교과서로서의 가치나 권위에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것은 교과서를 사용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더욱 당연한 일이다.

 

다. 검·인정 교과서의 심사 강화

 

제7차 교육과정기의 ‘한국근현대사’ ‘경제’ 등의 검정 교과서 내용을 둘러싼 첨예한 이념 대립 현상은 지금도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 그 교과서로 공부를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면목이 없을 정도로 미안한 일이 된 것이다. 또 최근에는 인정 교과서가 늘어나면서 인정 교과서에는 오류가 많다는 지적이 일자, 그렇다고 해서 심사를 강화하게 되면 국·검정 교과서를 인정으로 전환하는 의미가 퇴색되므로 계속 느슨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교과서를 느슨하게 심사하자는 것은 성립되기 곤란한 주장이다. 교과서는 언제나 엄격하게 심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현재까지의 교과서는 검정이든 인정이든 ‘느슨한’ 심사를 통과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심사를 통과한 교과서들이 두고두고 문제를 일으킨다고 표현하기는 난처한 일이다. 그러나 심사에 통과한 교과서가 왜 논란의 대상이 되도록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표현하는 건 가능할 것이다. 왜 그렇게 하고 있을까? 문제가 될 교과서는 아예 통과시키지 않으면 될 것 아닌가? 그런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그 책임을 물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공통기준 중 ‘내용의 보편타당성’을 예로 들면 “학문상의 명백한 오류나 관련 학계에서 정설로 인정하지 않는 내용이 있는가?”라는 심사관점이 제시되어 있으므로 내용의 보편타당성과 관련하여 혼란이 일어날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이고, 그 영역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정되어 검정에 합격한 도서들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내용의 보편타당성과 관련하여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지금 표현이 미숙할 뿐이지 특정의 교과서가 보편타당성을 결여한 것이 분명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명백하게 심사기준으로 제시되어 있는 그런 면에서의 논란이 왜 일어나는가를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창의성이나 다양성 문제도 그렇다. 더 좋은 교과서를 만들고 싶어도 교육과학기술부의 각종 통제가 심해서 어쩔 수가 없다는 불평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왜 그런 핑계에 대해 묵묵부답일까? 왜 적극적인 변명을 하지 않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교과서 검정기준은 일본이나 미국(예 :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 다른 나라의 심사기준에 비해 매우 소략한 것이 사실이다. 가령 일본의 경우에는 공통기준 중 ‘내용의 선정·취급 및 조직·분량’에 관한 항목만도 16개 항목이 제시되고 있고,32 미 텍사스 주나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심사 절차나 심사기준은 매우 구체적이고 엄격하고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33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검정기준은 공통기준이나 교과별 기준이나 매우 소략한데도 불구하고, 검정에 참여하는 출판사나 학자들이 이 기준을 두고 너무 엄격하여 창의성이나 독창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걸림돌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우리나라 검정 교과서는 종류만 많고 실제적으로는 ‘대동소이’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가? 교육과학기술부는 왜 그처럼 소략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통제와 규제 때문에 창의성을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가? 사실은 이렇다. “교과서 편집의 추상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공연한 모험’을 하기보다는 ‘전례대로’ ‘남이 하는 대로’ 처리하는 것이 안정적이어서 심사에 유리하다는 생각으로 창의성의 발휘자체를 자제했다”고 토로하는 것이 심층적 면담에서 들을 수 있는 일반적인 대답이다. 처음에는 출판사측이나 집필진이나 훌륭한 교과서를 만들자는 각오로 개발을 시작하지만, 날이 갈수록 결국 ‘떨어질 염려가 없는 교과서’를 만드는 데 무게를 두게 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교육과학기술부의 검정기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교과서 검정기준은 필수적인 몇 가지 사항을 더욱 구체적으로 정교하고 분명하게 제시해야 하며, 그 분명한 기준을 미국이나 일본처럼 강력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사실은 그 분명한 몇 가지 기준만 충족하면 검정을 통과할 수 있어야 마음 놓고 창의적인 교과서를 만들 수 있게 되며, 그처럼 필수적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기준을 모두 제시하고 그 기준을 충족하는 교과서의 출판을 보장해주는 것이 교과서 검정의 기본취지가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이렇게 엄격한 기준, 분명한 기준을 통과한 교과서에 대해서는 문제제기가 있을 때 집필자나 출판사보다는 오히려 정부에서 먼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당연한 일이다. 좋은 교과서라고 심사에 통과시켜준 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나라 검정기준(교육과정, 그 해설서, 편찬상의 유의점, 편수자료, 집필기준, 검정심사기준)은, 심사기준으로서는 추상적이다. 자신이 없으면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고, 추상적인 진술을 해놓으면 그 진술을 적용하는 측에서는 어려움을 느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라. 정기 검·인정제 도입

