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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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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의 유언

by 답설재 2011. 1. 27.

1997년에 덩샤오핑이 세상을 떠났을 때 "집안에 빈소를 차리지 말고, 눈은 기증하고, 유골은 바다에 뿌리도록 하라"는 그의 유언이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1997년, 그때 저는 한창 바쁘기도 했지만 속으로 '그 조그마한 사람이?' 하고 만 것 같은데, 중국인들이 그 유언을 듣고 그를 더욱 존경하게 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처음에는 그 유언을 잘 지켜주었지만, 몇 년 후 그의 생가를 복원하여 기념관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일단 유언을 지켜주었으니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을까요?

 

이런 걸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하는 거겠지요. 덩샤오핑 같은 유언을 남긴 지도자들은 찾아보면 더 있을 것입니다. 사실은 그런 사람이 진정한 지도자이겠지요.

 

아직 생존해 있지만, 이번에는 리콴유(李光耀·88) 전 싱가포르 총리의 유언이 알려졌습니다.

"인도 초대 총리 네루나 영국의 위대한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집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 결국 폐허가 됐다"

"내가 죽거든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기념관 같은 국가적 성역으로 만들지 말고 헐어버리라는 말을 가족과 내각에 말해 놓았다"

"내 집이 남게 되면 주변 건물들을 높이 올릴 수 없게 돼 이웃들이 괴로움을 당하게 되지만, 집이 철거되고 도시개발계획을 바꿔 주면 건물들이 더 높이 올라가고 땅값도 올라갈 것이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리콴유의 유언을 어떻게 따를지 궁금합니다.

 

 

 

조선일보, 2011.1.24. A16.

 

 

우리나라에는 어떤 인물이 이렇게 했습니까? 이런 인물은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는 것입니까? 갈등과 반목, 비난과 비판, 대화의 단절과 타협의 빈곤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같은 나라는 '애초에 다 틀린 일'입니까?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럴수록 교육의 힘은 더 크게 작용할 것입니다. 그게 당연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교육이란 멋있는 일입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교육자가 된다는 것은 참 멋진 일입니다. '교육자로 고달프게 살다가 죽고 나서 저런 인물이 나오면 뭐 하나?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 그러면 어떻습니까? 그러니까 「무명의 교사」를 예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덧붙임 2015. 3.>

 

리콴유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기사(2015.3.24.~3.25.)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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