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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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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채로 꾸지람 듣는 의원

by 답설재 2010. 12. 15.

 

 

 

「동료들 앞에서 선 채로 꾸지람 듣는 의원」

 

 

 

  미국 의회 얘깁니다.1

  의회 민주주의 국가에 태어났으니까 죽기 전에 저런 모습 한 번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신문에서 이 기사를 보고 바로 얘기하려다가 기회를 놓쳤습니다. 바로 예산국회 얘기로 온통 들끓게 된 것입니다. 흡사 일러바치는 식으로 꼬집는 짓은 하기가 싫어서 오늘까지 기다렸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개별로 보면 다 잘났고 똑똑하고 훌륭하고 지혜로운데, 당선만 되면 달라지기 일쑤고, 한데 모이기만 하면 그 모양이고, 여의도만 가면 그 모양이니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동료 의원들 앞에 선 채로 꾸지람을 들었다는 저 의원이, 이름이 뭐라더라, 아, 하원의 21선(選) 찰스 랭글 의원, 지한파(知韓派) 의원이라는 그가 낸시 팰로시 하원의장의 꾸지람을 들었다는데도, '꾸지람을 들었다'는 바로 그 일로써 오히려 훌륭해 보이니 그것도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에서 국회의장의 꾸지람을 듣고 서 있을 의원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죽기 전에 그런 일 좀 구경할 수 있을까, 별별 생각을 다 해봤습니다.

 

 

 

 

 

  우리 교육자들이 회의하는 방법, 대화를 하고 타협을 이루어내는 교육을 잘 시켜주면 될 텐데, 어쩌다가 교육과정에서 특별활동을 아예 없애버렸다니 참 안타깝습니다. 참고로 제7차 교육과정 때 나온 고등학교 특별활동(자치활동) 교사용지도서 한번 찾아보십시오. 자치활동 또는 회의하는 방법의 교육에 대해 얼마나 좋은 내용이 들어 있는지. 초등학교, 중학교 지도서에도 있습니다.

  그걸, 특별활동을 팽개치고 말았습니까?

  아니라면, 재량활동과 합쳐서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바꾸었으니까 이제 앞으로는 더 잘 할 수 있게 된 것입니까?

 

  여의도에 가 있는, 지금 저렇게 하는 국회의원들을 불러서 새로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우선 "좀 보자"며 부를 수가 없습니다. 그들이 누군데 부르겠습니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국회의원이 될 우리의 학생들을 의도(계획, 목적, 목표, 학교교육과정)대로 잘 가르칠 수 있는 것은 교육의 의무이고 권한입니다. 그 의무와 권한을 강의 듣기와 문제풀이로만 채우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 정말로 그것만이라면 그건 범죄나 마찬가지입니다.

 

 

 

 

 

 

 

 

  1. 조선일보, 2010.12.4.A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