 

국가 교육과정은 어떠한 경우에도 그 위상을 유지해야 하며, 범국민적 합의를 거치는 개정 절차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국가 교육과정은 국민교육을 통해 기르고자 하는 인간상 구현의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며,34 이러한 이유로 지방교육자치가 발달하고 교과서 자유발행제가 발달한 나라도 국가 교육과정만은 더욱 강화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최근 우리나라 교육과정․교과서 정책은 매우 급속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2003년 10월,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종전의 일시적․전면적 교육과정 개정방식을 폐지하고 수시․부분 개정체제를 도입한 이래 특수목적고 교육과정 편성․운영지침 개정(2004.11.26.), 공고 2․1체제 교육과정 및 국사 교육과정 개정(2005.12.28), 수학·영어과 수준별 교육과정 개정(2006.8.29.),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2007.2.28), 보건교육을 위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2008.9.11), 초․중등학교 사회과 교육과정 개정(2009.3.6), 2009 개정 교육과정 고시(2009.12.17),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고시(2011.8.9)를 연이어 추진했다.

 

이러한 교육과정 개정 경과를 살펴보면, 교육과정 수시 개정의 취지에 따른 긍정적 측면은 당연하지만, 그동안 강력하게 추진된 중앙집권형 교육과정 정책에 비추어 혹 교육과정 기준을 소홀히 여기는 경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교육과정 기준은 ‘초․중등교육법’ 제23조에 의해 개정․관리되는데 비해35 다른 법률에 의한 교육과정 ‘총론’ 혹은 ‘각론(교과․영역)’의 개정․관리가 병행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이는 당연히 바람직하지 못하고, 각 교과 교육과정도 이해 당사자들만의 의견을 중심으로 비교적 용이한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교사들이 그 변화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여 초․중등교육의 성격 유지에 바람직하지 못할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로써 교과서 정책에 대한 인식 또한 소홀해질 수 있다는 데에도 유념하여 최소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교육과정의 전면 개정이 자주 이루어져 교과서 개발 일정이 촉박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교육과정 개정과 교과서 개편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할 것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교과서 정책은 교과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그에 따라 교과서 개발이 수동적, 전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체제에 따른 현상이라는 것을 지적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또 교육과정 개정은 국가가 주체가 되어 관리하고, 교과서 개발은 국가의 정책에 따라 주로 민간이 담당하므로 정책 수립과 집행의 조화로운 운용이 더욱 소중하다고 할 수도 있다. 교육과정 개정과 교과서 개편 간의 조화로운 운용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려면 교과서 개발·보급이 교육과정 개정과 별도로 이루어지는 독립적인 시스템을 확립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교과서 정기 검·인정제이다. 미국도 주에 따라 4~8년 주기의 인정 심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일본이나 프랑스도 4년 주기 정기 검․인정을 실시하여 교과서를 안정적으로 발행․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과서 검정은 전통적으로 교육과정 기준의 개정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이루어져왔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다만 교육과정 개정에 초점을 맞추게 되고 교과서 개발 계획은 ‘부수적으로’ 수립․추진하기 때문에 출판사들은 예측 가능한 일정에 따른 로드맵을 작성하지 못하고 ‘교과서 검정시기가 되면 철새처럼 교과서 검정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36 그러한 현상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며, 앞으로 교육과정 수시 개정이 자주 일어나면 그 현상은 더욱 복잡다단해질 수밖에 없다.

 

<도1> 교과서가 사용되기까지(일본)37

 

우리나라는 검정을 실시할 때마다 새로운 검정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나 일본의 경우 문부과학성 고시에 따라 ‘의무교육제학교교과용도서검정기준’과 ‘고등학교교과용도서검정기준’을 항상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교과서 정기검정제를 도입하게 되면 교육과정 개정 내용은 당연히 그 학교급, 그 교과목의 교과서가 검·인정될 때 순차적으로 반영되지만, 교육과정 개정이 없어도 4년 주기로 교과서의 수준을 높일 수 있게 된다.

