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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교과서의 창의성·다양성(Ⅰ)

by 답설재 2010. 9. 4.

교과서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Ⅰ)

 

 

 

요즘 초조한 편입니다. 무언가 얼른 하지 않으면 해야 할 일을 다하지 못하고 말 것 같은, 그런 한 시간 한 시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뭘 하는 것도 아닙니다. 신문 한 페이지 읽는 것조차 힘이 듭니다. 그러니까 '우선 이것이라도' 그런 생각으로 정말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만 하는 한 시간 한 시간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오는 9월 7일(화요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교과서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2011년 교과서 검정 체제 개선을 위한 세미나가 열립니다. 그 세미나에서 내가 주제 발표를 하기로 했습니다. 어쩌려고 그렇게 했는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나에게도 초청장을 보냈는데 그 초청장의 인사말도 읽지 못했습니다. 가만히 있는데도 지칩니다.

세미나 일정입니다.

 

<제1부>

교과서의 창의성과 다양성 구현과 교과서 정책의 방향

발표 : ○○○, 토론 : 유대균(교육과학기술부), 김정호(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홍원(한국교육개발원)

 

<제2부>

주제 1 : 학생들의 창의성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발표 : 배종수(서울교육대학교), 토론 : 김 훈(한국과학영재학교), 변순용(서울교육대학교)

주제 2 : 교과서의 다양성을 구현하기 위한 교과서 검정의 방향

발표 : 심재호(한국교육과정평가원), 토론 : 박성익(서울대학교), 이혁규(청주교육대학교)

 

<제3부>

주제 1 : 교과서의 창의성 평가 방안

발표 : 정진수(대구대학교), 토론 : 김성원(이화여자대학교), 박종석(경북대학교)

주제 2 : 교과서의 다양성 구현 방안

발표 : 정혜승(경인교육대학교), 토론 : 최호성(경남대학교), 민병곤(경인교육대학교)

주제 3 : 현장 경험에 기초한 교과서의 다양성 구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발표 : 박은영(광주중학교), 토론 : 이화성(경복고등학교), 최홍원(전주대학교)

 

이 세미나에서 발표할 원고를 당일까지 네 번에 걸쳐 탑재하겠습니다.

 

지난 8월 31일 석간신문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보였습니다.1

"파행교육은 現입시제도 탓"

곽노현 교육감 관훈클럽 토론회서 비판

"학생들을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내몰아"

하필이면 이때 이런 기사가 난 것이 못마땅합니다. 내가 이 세미나에서 그 이야기를 아주 강하게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제 원고를 보시면 다 드러날 것입니다. 무슨 얘긴가 하면 그 교육감이 그런 발표를 했다고 나도 이 원고를 쓴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내 원고가 시원찮은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는 오랫동안 고민하면서 쓴 것입니다. 하루이틀에 마련한 원고는 아닙니다.

 

교과서의 창의성·다양성 구현과 교과서 정책의 방향

“『춘추』의 평가는 쓰는 말이 은미하지만 의미는 분명하고, 사실을 쓰지만 함축성이 깊고, 완곡하지만 문장을 갖춰 이치가 있고, 자세하게 묘사하지만 왜곡하지 않고, 악을 징벌하고 선을 권장하고 있다. 성인이 아니면 누가 이렇게 편수할 수 있었겠는가.”

春秋之稱, 微而顯, 志而晦, 婉而成章, 盡而不汚, 懲惡而勸善, 非聖人誰能修之.

                                                                                                                      「좌전」성공 14년 (2)

 

 

‘교과서의 창의성·다양성 구현과 교과서 정책의 방향’이라는 주제가 어떤 의도로 어떤 공론이 드러나기를 기대하는가를 파악하기 위한 접근방법으로는, 우선 ‘교과서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왜 필요한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교과서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왜 교과서에 대해 그러한 가치를 추구해가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앞으로의 교과서 정책은 어떤 성격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Ⅰ. 교과서의 창의성과 다양성, 그 의미

 

  1.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에서 본 의미

 

 

“우리나라 교육현장은 현실적으로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를 열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수능 등 당면한 경쟁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교과서’라는 ‘지식사전’을 암기시키는데 골몰하고 있다. 어른들은 학생들이 그러한 활동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입하기를 기대하는 무한경쟁을 시키고 있으며, 국가·사회적으로 이러한 경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미약할 뿐이다.”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이러한 묘사가 가능한 일이라면, 교과서가 다양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교사는 굳이 여러 권의 교과서를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칠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므로 학생들에게 공급될 단 한 가지의 교과서를 선택하고 나면 그 다양성은 어떤 가치를 지니는 것일까? 더구나 교육과정에 따라 편찬된 교과서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전달해주는 것이 목적이라면 전국적으로 동일한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고 각각 다른 교과서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획일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이고 오히려 혼란만 초래하는 것은 아닐까?

