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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ICT 교육자료, 누가 활용해야 하나 (2010.11.12)

by 답설재 2010. 11. 12.

 

 

 

ICT 교육자료, 누가 활용해야 하나

 

 

 

  경제 신흥국으로의 부상에 따라 교육의 결과 평가에는 ‘버블현상’이 스며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우리가 달가워하거나 말거나 한국교육을 칭찬한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지난 10월엔 안 덩컨이라는 미 교육부장관도 “한국 학부모들의 교육적 요구가 너무 많다는 일화가 부럽다”고 했다.

 

  지난여름에는 뉴스위크지가 우리나라를 교육부문 세계 2위로 선정했다. 평가지표가 읽고 쓸 수 있는 능력과 평균 교육기간일 뿐인 결과였지만, 이 순위를 뒷받침하듯 이번엔 통계청이 나서서 교사 1인당 학생수(25.6명)는 G20 평균(19.5명)보다 많아서 교육환경은 좋지 않지만 ‘교육수준은 G20 국가 중 최고’라고 했다.

 

  2006년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과학 성적이 G20 국가 중 가장 높았다는 얘기다. 사교육의 영향 등으로 공부시간 총량이 다른 나라보다 많고 과학 성적은 내려갔으며, 학습흥미도는 턱없이 낮은 현상 등 발표 당시의 논란은 덮어두고 단순히 성적 순위만 다시 제시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교육에서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 이뿐일까 싶고, ICT(정보통신기술), IT 기기 활용 교육도 이처럼 내실을 따져봐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지난 1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세계은행, 유네스코와 공동으로 34개국 교육공무원 등이 참여한 ICT 글로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ICT 활용 교육을 통한 국가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교육정보화 강국으로 꼽히는 한국의 경험과 교육정보화 추진기관 운영사례를 소개했다고 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과 같은 기관을 운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영국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지난 3일에는 마르크 멜카 프랑스 교육부 국제협력국 과장이, 한국어를 가르치는 그 나라 중·고교 교장 등 교육관계자들과 함께 서울과학고와 경북대사대부고 수업을 참관하고, 한국 학생들의 PISA 성적이 왜 우수한지 궁금했는데 “다양한 IT기기를 활용하는 수업이 참 인상적”이라고 했다는 기사도 보였다.

 

  우리나라 학교현장의 ICT 활용 여건은 분명히 세계적 수준이다. 어느 학교, 어느 교실에도 온갖 기능을 구사할 수 있는 프로젝션 TV가 보급돼 있다. 수업 발표를 할 경우 이 기기를 작동하지 않는 교사는 거의 없다. 더구나 각종 소프트웨어(ICT 자료)들은 단 한 번이라도 활용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풍부하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사업의 실적과 수준을 전 세계에 자랑하고 싶을 만도 하다. 1995년 5월,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에서는 세계화·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新교육체제 수립 교육개혁 방안’에서 처음으로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교육’을 강조했다.

   이어 “세계에서 컴퓨터를 제일 잘 쓰는 국민이 되게 하자”는 2000년의 대통령 신년사에 따라 교육정보화에 박차를 가해 ‘초·중·고 정보통신기술활용교육 지침’이 마련됐고, 초등학교에서는 컴퓨터 활용 교육을 정규과정으로 실시했다. 교육개혁 핵심과제로 개정된 제7차 교육과정에 따라 각 교과별 멀티미디어 자료를 적극적으로 개발한 것도 기록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자랑스러운 부분에 가려진 그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ICT 자료가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교사의 노력이나 전문성, 창의력과는 무관하게 사용하기에만 한없이 편리한 자료에만 의존하는 교실은 없는지, 직접적 활동이 필수적인데도 동영상이나 보는데 그치는 경우는 없는지, IT기기와 PISA 성적 간에 관련이 있기나 한지 살펴봐야 한다. 더 본질적인 질문도 있다. ICT 자료는 본래 교사의 것이어야 하는가, 학생의 것이어야 하는가?

 

  15년 전의 교육개혁위원회에서는 ICT 활용에 대해 자기주도적 학습, 개별화 학습을 강화하기 위한 보조장치라는 것을 강조했다. 부진학생은 보충학습, 우수학생은 심화학습이 가능하게 하고, 시공간적 제약을 벗어나 국내외 과학자, 전문가, 교육자, 학생들과 직접 접촉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그 원대한 구상이었다.

  강의·설명 중심의 ICT 자료를 학습·탐구 중심으로 바꾸면 우리 교육은 그야말로 세계화·정보화 시대를 주도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