 

박소영 등은 교과서 정기 검정제는 교과서의 품질 경쟁 유도 및 질 관리, 교과 내용의 개선, 안정적인 검정체제 구축 등에 장점이 있다고 분석하고 다음과 같이 5년 주기 검정 경우의 개념도를 제시했다.38

 

<도2> 검정도서의 상시 개편 주기(박소영 등)

 

정기 검정제를 실시하면 학교급별․교과목별 검정 및 발행을 연차적으로 시행하게 되므로 교육과학기술부는 물론 검정 실무를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과서 출판사 등 모든 기관에 유리하게 작용하게 된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안정적으로 정책을 연구․기획할 수 있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그 조직을 설립 취지에 맞추어 교육과정․교과서 연구 및 검정 업무 추진 체제로 정비할 수 있으며, 출판사들은 늘 우수한 집필․편집진을 보유하면서 교과서 연구․개발에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하여 일본이나 미국, 프랑스처럼 교과서 전문 출판사를 육성 지원하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이다.39

 

정기 검·인정제를 실시하면 교과서 내용 오류 문제도 그 비중이 대폭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사전 점검 및 사후관리가 철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교과서 오류투성이!”라는 신문기사는 핵심내용이 아닌 것이나 심지어 별것 아닌 것 가지고 교과서의 권위를 한없이 떨어뜨린다.40 교과서 개발·보급은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안정성의 중요성은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Ⅳ. 제안 사항

 

 

  1. 인정도서 확대 정책 홍보 강화

 

우리나라 교과서 정책 혹은 교과서 제도 개선의 목적은,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는, 좋은 교과서를 선정·공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2009 개정 교육과정’ 고시에 이어서 발표된 이른바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에도 나타나 있다.41

 

이 방안은 국정과 검정 중심의 교과서 체제는 미래의 창의적인 ‘산지식’을 교과서에 적시 반영하고 교육시키는 데 부적절한 반면, 인정도서는 국·검정도서에 비해 ‘학습자 친화적이며 보다 유연한(flexible) 도서’로,42 ‘앞으로는 교사들이 자체 제작한 학습자료나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서적도 인정 절차만 거치면 교과서로 사용될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직접 교과서에 반영할 수 있어서 지식, 흥미, 창의력을 키워주는 수준별 맞춤수업이 용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이러한 관점은, 교과용도서 중 인정도서의 정의를 ‘교과서는 교육과정 운영 자료, 혹은 교수·학습 자료’라는 적극적인 개념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관점과 합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로써 교과서의 목적이 ‘지식을 담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탐구적·창의적·미래지향적인 학습을 유도하고 수업 방법을 개선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자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타까운 것은, 인정도서 확대 정책의 취지가 잘 구현될 만한 구체적 방안(예 : 교사들이 자체 제작한 학습자료나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서적을 교과서로 사용하는 데 필요한 인정 세부 절차 등)이 제시되지 않고 있고, 각급학교나 출판사 등 현장으로부터의 호응 수준이 아직은 이 정책의 가치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인정도서 확대 정책의 취지, 방안 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홍보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2. 최근의 관련 정책에 대한 평가 실시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과정 개정 및 교과서 관련 정책에 관한 다양한 측면에서의 평가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교육과정 기준이나 교과서 정책의 변화가 종전에 비해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이러한 변화에 대한 평가는 필수적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2003년 10월, 종전의 일시적․전면적 교육과정 개정방식을 폐지하고 수시․부분 개정체제를 도입한 이래 그동안 여러 차례의 교육과정 수시 및 부분 개정이 이루어졌으며, 이러한 변화는 교과서 개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지어 ‘교육과정의 수시·부분 개정’이라는 표현보다는 이제는 ‘교육과정의 수시 개정’이라는 표현이 흔히 쓰이기도 한다. 이전의 국가 교육과정 개정 행태의 문제점에 대해 홍후조(2002)는, ① 단주기적 개정, ② 전면적 개정, ③ 일시적 개정, ④ 운영 경험의 선순환이 결여된 개정, ⑤ 교과 중심의 개정, ⑥ 국가 교육과정 질 관리 미흡 등으로 열거한 바 있다.43 이러한 지적은, 이른바 국가 교육과정 수시 개정 체제를 적용하고 있는 현재에는 불식된 것인지, 어떤 문제점이 어떻게 개선된 것인지 반성 평가해보아야 할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또 ‘2010 교과서 선진화 방안’의 실현을 통해 ‘우리 교과서가 보다 쉽고, 재미있고, 학생들에게 친근한 미래형 교과서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교사들이 현장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직접 교과서에 반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과서 선택권도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과서 개발·활용의 현장에서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아직은 그러한 변화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정책에 대한 평가는 이들 정책이 안정적으로 추진되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필자는 ‘2010 교과서 선진화 방안’이 그동안 숙원이 되어 왔거나 현장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과제를 중심으로 획기적인 해결방안을 담고 있는 확인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관점에서 우리 교과서의 수준을 높이려면 교육과학기술부의 관련 정책이 지금까지의 규제 완화적 성격에서 위임·위탁과 함께 권장·조장·허용 성격으로 전환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인정도서의 경우 학교는 물론 출판사·저자·학회·연구회·행정기관·단체 등 다양한 기관·단체를 대상으로 한 공모와 지원의 형태로 인정도서의 범위를 확대하면 그 대상이 되는 교과목의 도서는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인 도서들이 경쟁적으로 개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교과목에 따라 여러 가지 인정도서가 출현할 수도 있고, 특정 교과목에서는 국정도서와 인정도서, 검정도서와 인정도서가 병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3. 교과서 대여제, 정기검정제 등 새로운 제도 도입

