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신문 보기

페이퍼워크 Ⅲ -연평도사태를 지켜보며-

by 답설재 2010. 12. 17.

 

 

 

페이퍼워크 Ⅲ

-연평도사태를 지켜보며-

 

 

 

  지난 3일, 김관진 국방장관의 국회 청문회 관련 기사에서 '모든 보고서는 A4 용지 1장으로', '중간보고는 생략하고 펙트 위주의 최종보고서만 제출할 것'이라는 내용을 보고 「페이퍼워크 ⅠⅡⅢ」을 엮어 왔습니다.

   

  한반도에 다시 전쟁의 공포를 몰고 온 연평도 사태가 일촉즉발의 긴장감과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는 나날입니다.

  우리 국방장관이 지혜를 발휘하기를, 그의 좌우에는 그의 지혜를 지원·지지하는 상황보고에 모든 걸 걸고 있는 인재만 있기를 충심으로 기원하는 바입니다.

 

  이번에는 페이퍼워크의 요령에 관한 내용입니다.1 신문기사니까 이미 상식이 되어 있겠지만, 골몰에 싸인 실무자들에겐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을 다른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창(窓)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보고서 비교… 선택은?

 

  다음 두 보고서를 비교해보자.

   

◆ 보고서 1.

대수롭지 않은 고교생의 구매력에다가 그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은 당사(當社)에서 상품을 그들의 경품으로 제공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고 사료됩니다. 차제에 주장하고 싶은 것은 경품행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래의 소비자인 고교생을 대상으로 경품을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이 장래의 소비자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 보고서 2.

고교생의 구매력은 현재 크지 않다. 게다가 우리 회사 상품의 주요 대상은 고교생이 아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고교생 경품 행사는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장래의 소비자 확보는 중요하다. 고교생은 미래의 수요층인 데다 경품행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2월 말 조사에 따르면, 고교생 10명 중 6명은 경품행사에 참여할 의사가 있었고, 잠재 수요층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고교생 대상의 경품행사는 검토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당신이 사장이라면, 팀장이라면, 어느 보고서에 손이 가겠는가? 물론 '보고서2'에 손이 간다고? 어쩌면 보고서 1을 쓴 부하의 뺨에 손이 가고 싶을지도 모른다. "읽히지 않는 보고서는 선반에 쌓인 물건처럼 먼지에 덮이고, 그 작성자도 이에 묻혀 잊혀져간다."고 나상억 'e 매니지먼트' 대표 컨설턴트는 충고한다. 보고서, 기획서의 달인들로부터 좋은 보고서 쓰는 법에 대한 충고를 들어본다.

 

  1. 쉽고 짧게 써라 : 정운찬 서울대총장은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기 전 반드시 부인에게 일독을 부탁한다. "아내가 이해 못하는 글은 독자에게 이해될 수 없고, 칼럼으로서 무의미하다"는 게 정 총장 지론이다. 글을 쓰다보면 잡념이 쏟아져 혼란스러워지기 일쑤다. 그래서 긴 문장이 나오고, 논리의 모순도 생긴다. 문장은 되도록 짧고 쉽고 명쾌하게, 읽는 사람 입장에서 써야 한다. 주어는 되도록 짧게 쓰는 게 좋다. 중첩된 수식어는 읽는 사람의 호흡을 가쁘게 한다. 문장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우면 도표․차트․그림을 함께 사용한다. 어려운 용어에는 설명을 붙인다.

 

  2. 문장의 상식을 유념하라 : 글을 쓰다보면 주어와 술어가 어긋나기도 하고, ‘이다’체와 ‘입니다’체가 혼재되기도 한다. 이러면 그 문장은 낙제다. 또 주어는 되도록 짧게 쓰는 게 좋다. 쓸데없이 어려운 한자나 단어도 피한다. ‘긴가민가’ 자신 없는 내용은 아예 쓰지 마라. 틀린 한자 하나, 잘못된 논리 하나가 보고서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똑같은 표현이 자주 나오면 문장이 초라해진다. ‘장래의 소비자’가 한번 나왔다면 ‘미래의 수요층’으로 표현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3. 압축해 보라 : 보고서를 쓰면서 “그래서 한마디로 무슨 말인가?”하고 끊임없이 자문해 보라. 보고서 읽는 사람이 이 질문을 던졌을 때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느냐가 보고서 성패의 관건이다. 시대와 호흡하는 단어 하나로 보고서 전체를 압축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예수도, 석가모니도, 공자도 언어압축의 명인이었다.