 

만약 조선시대의 서당에서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순차적으로 ‘천자문’ ‘동몽선습(童蒙先習)’ ‘통감(通鑑)’ ‘소학(小學)’ ‘사서(四書)’ ‘삼경(三經)’ ‘사기(史記)’ 등을 교재로 하여 강독(講讀)·제술(製述)·습자(習字)를 가르치고 배울 때 그 교재가 다양하다면 훈장이나 학동이나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고 호소했을 것이 분명하고 별로 환영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은, 일률적·획일적으로 지식을 전수하고 습득하는 과정에서는 교재 역시 일률적이고 획일적이어야 교육과 학습이 더 간편하고 그 효과 또한 더 좋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어느 교실이 조선시대의 서당에서 이루어진 수업처럼 일률적·획일적으로 지식을 전수하는 형태라면, 그런 교실에서는 창의적이거나 다양한 교과서가 일률적·획일적인 교과서보다 더 좋은 교과서라는 판단을 할 수가 없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필자는 ‘교과서의 창의성·다양성 구현과 교과서 정책의 방향’이라는 주제는 바로 이러한 현상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으로 단언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현장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지 않느냐는 논리로 현재의 입시위주 교육에 일관하거나 그러한 교육에 매몰되어 있는 한,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과연 창의적이거나 다양한 교과서가 필요할 것인지 회의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으며, 만약 현재보다 더욱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과서들이 보급된다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만 늘어나지 않을까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연전의 대학수학능력고사에서 ‘다양한(여러 출판사에서 발행한)’『물리Ⅱ』교과서에 의한 복수정답 시비가 바로 그러한 사례라고 할 수 있으며,3 그 혼란에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학생(교사·학부모·학교·행정가 등)이 교과서의 다양성을 문제 삼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면 “다양한 교과서는 그야말로 백해무익한 것으로 수용하기 곤란한 개념”이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와 같은 획일주의적 교육의 과정에서는 ‘교과서가 다양하다’는 것은 ‘각 교과서의 내용이 서로 다르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으며, 국가가 교육과정을 정하고 학교에서는 그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교과서에 담긴 지식 내용의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에서는 교과서의 내용이 제각각 다르다는 것은 오히려 큰일 날 일이 아니냐고 주장하는 경우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교육현장은 교과서 전문가들을 비롯한 교육학자들이 기대하는 교수·학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학자들은 학자들대로 수업개선 방안을 연구해왔지만 그러한 활동은 다만 교육연구의 경향을 나타낼 뿐이고, 수업현장은 대학입시 준비에 맞추어 변함없이 열정적인 내용전달에 충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출판사에서 검정을 통과한 여러 종의 교과서를 출판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천편일률적’이라거나 ‘대동소이’할 뿐이라는 비판과 같이 내용상 큰 차이가 없는 것이 오히려 다행한 일이고, 교과서 전문가들을 비롯한 교육학자들이 기대하는 창의적인 교과서, 다양한 교과서의 이상이 구현된다면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실제로는 혼란만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면 현재의 우리나라 교육에서 교과서의 창의성과 다양성에 관한 의미는 현실적으로는 아직도 그리 중요한 과제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의미는 교과서와 그 내용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즉 우리나라 학부모의 교육열이 세계적인 수준이듯이4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교과서를 중시하고 교과서에 담긴 지식의 내용을 중시하는 나라도 드물겠지만, 그처럼 교과서와 교과서의 내용을 중시하고 있는 현상이 결코 교과서와 그 내용의 창의성, 다양성을 중시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회적 배경 아래에서는 교과서 전문 학자를 비롯한 교육학자들이 ‘교과서는 성전(聖典)이 아니고 기본적인 학습자료의 하나일 뿐’이라는 개념을 아무리 강조해도 그 의도가 실현될 수 없는 무모한 시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과서는 그야말로 성전일 수밖에 없으며 교과서에 담기는 지식의 내용은 ‘금과옥조(金科玉條)’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과서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사실은 법률에도 반영되어 있다. 대표적인 규정이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의 제3조(교과용도서의 선정) 제1항으로 “학교의 장은 국정도서가 있을 때에는 이를 사용하여야 하고, 국정도서가 없을 때에는 검정도서를 선정·사용하여야 한다. 다만, 국정도서·검정도서가 없는 경우 또는 이를 사용하기 곤란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제16조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받은 인정도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교과서를 중시해야 하고(학교에서는 때로는 교과서 없이도 좋은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꼭 교과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음), 특히 교과용도서의 위상은 국정도서, 검정도서, 인정도서의 순이라는 생각의 근거가 되고 있다.

