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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부끄러운 명함

by 답설재 2010. 12. 30.

현직 교장 몇 명과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교장 비리 사건 이야기를 했습니다.

"일부가 그런 짓을 하는데도 우리를 전체적으로 매도해버리니 억울하죠."

순간적으로 역정이 납니다.

"제발 그 일부라는 말 좀 하지 말아요! 언제는 일부가 그랬지 다 그런 짓을 했답니까!"

  

이런 말도 나왔습니다.

"사실은 요즘은 '교장입니다' 소리도 않고, 묻지 않으면 가만히 있습니다. 웬만하면 명함도 건네지 않지요."

그런 말을 듣고도 "왜 그렇게 합니까, 떳떳이 내밀지 않고." 그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부끄러워하는 건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현직에 있을 때 여러 통의 명함을 뿌려댄 일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이 사람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평가를 기대한다는 것이 다 부질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싫어하는 교원들이 많았던, 이해찬 전 교육부장관이 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교육부 직원들을 모아놓고 한 이야기입니다.

 

"… 봉투를 받으면 얼마짜리를 받습니까? 여러분은 정년퇴임까지 몇 년이 남았습니까? 그때까지 근무할 수 있는 세월의 값어치를 돈으로 계산하면 몇 억이 될까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도 포함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꼭 그만큼만 받고 물러날 수는 없는 일이고, 돈 받았다고 두고두고 손가락질도 받아야 하니까 그 몇 배는 받아야 억울하지 않겠지요. 그렇다면, 제가 교원이라면 대략 50억원은 받아야 될 것 같습니다. 누가 50억 정도 준다거든 온갖 수모를 당할 각오를 하고 받을 만합니까? 50억원을 주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기나 있습니까? 없습니까? 그렇다면 그까짓 몇 푼 받아서 뭐 하겠습니까? …"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벌백계주의(一罰百戒主義)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특히 교장에게 그렇게 해야 합니다. 교장이니까 단돈 만원이라도 헛된 돈을 받으면 당장 중벌로 조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장은 '한국의 정치인'도 아니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을 그렇게 하지 않으니까 그런 일이 또 생기고 또 생기고 하는 것입니다.

 

이건 정말이지, 교장노릇 하다가 정년을 당해서 들어앉아 있는 처지이긴 하지만, 그래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하는 말입니다. 도대체 그런 돈을 어디에서 받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업자(業者)들이 행정실을 통해 교장실로 버젓이 들어가면 그 꼴이 어떻게 설명될지 도무지 생각할 수가 없는 일 아닙니까?

 

교장은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무한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경남 부교재 비리 징계교사 100명 넘을 듯」(2010.12.6)1

「'수학여행 뒷돈' 교장 21명 기소」(2010.12.7)2

「체육교사들, 운동용품 구입 비리」(2010.12.8)3

 

어느 신문에 자고나면 이런 기사가 보였습니다. 연달아 교육계의 비리를 보도하는 그 신문도 수다스럽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하필이면 교장이 나서서 그 신문을 수다스럽게 한 것은 기가 막히는 일입니다.

 

 

 

  1. 경남 창원시내 중고교의 부교재 채택비리와 관련한 징계 규모가 100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6일 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지난 7월 부교재와 논술특강 등의 채택비 명목으로 부교재 총판업체로부터 100만원 이상의 돈을 받은 혐의가 있는 창원 시내 공사립 중고교 교사 63명의 명단을 교육청에 통보했다.(후략) 문화일보, 2010.12.6. 10면. [본문으로]
  2.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기석 부장검사)는 수학여행 계약 등을 대가로 업체측으로부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전 서울 S초등학교 교장 김모(61)씨 등 초중고등학교 전직 교장 2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후략) 문화일보, 2010.12.7. 10면. [본문으로]
  3. 체육용품을 구입한 뒤 일부를 반품하는 식으로 수년간 수억원의 돈을 돌려받아 회식비 등으로 쓴 충북도내 체육교사 등이 무더기 입건됐다.(중략) 피의자는 교장 4명과 교감 2명, 행정실장 1명, 공무원 18명, 사립학교 체육교사 6명, 체육협회 임원 9명, 실업팀 감독 6명, 납품업자 12명이다. 이들은 경찰에서 '개인적인 용도가 아니라 운동부 회식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일보, 2010.12.8. 27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