 

교과서 대여제, 검인정 교과서 정기검정제 등은 우리도 하루속히 도입해야 할 필수과제가 되었다.

지난 4월 28일, 한국교과서연구재단에서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으로 개최한 국제 교과서 심포지엄(주제 : 교과서 정책의 동향과 전망)에서 드러난 특징적인 사실 중 한 가지는, ‘지급제’라는 이름으로 발행·공급되는 우리 교과서의 외형이 교육선진국들의 ‘대여제’ 교과서에 비해 매우 초라하게 보였다는 사실이다. 이 점에 대해 학자들은 우리 교과서의 가격이 대여제 교과서에 비해 심지어 1/16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우리는 그동안 교과서 대여제의 좋은 점, 대여제를 당장 실시하지 못하는 이유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해왔으며, 규모로 보아 국정에 비해 검·인정 교과서가 대부분이고 교과서 소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많이 개선되었으므로 현실적으로 대여제 시행을 미루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게 된 것이 사실이다. 본질적인 과제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행정적으로 동시에 시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일부 학교급, 일부 교과목부터 점진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4. 교육 본질과 내용면의 혁신

 

교과서의 개선을 이야기하면서 느끼게 되는 크고 무한한 ‘한계’가 있다. 교과서 중심 수업, 지식 전달식 수업, 획일적 강의 중심 수업 등으로 표현되는, 대학입시 준비교육으로는 아무것도 시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암담함이다. 수업이 바뀔 수 없다면 교과서의 수준 향상 또한 무용(無用)한 것일 수밖에 없다. 좋은 교과서를 개발하면 좋은 수업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무책임하고 터무니없는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교과서의 다양성은 결코 교사의 자유로운 선택만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언제나 단 한 권의 교과서를 받아서 그 교과서의 내용에 대한 교사의 설명을 경청하고 수능 등에 출제될 만한 핵심을 암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좋은 교과서’에 대한 이상(理想)은, 학생들도 개인별로 자유롭게 필요한 교재를 선택할 수 있어야 실현될 수 있다. 교사의 ‘해설’이 사라지고 학생들의 사고·탐구가 주요 활동이 되는, 그런 수업, 그런 교실을 그려보면, 어떤 학생은 그 교과의 시간에 가장 쉽게 보이는 한 권의 교과서를 선택할 수도 있고, 다른 학생은 동일한 그 교과의 시간에 두세 권의 교과서를 동시에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교과서의 활용이란 학생 개인별로 모두 다른 상태이며, 교과서란 학생들이 개인별로 소지하도록 배부되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 온갖 교과서를 풍부하게 구입하여 비치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는 교육과정에 의해 설정한 수업목표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며, 어느 교과서를 채택, 선정하여 그 내용을 설명하고 요약해주는 짓은 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교사의 지도와 안내에 따라 개별학습을 하고 소집단, 혹은 전체학습에 참여한다. 정부에서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요구에 따라 필요한 교재를 구입해주며, 교과서는 수많은 교재 중의 일부이고, 학생들이 가장 흔히 사용하는 교재일 뿐이다. 그러므로 ‘교재의 다양성’이란, 공급면의 다양성(교사의 자율적인 선정·채택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학습의 다양성’으로 이어지는 경우의 다양성이라야 그 의미를 지니게 된다. 학교와 교원들의 성과는 ‘어느 대학교에 몇 명의 학생을 입학시켰는가?’와 같은 ‘무지막지한’ 자료로만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의 목표를 얼마나 달성시켰는가?’로 판단된다. 이 학교에서 대학입시에 초점을 맞추어 교과서 내용전달에 치중하는 오늘날 한국의 학교들을 바라보면 ‘수요자 중심 교과서’라는 과제가 왜 필요한지 의심스러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교육개혁, 교육혁신은 거의 교육방법이나 교육활동 지원에 주력한 개혁이고 혁신이었다. 진정한 개혁과 혁신은 교육내용을 중심으로 한 본질의 변화를 추구한다.