 

  2. 일반적인 상황에서 본 의미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에서만 보면 교과서의 창의성과 다양성의 의미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본 의미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교과서가 창의적이고 다양하다는 것의 가치에 대해 꼭 논증할 필요가 있지는 않을 것 같다. 그것은 ‘창의성’이나 ‘다양성’이 교육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인 가치만으로도 그 효용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며 구체적으로는 교육자료 혹은 학습자료의 성격에서도 창의성·다양성은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는 개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필자는 그러한 논증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지도 않으므로 몇 가지 자료로써 그 근거를 삼고자 한다.

 

○ 교과서나 수업활동에서의 창의성·다양성의 당위성

 

우리는 오래 전에 Bloom 등(1956)에 의한 교육내용 분류체계를 배워 지금도 익숙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며5 아직까지 그 체계를 부정하거나 그 중 일부만 중시해도 충분하다고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⑴ 인지적 영역-사실적 지식의 획득 및 조작과 관련된 것, ⑵ 정의적 영역-정서, 성격, 태도, 반응, 가치 및 도덕적 판단, ⑶ 신체운동기능 영역-신체적 기능의 개발과 관련된 것이라는 이 교육내용 분류체계는, 이제는 상식에 속할 것 같지도 않은 만큼, 이러한 목표들은 교과서의 내용에 대한 설명을 잘 듣고 그것을 암기하는 학습으로 습득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누구나 잘 인식하고 있다.

 

Bloom의 이 교육목표 분류는 이제는 언급되지도 않는 구태의연한 논리도 아니다. 이찬승(2010)은 교과서의 문장을 잘 해석하고 문법을 따져보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은 영어 교과에 대해 역량 중심 교육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제안하면서, 예를 들면 21세기가 요구하는 역량 중에서 세계어로서의 영어(EiL)에 기반한 의사소통능력, 다문화 사회 속의 의사소통능력, ePal.com과 같은 사이트에서 세계의 동료들과 공통 관심 과제를 협업(collaboration)을 통하여 해결하는 능력, 세계시민의식(global citizenship)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Bloom의 인식 영역 분류 체계(Bloom‘s Texonomy)의 지식, 이해, 적용, 분석, 종합, 평가, 창조 등 상위 고등정신능력에 해당하는 것을 고르게 포함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6

 

이돈희(2000)는 교육부에서 직접 제작 배포한 자료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학습활동과 학습자료 활용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7

 

지식교육에 관한 한, 학교는 엘리트나 천재에 의해서 개발된 고도의 권위적 지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흔히 ‘정보의 바다’라고 일컬어지는 새로운 지식사회의 환경 속에서 대중에 의해서 생산된 지식을 대상으로 교육할 것이므로, 전달된 지식과 정보의 단순한 수용보다는 지식과 정보를 평가하고, 선택하고, 조직하고, 활용하고, 생산하고, 재구성하는 데 관련된 능력을 더욱 중시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의 이 자료집에는 당시 독일 교육부의 델파이 조사보고서「지식기반사회의 잠재력과 차원 그리고 교육과정과 구조에 미치는 영향」도 실려 있는 바 그 내용 중에는 지식기반사회로의 발전은 교사와 학습자의 역할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며 교육과정 참여자의 다음과 같은 새로운 역할과 임무를 요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8 이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육현장은 이처럼 명확한 정리에 비해 전혀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심한 지식주입식 교육에 매몰되어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교육과정에 있어 교사와 학습자의 역할 변화

 

∙ 다양한 지식분야의 폭발적 성장은 평생학습(lifelong-learning)을 요구한다. 따라서 교사의 역할은 낡은 교과지식의 교육에서 학습자에 대한 안내, 지원, 상담 역할로 변화할 것이다.

