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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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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체벌에 대하여

by 답설재 2011. 1. 5.

이럴 때의 교권(敎權)이란 교사로서의 권리(權利)를 말하는 건지 교사의 권위(權威)를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으나 요즘 그 교권이 무너진다고 야단인 가운데, 대구시교육청이 '어른들을 공경할 줄 모르고 교사에게 대들고 배려심, 질서의식도 없는 버르장머리 없는 학생들을 근절하기 위한 운동'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오는 3월부터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한국국학진흥원과 공동으로 대구시내 100곳의 유치원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내년에는 310곳의 모든 유치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는 것입니다. 한국국학진흥원과 인성·예절교육 관련 공동연구를 한 결과를 토대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운영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한 것입니다.

 

대구시교육청에서는 또 연수원 소속 전문 예절교육 강사 300명을 초·중·고교에 보내 교과시간이나 자율활동시간 등을 활용해 예절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답니다.*

대구시교육청의 그런 계획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입니다. 그러나 매우 반가운 일인 것은 사실입니다.

기초·기본 교육은 유치원에서부터 잘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것은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교육을 철저히 하는 것만 봐도 효과적이라는 걸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그 교육방법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으며,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그들을 상대해 보면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고 때로는 얄밉기 짝이 없기도 하지만(특히 독도 문제로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등), 개인적으로는 일단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 하고 친절한 태도를 보이려고 애쓰는 장면은 잘 간파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연말까지 학교 교실에서의 체벌금지 문제와 그로인한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오죽하면 신문기사의 제목만 봐도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싶었고, 그보다 더 속상한 것은 그런 현상에 대한 해석이 입장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또 논란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저로서는 구태여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연말 며칠간 스크랩해둔 기사의 제목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 학생이 여교사 폭행 … "첫 경험 언제" 성희롱 … 막가는 교실

고교생이 훈계하는 교사 발길질, 중학생은 수업 중 낯뜨거운 질문, 초등생까지 머리채 잡아 밀치고, 교원단체 특단 대책 요구하지만 경기 교육청선 "체벌금지와 별개"

 

▲ “뭘 해도 못 때려”… ‘선생님 약 올리기’ 유행

수업 중 뒤에서 춤추고 도망 다니며 수업 방해, 동영상 찍어 인터넷 올려 약 올리는 법 공유하기도

 

▲ 학생들, 게임하듯… 선생님을 가지고 논다

중학생 블로그에 '놀리기 쉬운 교사 ABC 등급 분류, "때리고 괴롭히니 시원" 자작 소설도… 교권 추락 가속

 

▲ 敎權 더 떨어질 곳도 없다

女교사에 "어쩔래, ××야"… 학부모는 교사 뺨 때리고 수표… 교총·전교조 상담 게시판, 체벌 금지 이후 사례 급증 "체벌 금지 英 웨일스 지방 최근 5년 교사폭행 4000건"

 

▲ '교권 침해' 걱정은 같지만 원인 분석은 달라

교총 "체벌 금지 때문에 학생들 해방감 느껴" 전교조 "경쟁 교육이 소외학생 반항 유발"

 

▲ 선생님 때리는 아이들

맞은 교사들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 학교 가기 겁난다" 때린 학생 부모들 "교사가 원인 제공… 우리 애가 피해자" '교사 폭행' 올 상반기에만 53건, 가해 학생들 처벌은 사과·반성문, 퇴학 처분은 3년 동안 2건뿐 전문가들 "애 기 살려줘야 한다는 잘못된 가정교육이 교권 무너뜨려… 교사들의 소명의식 부족도 한몫"

 

▲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인터뷰 "문제학생 학부모 소환불응 땐 법적제재 추진"

"교사의 권위 부정당하는 교실 분위기 가슴 아프지만 인성교육 강화로 막을 수 있어

 

▲ '체벌 전면금지' 내달 완화키로

교과부, 학교구성원이 결정 추진… 일부 교육청과 갈등

 

▲ 문제학생에 체벌 대신 '출석정지'

연구진, 중고교 각 2년·1년 체벌금지 유예 주장 교과부 "팔굽혀펴기 등 간접체벌 학칙에 허용"

 

▲ 서울시교육청 '체벌금지' 때문에… 현직교사 99.5% "학생지도 어렵다"

문화일보·교총 여론조사 "학생지도 사실상 포기" 한숨 느는 교사들 교사 15명 중 14명 "담임·생활부장 꺼려" "무관심해지는 게 가장 두렵고 걱정돼"

 

▲ 교과부 '체벌 대안 停學' 도입 방침에 서울교육청 "대상 확대" 한발 더 나가

체벌금지·대체방안을 둘러싼 교과부와 서울시교육청의 경쟁

 

 

 

