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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아무리 바꿔도 별 수 없었던 대입전형(2010.10.15)

by 답설재 2010. 10. 19.

 

 

 

아무리 바꿔도 별 수 없었던 대입전형

 

 

 

  대입전형 방법이 또 바뀔 것 같다. 현행 상대평가 방식의 내신제도를 2014학년도부터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에 바뀌면 학부모나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이렇게 얘기해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얘야, 넌 나와 달리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열심히 하기만 하면 지나친 경쟁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게 된단다”. 그 장담은 당연히 부모나 교사로서의 신뢰를 담은 약속이어야 한다. 그러나 경험으로는 결코 그럴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서글픈 현실이다.

 

  대입제도 변천은 늘 현안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었고, 그때마다 당연한 듯 다시 새로운 문제점을 드러냄으로써 정부는 더욱 심층적인 연구로 정교한 정책을 내놓으면서도 “또 바꾼다”는 비판만 받아왔다.

  그렇게 하며 광복 후 9년간은 대학별 입학시험, 1954년에는 대학입학연합고사와 대학별 본고사 실시, 1955년부터 7년간은 대학별 본고사와 내신(권장), 1962년에는 대학입학자격국가고사, 1963년에는 대학입학자격국가고사와 대학별 본고사, 1964년부터 5년간은 대학별 고사, 1969년부터 4년간은 자격시험인 대학입학예비고사와 대학별 본고사, 1973년부터 8년간은 대학입학예비고사와 본고사, 내신, 1981년에는 대학입학예비고사(선시험)와 내신, 1982년부터 4년간은 대학입학예비고사와 내신, 1986년부터 2년간은 대학입학학력고사와 내신, 논술, 1988년부터 6년간은 대학입학학력고사(선지원)와 내신, 면접, 1994년부터 3년간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 본고사, 1997년부터 5년간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학교생활기록부, 논술, 2002년부터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학교생활기록부, 논술, 추천서, 심층면접 등으로 변화시켜 왔다.

 

  고교내신 방법은 학교생활기록부에 수·우·미·양·가를 기입하는 절대평가 방식이었으나, 여러 학교에서 학생들의 내신성적을 올려주기 위해 ‘일제고사 문제 쉽게 내기 경쟁’ 같은 우스꽝스런 일까지 벌이고 대학들이 그 기록을 믿지 않는 무용론(無用論)까지 나와 2006학년도에 상대평가 방식에 의한 9등급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이 방식이 학생 간에 지나친 경쟁을 유발해 비교육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됨으로써 다시 절대평가로 전환하되 원점수·표준점수·표준편차·교과목별 수강인원까지 기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굳이 내신제도에서 논의되는 평가방법대로라면 교육을 보는 관점은 두 가지다.

  선발적 교육관은 아무리 잘 가르쳐도 우수한 수준에 도달하는 학생은 소수라는 생각이다. 이 관점으로 상대평가를 하게 되면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얘들아, 너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수(秀)를 받을 사람은 이미 딱 5%로 정해져 있다. 그 나머지는 잘해봤자 수를 줄 수가 없다."

  기성세대들은 대체로 동료들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최선인 이 평가에 익숙해 있다.

 

  이에 비해 발달적 교육관은, 어떤 학생도 잘 가르치기만 하면 목표를 달성시킬 수 있다는 가정·신념이다. 지능(IQ)도 어떤 학습과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가를 나타내는 숫자일 뿐이다. 이 관점에 따라 절대평가를 하게 되면 교사는 이렇게 말하게 된다. "내가 가르치는 것을 다 알기만 하면 누구나 좋은 성적을 받게 된다."

  이번에 다시 도입하려는 이 절대평가에서는 운전면허시험처럼 내가 잘하면 그만이므로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

 

  문제는 대입전형은 선발과 경쟁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대학입시 까짓 거!” 해버리고 싶고 실제로 그런 학생도 있겠지만 일단 경쟁을 전제로 한 선발에서 “지나친 경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수용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또 있다. 새로 도입할 절대평가 방법은 ‘자율과 경쟁’이라는 이 정부의 교육지표에 어떻게 합치하는 정책인지도 의심스럽다.

 

  아무리 지긋지긋한 경쟁이라도 개인의 능력과 적성을 철저히 가리기 위한 것이라면 감수해야 하며 그 공정성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 또한 ‘무한경쟁’을 완화하는 방향의 개선이 분명하다면 그것도 다행한 일이다.

  정부는 지금 그런 개선을 연구하고 있는지 그것을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