∙ 지식기반사회의 도래는 개별 학습자에게 자기주도성과 자립을 요구한다. 학습자는 전 생애에 걸쳐 지식기반사회에 필요한 성숙한 판단력(mature judgement)을 길러야 하지만 교사와 학습자간에 권위적인 관계가 지배적인 오늘날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이러한 판단력을 기를 수 없다.

∙ 학습 자체에 대한 수요도 변화하는데, 학습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것이 구체적인 학과 내용을 배우는 것보다 훨씬 중요해질 것이다. 이것은 문제 중심으로 지식과 정보를 획득·처리·평가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또한 의사결정능력,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사회적 행동 및 조직능력을 필요로 한다.

 

○ 교과서 활용 사례 보기

 

필자가 보기에 획일적인 수업, 강의 청취 위주의 일제학습, 암기위주의 학습 등으로 요약할 수 있는 우리나라 수업현장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유형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다른 나라의 교육 사례에서는 우수사례로 소개된 적이 전혀 없었던 수업형태를 우리가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설명하기 위해, 매우 흔한 사례일지 모르겠으나 오히려 그처럼 흔한 사례라는 것에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하면서 최근에 소개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교실수업 및 교과서 활용에 관한 다음과 같은 사례를 인용한다.9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면 그리 ‘대단한 나라’로 여기지 않을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PRETORIA의 CRAWFORD라는 학교에 유학하고 있는 우리나라 학생 한 명, 현지 교사 한 명과의 인터뷰 내용(일부)을 보면, 적어도 그 나라의 교육은 매우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그러므로 ‘교육적으로는 매우 대단한 나라’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남아공 학교는 한국의 학교와 어떻게 다른가?

매년 100명쯤 입학하고 한 반 학생은 20명 정도다. G8~9 때는 모두 같은 강의실로 이동하지만, 개인별로 과목을 선택하게 되는 G10부터 G12까지는 아침에 출석 체크 후 개별 클래스로 이동하기 때문에 한 반이라는 개념 자체가 한국과 다르다. 분위기도 많이 다르다. 한국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부에만 치중하고 언제부턴가 고등학교에서 체육, 음악, 미술을 배제하다시피 하는 반면, 이곳에서는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수업을 하고 방과 후에는 음악, 스포츠 등 여러 가지 클럽활동이 활성화되어 있다.

 

• 한국과 수업방식을 비교하면 어떠한가?

많이 다르다. 한국은 선생님이 칠판에 적으면 학생이 따라 적어가면서 암기하거나 선생님이 시험에 나올 만한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는 식의 수업을 진행한다면, 이곳에서는 토론 형식의 수업을 주로 한다. 예를 들어 영어 수업에서는 소설 한 편을 읽고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역사 수업 역시 하나의 사건이나 그 배경 사진을 가지고 학생과 교사 간에 의견을 나누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시험문제도 객관식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서술형이 주를 이루며 한두 페이지 분량의 에세이로 마무리하는 형식이다. 수학의 경우에도 객관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식을 보기 위함으로 설령 답이 틀렸다 하더라도 식의 과정에서 점수를 얻을 수 있다.

 

• 교과서는 어떻게 사용하는가?

이곳에도 교과서는 있다. 그러나 많은 선생님들은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프린트물을 나누어주고 그것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 내용은 교과서 내용과 교사 개인이 준비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영어의 경우 타임지 기사를 가지고 토론하기도 한다. 따라서 교과서에 없는 내용이 시험에 나올 수도 있다.

 

•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교육방법을 한국의 교육과 비교 평가한다면?