 

 

◇ 참고자료

 

○○○, ‘2010 교과서 선진화 방안의 과제와 전망’, 한국교과서연구재단,『교과서연구』제59호(2010.3).

○○○, ‘교과서의 창의성·다양성 구현과 교과서 정책의 방향’(발표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10.9.7),『교과서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2011년 교과서 검정체제 개선연구 관련 세미나 자료집).

○○○, ‘교과서 개발·보급, 독립적 시스템 정립도 가능하다’(토론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10.11.19),『국가 교육과정 ‘수시’ 개정체제에 따른 교과서 정책』(교과서 정책 워크숍 자료집).

○○○, ‘교과서 논란, 누가 해결의 열쇠를 갖고 있나?’(토론자료),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10.11.23),『아시아 3국(한국, 일본, 대만)의 교과서 내용 관련 쟁점과 해소 방안』(교과서 쟁점 해소방안 마련을 위한 세미나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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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육부(1999.3), 「교육정책 토론회, 1년의 발자취(미간행 자료)」참조. [본문으로]

2.교육과정정책심의관실 부서 : 교육과정정책과와 교육평가팀, 교과서발행과, 학교정책과, 유아·특수교육과. [본문으로]

3.전국사범계대학교(41개), 교과 관련 학회장(6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 등에게 통보된 이 계획은,‘심사 결과 2개의 연구개발기관을 선정하여 책당 1000만원의 편찬비를 지급하고, 원고본 심사시 최종 1개 기관을 선정하여 나머지 소정의 편찬비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본문으로]

4.교육과학기술부(2008.11),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초등학교 5,6학년/고등학교 1학년 검정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 이 자료는 Ⅰ. 교과용도서 편찬 방향(목적, 기본 방향, 주요 내용), Ⅱ. 편찬상의 유의점(공통기준), Ⅲ. 교과목별 편찬상의 유의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과 교육목표 달성에 적합한 질 높은 교과용도서 편찬’을 목적으로, ‘학생의 학습능력과 창의력 신장에 적합한 교과용도서 개발’이 기본방향이며, ◦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한 교과용도서, ◦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교육 체제에 적합한 교과용도서, ◦ 학습자 중심의 다양하고 질 높은 교과용도서 개발이 구체적인 방향으로 제시되어 있다. 주요 내용에 대해서는, ▷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한 교과용도서 편찬’이란 추구하는 인간상, 교과 교육과정의 반영을 의미하며, ▷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교육 체제에 적합한 교과용도서 편찬’이란 교육과정을 구현하기 위한 주된 교육 자료로서의 교과용도서 편찬, 교수·학습 과정 중심의 교과용도서 편찬, 교원이 직접 참여하는 현장 친화적인 교과용도서 편찬으로 설명하고 있다. [본문으로]

5.‘제7차 교육과정에 의한 1999년도 초‧중‧고등학교 1종도서 편찬 추진계획’(교육부, 1999. 5). 이 내용은 당시에는 매년 유사하게 제시되고 있었다. [본문으로]

6.'초등학교 교과서를 대상으로 검정도서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① 전혀 필요하지 않다(30.9%). ② 별로 필요하지 않다(48.3%). ③ 그저 그렇다(12.9%). ④ 약간 필요하다(6.4%). ⑤ 매우 필요하다(1.3%) : 김재춘(2011.7), 「교과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구분 방안(시안)」, 한국교과서연구재단『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구분(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2차) 자료집』30쪽. [본문으로]

7.조선일보, 2011.7.26.A12.「'高3 한 달 책값만 수십만원'…반기 든 반값 참고서」관련 기사「교과서, 핵심개념뿐 시험 땐 참고서 필수」. [본문으로]

8.다른 나라에서는 보편적인 사례이므로 우리에게도 당연히 매우 흔한 사례로 소개될 수밖에 없다. [본문으로]

9.최원석(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스티지교육원장),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교육 제도와 교과서 제도」, 한국교과서연구재단,『교과서연구』제61집(2010.9.1), 67~71쪽. [본문으로]

10.韓冕熙․宋溶義․趙元浩․韓京子․柳貴秀(1977).『새 敎科書 模型開發에 관한 硏究-國民學校 社會科 敎科書를 中心으로-』(韓國敎育開發院 硏究報告 第54輯), 12~13쪽. [본문으로]

11.康宇哲외8인(1975), 「社會科 敎育課程의 類型」, 『社會科 敎育』(敎科敎育全書 5, 能力開發社), 23~28쪽. [본문으로]

