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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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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 싫다!

by 답설재 2010. 11. 15.

 

 

 

"책 읽기 싫다!"

 

 

 

  이른바 '독서의 계절' 끝자락에 재미있는 기사 하나를 봤습니다. 「"강제 책 읽기 못하겠다" ○○대 학생회장 단식투쟁」1 좀 옮겨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책 읽기를 둘러싸고 대학과 학생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대 ◇◇◇ 학생회장(24·언론정보4년)은 정경대가 운영 중인 교양교육 프로그램인 '에피스테메(episteme)'에 반발해 지난 11일부터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에피스테메는 정경대가 학생들의 인문학 소양을 기르기 위해 2010학년도 신입생부터 학과별 필독서와 추천도서, 학생이 결정한 도서 등 12권을 읽고 독후감을 내게 한 프로그램이다. ◇◇◇씨는 "에피스테메를 이수하지 못하면 장학금 신청이나 해외연수 프로그램 등에 지원하지 못하게 하는 제한 규정이 있다"며 "책을 읽기 싫다는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독서를 강제하는 게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55·언론정보학부) 정경대학장은 "대학생 소양에 필요한 책을 읽자는 교육 목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강제성은 피할 수 없다"며 …(후략)…

 

 

  이 일이 어떻게 매듭지어졌겠습니까?…………………………………………………………… (    )

  ① 교수들이 나서서 이렇게 꾸중하고 끝났을 것이다. "이 녀석들아! 대학생이란 모름지기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뜻이야! 어디 대고 반발이냐, 녀석들아!"

  ② 요즘은 젊은이들의 세상이니 대학측은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의 주장을 수용하고 말았을 것이다.

  ③ 세상일은 대화와 협상, 타협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대학측과 학생측이 서로 어느 정도씩 양보해서 상호간에 손해가 나지 않는 범위 혹은 서로의 입장을 지킬 수 있는 범위에서 결정되었을 것이다.

  ④ 정경대학장이 나서서 교육 목적을 상기시켰고, 이 일은 2010학년도 신입생들에게 해당되므로 2학년 이상의 일부 학생들이 나서서 "우리와 상관도 없는 일이니 일단 덮어두자"고 했을 것이다. 4학년인 학생회장은 잘 됐다는 듯 일어나 모든 일이 흐지부지하고 말았을 것이다.

 

  상식으로 봐서는 ①~④ 중에는 답이 없을 것 같습니까?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 중에 상식인 답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온이 연일 하강곡선을 그립니다. 올해도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대한민국에는 올해의 '독서의 계절'이 지나가버려서 이제 독서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계절이니 심심하고 쓸쓸합니다(뭐 이런 말을 다 하나 싶습니까? 그럼 위에서 본 기사의 내용은 제 말보다 뭐가 더 낫습니까?).

  더 기가 막히는 건 저 자신이 맘놓고 독서해도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전들 이렇게 될 줄 알았겠습니까.

 

 

 

 

  1. 조선일보, 2010.10.23,A8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