한국이 학생들에게 주는 정보의 양은 훨씬 많다고 본다. 문제는 그 학생들이 그 정보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시험을 목적으로 하는 공부는 시험을 마치면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학교,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지식을 얻기 이전에 학생들의 인성에 관해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 우리나라에서의 접근 사례

 

1992년에 개정 고시된 제6차 교육과정(1992~1997)은 ∙교육과정 결정의 분권화(국가·시도교육청·학교) ∙교육과정 구조의 다양화(국가 기준, 시·도 지침, 학교교육과정) ∙교육과정 내용의 적정화 ∙교육과정 운영의 효율화가 개정중점이었으나, 교원연수를 통해서 ‘교과서 중심 학교교육’을 ‘교육과정 중심 학교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특히 강조했다.

 

당시 교육부(1998)에서는 ‘교과서 중심’의 학교교육을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교육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에 대해 의도한 교육과 전개된 교육(실현된 교육)을 최대한 접근시키기 위한 조치이며, 교육과정 편성·운영이 ‘교육부→시·도교육청→학교’의 획일적, 지시적, 일방적 통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교⇄시·도교육청⇄교육부’의 상호보완적인 흐름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또 이러한 ‘상호보완적 흐름’이란 종전의 ‘교과서 중심 학교교육 모형’에서는 교육부에서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개정 고시하고 교과서를 편찬·공급하면 교사들이 진도표, 시간표만 가지고 교과서에 따라 수업을 진행했으나, ‘교육과정 중심 학교교육 모형’에서는 시·도 교육청과 지역교육청에서는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과 교육과정 실천 장학자료를 만들어 보급하고, 학교에서는 학교교육과정을 만들어 교사들이 연간 교수·학습 계획을 수립하도록 지원하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10

 

제6차 교육과정기를 기점으로 한 이전의 학교교육과 이후의 학교교육 상황을 비교 평가한다면, 교과서의 내용을 잘 전달하는 데 치중하고 있는 지식주입식 암기교육 위주의 우리나라 학교교육을 바꾸어 보고자 한 교육부의 이러한 시도는 매우 혁신적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교육과정을 개정 고시한 교육부의 행정력은, 1995년에 거의 막을 내렸다. 그것은, 그해 5월 31일, 대통령 자문기구인 교육개혁위원회에서 ‘정보화·세계화 시대에 대비하여 신교육체제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을 발표한 다음, 학생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다양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① 필수과목 축소 및 선택과목 확대, ② 정보화·세계화 교육 강화, ③ 수준별 교육과정의 편성·운영을 교육과정 개정의 원칙으로 설정하고, 교육개혁위원회 내에 ‘교육과정특별위원회’가 구성·운영했기 때문이었다.11 제6차 교육과정의 위와 같은 특징들이 제7차 교육과정에서 훼손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제7차 교육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교육과정 시책들이 현실적으로 더 큰 비중으로 다가온 것도 사실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획일적 지식 전달에 치중하는 ‘교과서 중심 학교교육’을 창의성과 다양성이 요구되는 ‘교육과정 중심 학교교육’으로 전환하고자 한 그 시책이 앞으로 다시 추진된다면, 그때는 ‘교육과정 행정력’을 뛰어넘는 보다 크고 광범위한 행정력에 의한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다시 말하면, 대학입시 준비교육으로서의 초·중등교육이라는 특성을 그대로 둔 채 교과서의 성격 및 활용방법을 포함한 수업현장과 학교교육 시스템을 바꾸어 보려고 한 제6차 교육과정에서의 그 시도는 실현 가능성으로는 좀 터무니없는 것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 교육환경의 변화와 ‘대학입시준비교육’을 고수하려는 세력

 

미래의 교실에는 연필과 공책이 별도로 필요 없다. 칠판은 물론 분필도, 교과서도 볼 수 없게 된다. 개인 단말기에 이미 디지털화된 교과서 1년치 분이 저장되며, 학생들은 이것으로 학습하고, 필기하며 과제물 자료를 찾는다. 출석 체크 역시 교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는 즉시 이루어진다.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전자칠판은 PC 기능을 그대로 수행하기 때문에 수업내용을 녹화해서 학생들에게 복습자료로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몸이 아파 학교에 나오지 못한 학생은 집에서 실시간으로 해당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성균관대 등에서는 이미 전자칠판과 PC로 수업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조만간 전국 초·중·고교에 이를 보급할 방침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u클래스 체험관'에서는 이미 전자칠판, 전자교탁, 무선주파수인식기술(RFID) 출석인증 체계, 전자사물함, 태블릿PC 등 각종 디지털 장비와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후략)…