12.金宗西(1980), 「敎科書制度에 관한 外國制度와 우리 制度와의 比較硏究」, 韓國敎育開發院,『敎育課程 및 敎科用圖書 開發을 위한 基礎硏究』, 1輯, 381~382. 이 연구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문교부의 위촉으로 ‘각급학교 교육과정 및 교과용도서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를 수행하여 이루어졌다. [본문으로]

13.辛世浩 외 16인(1979).『敎科書 構造改善에 관한 硏究(附錄)-國民學校를 中心으로-』(韓國敎育開發院 硏究報告 第109輯) : ‘敎科書의 役割과 機能’(洪雄善), ‘國民學校 敎科書의 性格과 機能’(韓鍾河), ‘敎科書의 開發’(康宇哲), ‘敎科書 評價基準’(康宇哲), ‘敎科書 政策’(咸宗圭)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본문으로]

14.康宇哲(1979). 「敎科書의 開發」, 辛世浩 외 16인(1979), 상게서, 23~32쪽. 강우철이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 ‘미신’의 사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었다. 이 주장이 나온 지 3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 현실에 비추어 검토되었으면 좋겠다.∙ 교과서의 이름과 교과명의 일치∙ 1교과 1교과서(책)주의∙ 국판 이외의 크기에 대한 기피증(4‧6판, 크라운판, 4‧6배판 등의 구사)∙ 색도가 많을수록 좋다는 미신∙ 자습서와 교과서를 애써 구분하려는 태도∙ 교과서는 내용을 간추린 골자이기 때문에 매력 없고 재미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책임 회피∙ 일본식 교과서 모형에 대한 공감∙ 미국식 교과서 모형에 대한 열등의식 내지는 자포자기∙ 교과서는 학생 전원이 고루 구비해야만 한다는 생각∙ 교과서는 학교와 집 사이를 반드시 지니고 다녀야 한다는 고정관념∙ 배우기보다는 가르치기에 더 편리하게 만들려는 의도∙ 교과서에 대한 지나친 신성시 내지는 권위 부여∙ 교과서의 내용은 시험에 낼 주요 사실의 조직이라는 관점∙ 교과마다 반드시 교과서가 있어야 편리하다는 생각∙ 미술, 음악 등은 자료와 이론을 따로 편찬하기 어렵다는 단정∙ 도덕 교과서는 사례집, 예화집으로 구성하면 교과서의 권위가 떨어진다는 생각 [본문으로]

15.洪雄善(1982).『敎科書 開發의 發展課題』, 韓鍾河‧李亮雨‧安熙天(報告者),「敎科書 開發의 原理」(韓國敎育開發院 硏究報告 OR 82), 11쪽. [본문으로]

16.李榮德 외 7인(1985).『敎科書 體制 改善 硏究』(韓國敎育開發院 硏究報告 RR 85-30). 22~23쪽. [본문으로]

17.康宇哲(1979).「敎科書의 開發」, 신세호 외 16인(1979),『敎科書 構造改善에 관한 硏究(附錄)-國民學校를 中心으로-』(韓國敎育開發院, 敎科書 構造改善 硏究를 위한 세미나 資料), 23~46쪽. [본문으로]

18.곽병선‧이혜영(1986).『교과서와 교과서 정책』(한국교육개발원연구보고RR86-6), 130~131쪽 및 郭柄善(1989),「全人敎育을 위한 敎育課程 및 敎科書 政策의 基本方向」, 大韓敎育聯合會,『敎育 正常化를 위한 第7會 敎育政策 討論會 資料』, 16쪽. [본문으로]

19.李敦熙(1986).「새로운 敎科書의 槪念」, 韓國2種敎科書協會,『2000年代 韓國敎科書의 未來像』(敎科書 改善硏究 세미나 報告書), 7~15족. [본문으로]

20.홍웅선‧곽병선‧박도순‧김애송(1990).『교과서 제도개선 연구』(文敎部 政策硏究報告書). 73~74쪽. [본문으로]

21.김재복‧김왕근‧양미경(1997).『교과서 체제개선 연구-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내용구성 방식을 중심으로-』(한국교육과정연구회 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 1997 교육부정책연구), 114~117 및 39~76쪽. [본문으로]

22.이용숙‧김영준‧이근님‧양미경‧최성욱‧박순경(1995).『교과서정책과 내용구성방식 국제비교연구』(한국교육개발원 연구보고, RR 95-17) 중 “사회과 교과서의 외형적 체제와 내용 구성 방식”. [본문으로]

23.2007년 8월 2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관련 연구 세미나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을 수정·보완함. [본문으로]

