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관점 혹은 가치관

by 답설재 2011. 9. 19.

 

 

며칠 전 이런 댓글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었을 뿐인데, 선생님께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신 교장선생님이신지 알 듯하고 어떤 마음과 몸짓으로 한평생 교단에 서셨는지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고 감히 말씀드리면서 선생님 블로그의 팬이 되고 싶습니다."

독자들로부터 더러 이런 댓글을 받는 '영광으로'(더 멋진 단어는 없겠지요?) 이 블로그를 들여다보며 지냅니다. '블로그를 들여다보며 지낸다'는 건 지금으로서는 소중한 일입니다. 다른 특별한 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가치관을 가지신 교장선생님이신지 알 듯하고~."

'가치관(價値觀)'이란 단어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면 '관점(觀點)'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런 '관점'이야 나에게도 몇 가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가나 고위 행정가, 학자, 예술가 같은 분들의 관점 혹은 가치관에 견줄 만한 것은 아니고, 평범한 생활인이 흔히 가질 수 있는 그저 고만고만한 관점이긴 하겠지요.

 

어처구니없어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습니다. 도덕(道德)이나 교육(敎育)은 이 관점의 바탕 위에서 드디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도덕(道德)이나 교육(敎育)은, 이 관점의 바탕 위에서"라는 말에서 "위에서"란 '관점'이 없으면 즉 '바탕'이 없으면 '불필요하다', '쓸데없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 우리 사회는 동심(童心)이나 사랑은 제쳐두고 '교육권'과 '학습권'을 이야기하고 "체벌이 필요하네" "필요없네", "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권 보장을 명시적으로 설정해야 하네" "그 인권 보장을 명시하기 이전에 교육이 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네"를 이야기하니까 두 가지 주장이 평행선을 긋게 되어 끝 모를 논쟁만 일삼게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결코 "도덕, 교육은 없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동심이나 사랑 같은 게 잘 보호되면 그만이다, 만사가 다 해결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걸 혼동하니까 우리 사회에는 '개망나니'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우리나라는 늙은 부모를 찾아가지 않는 사례가 OECD 국가 중 최고로 많고, 반면에 부모가 돈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부모를 찾아보는 사례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된 것입니다.1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 쑥스러워서인지 그런 말 하는 사람도 없지만 "동방예의지국 좋아하시네!"지요.

그러므로 도덕과 교육은 꼭 무엇보다 필요한 것입니다. 그게 무너지니까 그걸 잘못 하고 있으니까 도덕이고 교육이고 간에 우선 '많이' '잘' 외우게 해서 대학에 집어넣고 보자고 하니까 인성은 엉망인 개망나니 인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당연한 귀결입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언제부터 그런 관점을 가졌나?"

아이들이 아름다운 걸 아는 데는 40년이 더 걸렸고, 인간은 본래 아른답다는 걸 아는 데는 60년이 더 걸렸다고 얘기하고 싶고, 안타깝고 부끄럽게도 학교를 떠나오게 되었을 때 아이들이 아름다운 걸 알고 깜짝 놀랐다는 걸 고백하고 싶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