 

지난해의 한 신문기사이다.12 정부에서 하는 일을 좀 과장한 칼럼 정도로 여길 수도 있으나 결코 그렇지만은 않은 것을 인공지능학자의 미래 예측에 관한 글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로저 샨크(2001)는 이렇게 썼다.13

 

“지난 세기와 그 이전의 수많은 세기 동안, 교육을 받는다는 것, 따라서 지성을 갖춘다는 것은 사실의 축적,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인용하는 능력, 어떤 관념에 익숙해지는 것을 의미했다. 교육은 정보의 축적을 의미했고, 대중이 생각하는 지성이란 자신이 축적한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것에 불과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 사실들이 벽에 씌어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50년 뒤에 지식은 그저 알고 싶은 것을 큰 소리로 말하면 즉시 벽에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그는 또 구체적으로 교과서와 교사, 교실에 대해서도 이렇게 예측했다.

“우리가 아직 교사와 교실과 교과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50년 뒤에는 거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우리를 돌이켜보면서 우리가 교육 개념을 바꾸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 왜 수능 성적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왜 답을 암기하는 것이 지능의 증거라고 생각했는지 물을 것이다.”

 

그 ‘앞으로 50년’ 중 벌써 10년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우리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하등의 걱정을 하지 않고 여전히 ‘교과서 중심 학교교육’에 열중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학교교육에서 다른 무엇보다도 교과서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행정가나 학자들은 흔히 이렇게 이야기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지식과 정보의 양이 아무리 늘어난다 하더라도 그 핵심, 혹은 변하지 않는 내용을 교과서에 담으면 된다.”

 

그들은 아마도 이홍우(1979)가 “날로 팽창하는 지식을 모두 가르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 ‘기본’이 되는 것, 또는 ‘핵심’이 되는 것만을 골라 가르쳐야 한다”고 했을 때의 그 ‘지식의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기는 하지만, “교육내용을 나타내는 용어로서의 지식의 구조는 ‘교과’의 의미와 ‘경험’의 의미를 포괄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한 설명에서 ‘경험’의 의미에 소홀한 상태이거나 “지식의 구조라는 용어는 교육내용 중의 특정한 것들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교육내용을 새로운 관점에서 규정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나타내는 용어”라는 설명을 잘 읽지 않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는 것이 좀 유치하긴 하지만, 이홍우의 논리적 설명을 좀 더 인용하면, “우리가 교육내용의 선정이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지식 정보의 팽창을 걱정하는 것은 교육내용의 의미를 잘못 파악하는 데서 빚어진다.”고 한 것이나, “사실상 지식의 팽창은 근래에 와서 비로소 생긴 걱정거리가 아니라, 말하자면 교육학자들의 ‘습관적인 엄살’ 비슷한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느낌이 든다”면서 존 듀이(1916), 타일러(1949)의 ‘걱정’을 예시한 것은, 적어도 교육내용 혹은 교과서 구성은 변화무쌍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14

 