24.문교부(2000), 「지식기반사회와 교육」(자료집), 39쪽. 이 자료집에서는 ‘하나의 기초이자 지침으로서의 일반지식’은 명시적일 뿐만 아니라 암묵적인 지식, 기술과 기능을 포괄하는 것이며, 전문지식과 일반지식의 이원성은 새로운 개념 정립을 위한 기초가 될 수 있고 일반지식이 전문지식을 위한 출발점인 동시에 연결점으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다. 또 그러한 일반지식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부록 14~15쪽). ○ 도구적 능력(instrumental/methodological skills) - 일반적인 기초와 문화적 능력 : 외국어, 전통문화능력, 논리, 창의력, 기술적인 것에 대한 이해 / 정보기술의 처리 : 현대 매체에 대한 지식,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사용, 정보탐색과 선별 ○ 개인적인 능력(personal skills) - 개인의 경험적 지식 : 자기 인식, 정체성, 독립적 행위 능력, 자기관리, 구조화, 문화적 경험, 감정관리, 사회 소속감의 경험, 죽음·윤리·종교 관리 / 지식을 처리하는 개인적 능력 : 호기심, 개방성, 비판적 관점, 성찰력, 판단력 ○ 사회적 능력(social skills) - 의사소통능력 : 명확한 발표력, 조직구성원으로서의 능력, 자기표현력, 제력, 동반자 및 사회적 관계를 다루는 개인적 능력 ○ 기본적 사실들에 관한 지식(basic factual knowledge) - 시사문제에 대한 사실적 지식 : 교육과 직업, 생태학, 유럽통합과 세계 공존 / 기본적 사실 : 금전, 경제, 육아, 역사, 종교, 문학, 철학, 정치, 과학기술, 지리, 생물학 등의 기초 [본문으로]

25.독일 교육연구부, 「지식기반사회의 잠재력과 차원 그리고 교육과정과 구조에 미치는 영향(델파이 조사보고서)」, 교육부 위의 자료집 부록. [본문으로]

26.로저 샨크(2001), 「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 존 브록만 엮음·이한음 옮김,『앞으로 50년』(생각의나무, 2002), 295~296쪽 및 301쪽. 그는 또 구체적으로 교과서와 교사, 교실에 대해서도 이렇게 예측했다. '우리가 아직 교사와 교실과 교과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50년 뒤에는 거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를 돌이켜보면서 우리가 교육 개념을 바꾸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 왜 수능 성적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왜 답을 암기하는 것이 지능의 증거라고 생각했는지 물을 것이다.' [본문으로]

27.李烘雨(2006), 『지식의 구조와 교과』(1979 초판의 개정·증보판, 교육과학사), 48~57쪽. [본문으로]

28.조선일보, 2011.8.6.A29,「“신문, 이해력·비판력 키우기에 최고” 인지과학 대가, 美 대니얼 윌링햄 교수 인터뷰」. 밑줄은 필자가 붙임. [본문으로]

29.미국의 초등학교 5~7학년 사회과 교과서(Harcourt Brace Social Studies,『The World』, 2002). [본문으로]

30.미국의 초등학교 5~7학년 사회과 교과서(Harcourt Brace Social Studies,『Ancient Civilizations』,2002) [본문으로]

31.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제3조 제1항 '‘학교의 장은 국정도서가 있을 때에는 이를 사용하여야 하고, 국정도서가 없을 때에는 검정도서를 선정․사용하여야 한다. 다만, 국정도서․검정도서가 없을 경우 또는 이를 사용하기 곤란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제16조(인정도서의 인정)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받은 인정도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본문으로]