 

  4. 적절한 인용으로, 보고서를 드라마처럼 : 짧고 쉽게 쓴다고 보고서를 너무 건조하게 만들면 역시 불합격이다. 사례나 에피소드, 우화 등은 설득력을 배가시킨다. ‘예를 들면’ ‘이를테면’ ‘해외 성공사례를 보면’ ‘피터 드러커는’ ‘다른 업계의 경우’식의 표현을 활용하라. 엄청나게 재미있다면 에피소드는 좀 길어도 좋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한국사람에게 드라마 같은 보고서는 약효가 있다.

 

  5. 숫자 3의 마력을 활용하라 : 3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법의 숫자’로 통한다. “문제는 3가지”라든가 “3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는 문장은 사람의 관심을 끈다. 같은 내용을 기술적으로 3번 전달하는 방법도 있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3가지다. 그것은…”, “하나씩 살펴본다. 첫째…”,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과 같은 식으로 부담없이 메시지를 세 차례 반복할 수 있다.

 

  6. 반론에 대비하라 : 맺음말을 쓸 때 반론의 소지를 생각해 보라. ‘흠을 잡겠다는 마음’으로 보고서를 읽으면서 보고서의 약점을 발견한 후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는 대답을 맺음말에 넣어두어라. 기획서가 완벽해 보인다.

                                                                                                                    (장원준기자 wjjang@chosun.com )

 

 

◆ 보고서 내기 전, 잠깐!

 

 

표제 차례와 제목만 봐도 보고서 취지가 잘 드러나는가. ‘① 배경 ② 목표 ③ 현황 ④ 전략’식의 구태의연한 차례는 없는 게 낫다. 매력적으로 제목을 달아라.

 

용지의 가로․세로 사용을 잘 선택했는가. 도표에 큰 변화가 없고 글자가 많을 때는 용지를 세로(위아래가 길도록)로 작성한다. 도표 모양이 가로이거나 들쭉날쭉할 때는 용지를 가로(좌우가 길도록)로 사용한다.

 

문장의 마무리를 다양하게 했는가. '~이다'가 반복되면 리듬감이 없다. '~이다', '~는 분석이다', '~고 전망한다'식으로 마무리에 변화를 준다.

 

행간이나 문자 간격이 너무 좁지 않은가, 도표 배치가 적당한가.

 

논리 전개가 독선적이거나 과장되거나 모순되지 않나.

 

독자 입장에서 통독해볼 때 막힘 없이 읽히는가.

 

오자나 잘못된 어투는 없는가. 데이터와 인용자료에 틀린 숫자는 없는가.

 

한 문장이 너무 길지 않은가. 5~6문장에 한 번씩 행을 바꾸었는가.

 

분량이 너무 두껍지 않은가.

 

중요한 부분에 밑줄이나 색깔을 주었는가.

 

                                            (자료=나상억/e매니지먼트 대표 컨설턴트)

                                            (도움말=나가노 아키오, '기획서 잘 쓰는 법', 다니구치 마사카즈, '프리젠테이션의 성공법칙')

 

 

 

 

  1. 조선일보 2003. 3. 6(목). B 17면 [YOUNG ECONOMY]기사 전체인지, 삭제한 부분이 있는지는 기억할 수 없다. [본문으로]

'신문 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체벌에 대하여  (0) 2011.01.05
「한국의 실패」  (0) 2010.12.29
페이퍼워크 Ⅱ  (0) 2010.12.16
선 채로 꾸지람 듣는 의원  (0) 2010.12.15
페이퍼 워크 Ⅰ-김관진 국방장관 후보자의 스타일  (0) 2010.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