우리의 초·중등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의 모든 면이 대학입시에 붙잡혀 교육다운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한 문제점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면은 교사와 학생들이 교과서의 내용 설명 및 암기에 노력을 집중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수긍하는 행정가나 학자들이 많지만 날이 갈수록 더 심화되기만 하는 데는 그러한 교육을 고수(固守)하려는 막강한 세력이 있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만약 사고력이나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의 고등정신능력이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이 된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나라는 장차 큰일 났거나 우리나라가 확실하고 유일하게 세계 최강국이 되거나 할 것이다. 다만 그러한 최강국이 되는 경우의 조건은, 교육의 목적이 지금까지 교육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해온 것과 달리 주로 일제식·강의식·주입식 수업이 주효한 기억력, 암기력을 향상시키고 오지선다형 평가에 익숙한 기능을 향상시키는데 있을 경우이다. 따라서 현재의 교육학자들은 미래의 교육학자들로부터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홀대를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왜 일제식·강의식·주입식 수업과 오지선다형 평가의 횡포를 막지 못했는가를 묻거나, 아니면 그것이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낳았는데 왜 사고력·창의력·문제해결력 같은 능력이 좋은 것이라고 주장하여 혼란을 일으켰는지를 물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기초·기본교육의 중요성을 거의 절대적으로 강조하는 행정가들과 학자들은, 초·중등교육을 단지 대학교육 준비과정 정도로만 여기는 것 아닌지, 사고력·창의력·문제해결력 같은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진정한 교육은 대학에서나 가능하고, 대학교육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건 아닌지, 자신들이 경험한 주입식 암기교육 외에는 다른 유효한 교육방법에 대해 그 효과를 실감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기초·기본 교육을 우습게 보는 교육관이나 교육자들이 있다고 여기는 건 아닌지, 그래서 그들과 겨루어 조금도 밀려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우리의 전통적 교육방법이 앨빈 토플러 등에 의해 무려 30년 전에 이미 전면적인 공격을 받았고(『제3의 물결』, 1980 : 시간엄수·복종·기계적인 반복), 그 공격을 전 세계적으로 공감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는 교육방법으로 착각하고 있는 거나 아닌지…… 그 ‘거대한 세력’을 온갖 의구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싶은 것이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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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화일보, 2010.8.31, 13면. 4단 기사. 이 기사가 실린 이튿날(2010.9.1)에는 '서울교육감은 대안없이 비판하는 평론가 아니다'라는 사설이 보였습니다. 교육감은 평론가가 아니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말아야 하고, 저는 해도 좋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이런 소리를 하고 싶고, 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을 지경으로 일단 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2. 리빙하이(李炳海)·신정근 옮김,『동아시아 미학』(동아시아, 2010), 257쪽.


3. 2007년 11월 15일에 실시된 2008학년도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의 경우 수험생들이 시험 직후 물리Ⅱ 11번 문제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으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주요 심의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 수험생들의 오답논란은 계속되었으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당초의 판단대로 채점을 완료하여 성적표까지 배부했다. 그러다가 12월 22일에 이르러 한국물리학회가 '출제된 이상기체를 분자가 원자 하나로 구성된 단원자(單原子)로 보면 정답이 ④번이지만, 원자가 여럿인 다원자(多原子)로 이해하면 ②번이 정답이어서 이 문제의 정답은 결국 2개가 되는 셈'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물리학회의 복수정답 가능성 제기에 대해서도 일단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었고,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발표만 했다. 그러다가 그 이틀 후인 12월 24일 오후의 기자회견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일관된 그 입장을 번복하여 '복수정답을 인정한다'는 발표와 함께 사태의 책임을 지고 연전의 교육부총리처럼 사퇴하고 말았다. 여기서 짚어야 할 문제점의 한 가지는 ‘교과서’와 ‘지식’을 바라보는 교육학자들, 국민들의 견해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아직도 교육학에서 오래 전부터 강조해온 창의력이나 사고력, 자기주도능력 같은 고급의 능력보다는 우선 교과서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보고 그 내용을 읽고 암기하는 공부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한심한 교육에 매몰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국물리학회의 견해에 따르면 복수정답이 인정된 수능 물리Ⅱ 11번 문제는 이상기체(理想氣體)는 다원자분자와 단원자분자로 구분되는데도 불구하고 시험문항에서는 이를 정확히 구분하지 않아서 빚어진 문제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시종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단원자분자 이상기체만을 가정한다고 주장했으며, 심지어 '수능은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본고사가 아니라 60만 가까운 학생이 보는 보편적 시험'이라는 견해까지 밝혔다. 그렇게 해놓고 여러 교과서에서 다원자 이상기체도 다루고 있으며, 교사들도 이를 가르쳤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결국 복수정답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마치 지금 단순한 덧셈을 배우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곱셈으로 그 문제를 해결한 결과를 비난한 것이나 다르지 않다. 교과서는 바이블이나 경전이 아니고, 단지 교육목표 달성을 위한 학습에서 최소한으로 활용되는 학습자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학자들이 늘 강조해온 논리이다. 이상은 당시의 신문기사를 종합하여 정리한 것이므로 실제적인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다.