32.일본의 교과서 검정기준(문부과학성, 1999) 중 [선택․취급 및 조직․분량]에 관한 내용은 다음과 같이 16개 항으로 되어 있다(김만곤·김차진·강환동·주용준(2006).『검정도서 수정·보완체제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한국교과서연구재단 연구보고서), 16~18쪽). ① 학습지도요령에 제시된 목표, 내용 및 내용 취급 사항에 비추어 부적절한 곳, 학습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내용은 실을 수 없음(학습지도요령에 제시되어 있지 않은 내용을 취급할 경우에도 마찬가지임). ② 정치 및 종교의 취급에서는 공정하고, 특정 정당 및 종파 또는 그 주의(主義) 및 신조에 편중된다든지 그것들을 비난한다든지 하는 곳이 없을 것 ③ 화제 및 제재의 선택․취급에서는 학생이 학습내용을 이해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없도록 특정 사항, 사상(事象), 분야 등에 편중되지 않고 전체적으로 조화가 이루어져 있을 것 ④ 도서 내용에 학생이 학습내용을 이해하는 데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없도록 특정의 것을 특별히 과도하게 강조한다든지, 단면의 견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다룬다든지 하는 곳이 없을 것 ⑤ 도서 내용은 엄선되어 망라적, 나열적으로 되어 있는 곳이 없을 것 ⑥ 화제 및 제재가 다른 교과에도 연계되어 있을 경우에는 충분한 배려 없이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지 않을 것 ⑦ 도서 내용에 다른 교과, 학습지도요령에 제시되어 있는 다른 분야 또는 다른 영역, 도덕 및 특별활동의 내용과 모순되는 곳 및 불필요하게 중복되는 곳이 없을 것 ⑧ 도서 내용에 심신의 건강이나 안전 및 건전한 정서 육성에 대해 필요한 배려가 결여되어 있는 등 학교교육 전반의 방침에 반하고 있는 곳이 없을 것 ⑨ 도서 내용(학습지도요령에 제시되어 있지 않은 내용을 제외함)은 전체적으로 계통적, 발전적으로 조직되어 있고, 학교교육법에 따른 수업 시수 및 학습지도요령에 제시되어 있는 내용 및 내용의 취급 사항에 비추어 전체의 분량 및 그 배분이 적절하게 되어 있을 것 ⑩ 도서 내용의 조직 및 상호 관련이 적절하게 이루어져 있을 것 ⑪ 도서 내용 가운데 설명문, 注, 자료 등은 중요한 기술과 적절히 관련지어 다루고 있을 것 ⑫ 학습지도요령에 제시되지 않은 내용을 다룰 경우에는, 그 외의 내용과 구별되어 학습지도요령에 제시되어 있지 않은 내용임이 명시되어 있을 것 ⑬ 실험, 관찰, 실습, 조사 활동 등에 관한 것에 대해서는 학생이 스스로 해당 활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적절한 배려가 이루어져 있을 것 ⑭ 인용, 게재된 교재, 사진, 삽화, 통계자료, 그 밖의 저작물은 신뢰성 있는 적절한 것이 선정되고, 저작권법상 필요한 출처 및 저작자명, 그밖에 필요에 따라 출전(出典), 연차 등 학습상 필요한 사항이 제시되어 있을 것 ⑮ 도서 내용에 특정 기업, 상품 등의 선전 및 비난을 하게 될 우려가 있는 곳이 없을 것 ⑯ 도서 내용에 특정 개인, 단체 등의 권리 및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곳이 없을 것 [본문으로]

33.김만곤 외(2006), 위의 연구보고서, 21~30쪽. [본문으로]

34.교육과학기술부(2008),『초등학교 교육과정 해설 Ⅰ』및『중학교 교육과정 해설 Ⅰ』. 12~13쪽. [본문으로]

35.초․중등교육법 제23조 (교육과정 등) ①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야 한다. ②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며, 교육감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정한 교육과정의 범위 안에서 지역의 실정에 적합한 기준과 내용을 정할 수 있다. ③학교의 교과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본문으로]

36.함수곤(2003),『일본의 교과용도서 편찬체제 및 개발모형 연구』(한국교과서연구재단 연구보고서),P.120. [본문으로]

37.교육인적자원부(2005),『일본 교과서제도의 개요』(교육과정 연수자료 258),P. 7. [본문으로]

38.박소영․박순경․조미혜(2004),『교과서 상시개편체제 수립방안 연구』(한국교과서연구재단 연구보고서), P.66. [본문으로]

39.김만곤·김차진·강환동·주용준(2006), 『검정도서 수정·보완 체제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한국교과서연구재단 연구보고서), P. 108~117. [본문으로]

40.'한국사 교과서 오류투성이… 역사교육 강화 무색' '올해 고교 보급 6종에 오기·오탈자 수두룩' '검정시스템 수술 시급'(2011.8.15. S일보). 하필 이 기사를 두고 말할 수는 없고, 이 기사는 그 내용으로 보아 심각한 일이지만, 막무가내로 기사화하고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신문과 기자에 대한 ‘교육적 제재’도 필요할 것이다. [본문으로]

41.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2010.1.12).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 [본문으로]

42.교육과학기술부(2010)에서는 인정도서가 학습자 친화적이고 보다 유연한(flexible)한 반면, 비교적 간편한 심사와 채택 절차 등으로 인해 교과서로서의 질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있기 때문에 전문 학술기관 등을 과목별 인정도서 감수기관으로 지정·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위 보도자료 참조). [본문으로]

43.홍후조(2002.12), 「교육과정 개선 방향 설정에 관한 연구」(2002 교육인적자원부 교육과정 후속지원연구과제 답신보고), 12~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