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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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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워크 Ⅱ

by 답설재 2010. 12. 16.

"네", "그렇습니다."

김관진 국방장관 후보자는 3일 국회 국방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간단 명료'를 선호하는 전형적인 야전군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김 후보자의 짧은 답변에 자정까지 늘어지기 일쑤인 인사청문회가 이례적으로 오후 6시쯤에 끝났다. …(중략)… 이 같은 김 후보자의 스타일 때문에 이미 군 내에는 '모든 보고서는 A4 용지 1장으로', '중간보고는 생략하고 펙트 위주의 최종보고서만 제출할 것' 등의 지침이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후략)…1

 

현 국방장관 인사청문회 다음날 신문 기사입니다. 「페이퍼워크 Ⅰ」에서도 인용했던 기사입니다. 그는 군(軍)은 야전이 기본이며, '페이퍼워크'에나 신경쓰는 관료주의, 행정주의로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없다면서 '행정형 군'을 대체하는 '야전형 강군(强軍) 육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선열(先烈)의 가호가 있기를!'

 

'페이퍼워크(paperwork, 문서 작성·편집)'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있는 사실을 감추거나 빠트려서도 안 되고, 아무리 바쁘고 복잡해도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할 상사에게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은 두툼한 서류를 내밀어서는 결코 잘하는 짓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적절한 내용을 넣은 적당한 길이의 문서가 잘 작성한 문서라고 할 수 있겠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딱 한 장에 간추려진 문서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거의 언제나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하루에도 몇 가지의 중요한 혹은 여러 가지의 결정을 해야 하는 대기업의 사장이나 행정기관의 장에게 딱 한 장으로 잘 간추려진 계획서나 보고서를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은, 결코 "딱 한 장!"이란 표현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한 장을 위해 밤을 새우는 회사원도 있고, 공무원도 있을 것입니다. 그 하룻밤이 그 중요성에 비해 너무 길 수도 있고 오히려 짧을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모든 보고서는 A4 용지 한 장으로!"라고 한 저 국방장관의 말 한 마디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매우 무서운 것입니다.

 

다음은 언젠가 신문에서 보아 둔 자료입니다.2 바로 그 <A4 용지 한 장>의 중요성, 필요성을 이야기한 내용입니다.

 

1989년 지중해상의 섬나라 몰타에서 열린 미·소 정상회담은 오랜 냉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회담 첫날, 부시의 소개로 미국 대표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던 고르바초프는 낯익은 ‘노장’들 속에서 앳된 얼굴의 흑인 여성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대통령 외교정책 특별보좌관 콘돌리자 라이스였다.

…(중략)…

라이스는 부시 대통령 부자 두 사람 모두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아버지 부시 밑에서는 외교정책 보좌관으로서 소련 해체와 베를린 장벽 붕괴의 역사적 사건을 지켜봤으며, 아들 부시 밑에서는 안보보좌관으로서 9‧11사태 수습과 이라크 전쟁의 …(중략)….

“큰 사건을 해결하는 요령과 방법을 알고 있어요. 그녀가 설명하면 모두가 이해하니까요.”(부시 전 대통령)

“다양한 문제가 함축된 현상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특이한 능력의 소유자.”(워싱턴 주재 유럽 대사)

그녀는 자신의 역할을 “기관차가 정시에 떠날 수 있도록 관리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통령에게 제출되는 각종 사건과 의견을 서류 한 장으로 종합해 정책 과정에 반영해야 하는” 안보보좌관의 역할을 잘 표현한 말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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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일보, 2010.12.4. A3.

2. 조선일보, 2003.5.10. 책마을, 제1면, 책 소개 『‘콘돌리자 라이스』(펠리스 지음, 오영숙 등 옮김, 일송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