 

4.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국가적 만족도를 측정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나라’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15위를 기록했으며, 평가항목 가운데 교육과 경제적 역동성 부문은 각각 세계 2위와 3위에 올랐다. 이 조사는 '지금 이 순간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면 건강하고 안전하며 적절히 부유하고 신분상승이 가능한 삶을 영위할 기회가 많을까'란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며 이를 위해 ∙교육 ∙건강 ∙삶의 질 ∙경제적 역동성 ∙정치적 환경 등 다섯 가지 지표로 비교 평가했다고 한다. 이 조사의 교육부문에서 최근 교육에 관한 한 어떠한 조사연구에서도 1위를 놓치지 않는 핀란드에 이어 우리나라가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96.72점을 얻은 교육부문 평가지표는 바로 '읽고 쓸 수 있는 능력'과 평균 교육기간이었다. 이에 대해 뉴스위크지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의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교육투자가 큰 몫'을 했으며 '한국은 교육의 질과 학생들의 열정으로 유명한 나라' '학생들은 대학을 마칠 가능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드는 나라' '학부모들은 자녀의 입시준비에 거액을 쓰는 관행으로 잘 알려져 있는 나라'라는 설명을 덧붙였다(2010.8.17, 조선일보 A6면 및 중앙일보 16면, 문화일보 2면 등 종합).


5. Benjamin S. Bloom., & others, eds. Taxonomy of Educational Objectives, Handbook Ⅰ: Cognitive Domain, New York: Mckay, 1956.


6. 이찬승(2010), 「21세기 영어 교과 교육과정의 지향점」, 한국교과서연구재단, 『교과서연구』제61집(2010.9.1), 16쪽.
7. 문교부(2000), 「지식기반사회와 교육」(자료집), 39쪽. 이 자료집에서는 ‘하나의 기초이자 지침으로서의 일반지식’은 명시적일 뿐만 아니라 암묵적인 지식, 기술과 기능을 포괄하는 것이며, 전문지식과 일반지식의 이원성은 새로운 개념 정립을 위한 기초가 될 수 있고 이원성은 일반지식이 전문지식을 위한 출발점인 동시에 연결점으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고, 그러한 일반지식을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1415쪽). ○ 개인적인 능력(personal skills : 개인의 경험적 지식 즉 자기 인식, 정체성, 독립적 행위 능력, 자기관리, 구조화, 문화적 경험, 감정관리, 사회 소속감의 경험, 죽음·윤리·종교 관리/지식을 처리하는 개인적 능력 즉 호기심, 개방성, 비판적 관점, 성찰력, 판단력), ○ 사회적 능력(social skills : 의사소통능력 즉 명확한 발표력, 조직구성원으로서의 능력, 자기표현력, 절제력, 동반자 및 사회적 관계를 다루는 개인적 능력, ○ 방법론적 능력(instrumental/methodological skills 도구적 능력 : 일반적인 기초와 문화적 능력 즉 외국어, 전통문화능력, 논리, 창의력, 기술적인 것에 대한 이해/ 정보기술의 처리 즉 현대 매체에 대한 지식,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사용, 정보탐색과 선별, ○ 기초적 지식(basic factual knowledge 기본적 사실들에 관한 지식 : 시사문제에 대한 사실적 지식 즉 교육과 직업, 생태학, 유럽통합과 세계 공존/기본적 사실 즉 금전, 경제, 육아, 역사, 종교, 문학, 철학, 정치, 과학기술, 지리, 생물학 등의 기초.

 

8. 독일 교육연구부, 「지식기반사회의 잠재력과 차원 그리고 교육과정과 구조에 미치는 영향(델파이 조사보고서)」, 교육부 자료집(2000.11.1), 『지식기반사회와 교육』, 21쪽.

 

9. 최원석(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스티지교육원장),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교육 제도와 교과서 제도」, 한국교과서연구재단,『교과서연구』제61집(2010.9.1), 67~71쪽.

 

10. 교육부(1998), 『초등학교 교육과정 해설(Ⅰ)』, 7~8쪽.

 

11. 위의 자료, 76쪽.

 

12. 오창규(논설위원)「'매직미러'」『문화일보』2009.11.25.

 

13. 로저 샨크(2001), 「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 존 브록만 엮음·이한음 옮김,『앞으로 50년』(생각의나무, 2002), 295~296쪽 및 301쪽.

 

14. 李烘雨(2006), 『지식의 구조와 교과』(1979 초판의 개정·증보판, 교육과학사), 48~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