세상은, 세상의 여러 가지 현상들은, 자꾸 다양화·다원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으로 사물을 단순화하여 해석하려는 경향이 점점 더 짙어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체벌 문제만큼은 논의의 관점이 분명해서 곧 해결될 일이므로 공연한 우려를 하는 것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한쪽에서 "체벌을 하면 절대로 안 된다" "어떤 경우에도 체벌을 허용하면 안 된다"고 하니까, 다른 쪽도 평소에 아이들을 때려주자는 입장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흡사 체벌을 많이 하는 교육자들인양 체벌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교육이 어디 1밀리미터만 어긋나도 범죄가 되는 그런 법률을 앞세워 이루어지는 것입니까? 하기야 체벌에 대해서도 법률에서는 잘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선 초·중등교육법(법률 제8917호 일부개정 2008.3.21.) 제18조(학생의 징계)* 제1항은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 다만,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학생을 퇴학시킬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또 이 법 시행령(대통령령 제22542호 일부개정 2010.12.27.) 제31조(학생의 징계 등* 제7항을 보면, "학교의 장은 법 제18조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한 지도를 하는 때에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행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 법률의 이 규정에 대해 한쪽은 "절대적으로 체벌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다른 쪽은 "절대적으로 체벌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 것입니다. 아니면, 한쪽은 "이 조항은 체벌에 대해 너무 허용적"이라고 보는가 하면, 다른 쪽은 "이 조항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해석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런 걸 보더라도 우리 교육이 질적으로 더 수준 높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얘들아, 이것 아니면 저것이다. 딴 생각 말고 당장 둘 중의 한 가지를 가려 ○표를 해라! 구구한 이야기 하지 말고 가려라! 이번에는 ①②③④⑤ 다섯 가지 중에서 가려라. 이야기나 토론 같은 건 해봤자 전혀 소용없다. 그 토론이 객관적인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찍기라도 해서 맞으면 된다!"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에 나가면,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것은 형식에 그치고, 즉 한쪽이 설명하고 다른 쪽이 듣는 것은 절차에만 그쳐 서로 속이 터질 뿐이라고 고래고래 혼신을 다해 고함을 지르다가 타협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고, 결국 처음의 주장을 확인하는 결과만 드러내는 것 아닐까요? 어떻게 하면 내 주장을 끝까지 몰고 갈까, 그 생각만 하고 상대방의 주장이 아무리 설득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 것 아닐까요?

 

물러서는 걸 본 적이 있습니까?(물러서게 되면 그 배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배신자가 될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대화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러다가 결국 입만 있으면 되고, 귀는 소용 없게 되는 것 아닐까요?

 

체벌은, 그저 이런 것 아닐까요? 체벌이라는 것에 대한 관점은, 이렇게 표현될 수 있는 교육자로서의 '도리' 같은 것 아닐까요?

"가르치는 사람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체벌을 하겠는가. 웬만해서는 때려줄 일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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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문화일보, 2011.1.4. 대구시교육청 '교사에 대드는 학생 버릇 고친다' 이 기사에는 다른 자세한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2. 중앙일보, 2010.12.21.18면.
  3. 조선일보, 2010.12.22.A12.
  4. 문화일보, 2010.12.22.11면.
  5. 문화일보, 2010.12.24.6면.
  6. 조선일보, 2010.12.25.A10.
  7. 조선일보, 2010.12.25.B4.
  8. 조선일보, 2010.12.27.A12.
  9. 매일경제, 2010.12.29.A2.
  10. 문화일보, 2010.12.29.
  11. 문화일보, 2010.12.30.1면 및 4면.
  12. 조선일보, 2010.12.31.A12.
  13. 초·중등교육법(법률 제8917호 일부개정 2008. 03. 21.) 제18조(학생의 징계)①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때에는 법령 및 학칙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학생을 징계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 다만,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학생을 퇴학시킬 수 없다.②학교의 장은 학생을 징계하고자 하는 경우 해당 학생 또는 학부모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적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14.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대통령령 제22542호 일부개정 2010. 12. 27.)제31조(학생의 징계 등) ①법 제18조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학생에 대하여 다음 각호의 1의 징계를 할 수 있다.1. 학교내의 봉사2. 사회봉사3. 특별교육이수4. 퇴학처분②학교의 장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징계를 할 때에는 학생의 인격이 존중되는 교육적인 방법으로 하여야 하며, 그 사유의 경중에 따라 징계의 종류를 단계별로 적용하여 학생에게 개전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③교육감은 제1항제3호의 규정에 의한 특별교육이수의 징계를 받은 학생을 교육하는데 필요한 교육방법을 마련·운영하고, 이에 따른 교원 및 시설·설비의 확보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④제1항제4호의 규정에 의한 퇴학처분은 의무교육과정에 있는 학생외의 자로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에 한하여 행하여야 한다.1. 품행이 불량하여 개전의 가망이 없다고 인정된 자2. 정당한 이유없이 결석이 잦은 자3. 기타 학칙에 위반한 자⑤학교의 장은 퇴학처분을 하기 전에 일정기간동안 가정학습을 하게 할 수 있다.⑥학교의 장은 퇴학처분을 한 때에는 당해 학생 및 보호자와 진로상담을 하여야 하며,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다른 학교 또는 직업교육훈련기관 등을 알선하는데 노력하여야 한다.⑦학교의 장은 법 제18조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한 지도를 하는 때에는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학생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지 아니하는 훈육·훈계등의 방법으로 행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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