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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불법으로 투기하다 적발시는! : 걸으며 생각하며(Ⅲ)

by 답설재 2011. 8. 29.

 

 

 

우리는 함부로 뭘 어떻게 하지 말라는 표어, 표지판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제도 나는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다가 발각되면 <일금 백만원(1,000,000원)> 이하의 과태료1를 내게 된다'는 내용의 대형 표지판을 봤습니다.

사전을 보면 과태료(過怠料)란 공법에서, 의무 이행을 태만히 한 사람에게 벌로 물게 하는 돈. 벌금과 달리 형벌의 성질을 가지지 않는 법령 위반에 대하여 부과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도 무심합니다. 나도 무심했습니다. 다만 오다가다 쳐다보며 이런 생각은 했습니다.

'뭐 하려고 저렇게 큰 간판을 세웠을까, 쓸데없이.'

'내용은 준엄한 것이라도 공원이니까 좀 아담하게 아름답게 세우면 좋을텐데……'

'그냥 백만원이라고 하면 실감이 덜 하니까 ( ) 안에 1,000,000원이라고 동그라미가 많이 보이는 숫자까지 표시해 놓았구나.'……

 

 

 

 

그러다가 어제는 내 앞에 걸어가던 어느 초등학생이 혼잣말로 "와, 백만원이나!" 하는 걸 보고 생각을 더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 쓰레기 한 번 버리면 내는 과태료로는 어마어마하구나.'

'저 아이 아니었으면 나도 그런가보다 하고 지냈겠구나.'

'누가 백만 원의 과태료를 내어본 적이 있기나 있을까?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걸 흔히 봤는데……'

'그렇다면, 걸리면 큰일이라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고 저렇게 해놓은 걸까?'

'그럴 수도 있지만, 뭐든지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그럴려면 그래라' 만성이 될 텐데?'

………………

 

그 아이 때문에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불법으로 투기하다 적발시는? 이게 무슨 소리지?" 의문을 가질 사람은 없을까? '"내가 무식해서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쓰레기 버리지 말라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말까?'

그것도 그렇지만, '불법'으로 투기하다니요. '합법'으로 투기하기도 합니까?

또, 적발시라니요? 그러면 적발되지 않으면 그만입니까? 물론 걸리지 않으면 과태료를 낼 일이 발생하지 않을 건 당연합니다. 그렇다고 '걸리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것도 우스우니까 포괄적인 의미로 표현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트집을 잡으려면 한이 없습니다. 한 가지만 더 보겠습니다.

동네 저 아래 냇가는 멋지게 단장되어 있습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크고 아름다운 돌로 냇가 양쪽을 다듬고 그 가장자리의 보도(步道)도 아름답게 꾸며서 산책이나 운동을 하고 싶은 어른들, 물놀이를 하려는 아이들이 제법 많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심지어 간단한 음식물을 가지고 나와서 나누어 먹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요즘에는 지난번 장마로 물이 많이 흐르고 있어서 어느 젊은 부부는 해수욕장에서 쓰는 알록달록한 보트를 가지고 나와 아이를 태워주기도 했습니다. 또 남자 중학생 몇 명은, 옷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그 물에서 풍덩풍덩 멱을 감으며 물놀이를 하는 걸 보고 시골 냇가에서 배가 고프도록 놀던 그 어린시절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 옆의 자연보호 표지판도 비교적 아름답습니다. 거기에는 "환경은 우리 생명, 보호는 우리 사명"이라는 표어도 아름답게 새겨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표어 아래 노란 글씨로 적힌 내용은 아무래도 좀 어색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천내에 쓰레기는 함부로 버리지 마세요!"

 

 

 

 

 

 

'하천 밖에는 버려도 된다는 말인가?'

'쓰레기는 버리지 말라니, 그럼 다른 건 버려도 된다는 뜻인가?'

'함부로 버리지 말라니, 허락 받고 버리는 일도 있을 수 있나?'

 

 

 

 

이런 생각을 하다가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너무 까칠한 성격이고, 요즘 그 까칠한 성격이 더욱 심해진 것 같은 느낌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보십시오. 이렇게 아름다운 냇물에 쓰레기를 버리면 되겠습니까? 우리 동네 냇물을 우리가 깨끗하게 합시다."

'그런 간곡한 마음을 저렇게 표현한 것이겠지.'

다만, 바라고 싶은 것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은 한결같으므로, 이제부터는 꼭 필요한 표지판을 세우도록 하고, 그 내용도 표지판을 세우는 사람의 진정성이 담긴 것으로 정하고, 그 장소에 어울리도록 아름답게 디자인해서 세우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 정말로 세워야 하는 표지판인가? 쓸데없이 자꾸 세워서 자칫하면 '표지판 공화국'이 되는 것은 아닐까?
  • 과태료가 '백만 원'이라고 하면 정말로 백만 원을 받을 것인가? 받을 수 있는가?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느니 어떠니 하며 억울하다고 할 사람은 없겠는가?
  • 그 표지판은 누가 디자인 할 것인가? 누가 한 번 더 쳐다봐도 좋을 만큼 아름답게 꾸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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