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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의 과제와 전망

by 답설재 2010. 8. 5.

교육 후진국일수록 교과서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큰 나라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교사나 학생이나 동원할 도구가 교과서밖에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교육을 제대로 하는 교육 선진국 교사들은 대체로 그 시간에 학생들에게 나누어줄 학습자료를 준비해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교사들은 그만큼 가르치는 일에 전문성을 지니고 있고, 그런 준비에 쓸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가 있습니다. 이에 비해 교육 후진국에서는 우선 전면적으로, 획일적으로, 일시에 교육의 수준을 어느 정도까지는 끌어올리고 봐야 하므로 국정 교과서든 무슨 교과서든 교과서의 내용을 잘 설명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교사들은 교과서의 내용을 잘 전달하도록 교육받고 주입식 교육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될 것입니다.

 

이건 그냥 사견(私見)일 뿐입니다. 이 사견에 따른다면, 우리나라는 지금 어떤 수준에 있는 나라라고 해야 하겠습니까? 지난 3월, 한국교과서연구재단 『교과서연구』 제59호에 실었던 원고를 이제야 탑재합니다(저는 지금 정리를 좀 하고 있습니다). 날씨는 덥고 골치아플 수도 있으므로 여기서 읽기를 마치시거나 대충 소제목만 보시고 나중에 혹 필요하면 보십시오.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의 과제와 전망

 

 

Ⅰ. 교과서 선진화 방안 개관

 

 

우리나라 교과서 정책 혹은 교과서 제도 개선의 목적은,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는, 좋은 교과서를 선정·공급하는 것’으로, 이러한 정책·제도 하에서 ‘교과서’는 ‘지식을 담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그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관점은, 지난 1월 12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2009 개정 교육과정’ 고시에 이어서 발표한 이른바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에도 잘 나타나 있다.1

 

이 방안을 발표하게 된 배경은 두 가지로 나타나 있다. 우리 교과서는 그동안 “질적․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거듭하여 우리나라 교육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으나, 학생들이 “많은 지식이 요약․압축된 교과서를 이해하고 공부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참고서를 구입해야 했으며, 이는 고스란히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과 함께 ‘교과서는 따분하며 재미없고 어려운 책’이라는 인식이 있어 왔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다음은 “우리는 미래사회로의 변화를 선도해 나갈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데, 미래의 창의적인 ‘산지식’을 교과서에 적시에 반영하고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국정과 검정 교과서가 주축을 이루는 현행 교과서 시스템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이와 같은 배경 아래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의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 2011년 국어, 영어, 수학 과목부터 가정에서도 활용 가능한 e-교과서를 기존 서책형(종이) 교과서와 함께 CD 등의 형태로 학생들에게 보급키로 하였다.

○ 2011년부터 국정도서 145종(특목고 및 전문계고)과 검정도서 39종(고교 과학, 음·미·체 등) 총 184종의 도서가 인정도서로 전환된다.

○ 검정교과서 출원자격을 완화하여 민간출판사(저작자) 뿐만 아니라 학회나 공공기관도 검정교과서 출원을 허용할 예정이다.

○ 검정심사과정은 종래 폐쇄형 합숙심사에서 개방형인 재택심사로 전환하게 되며, 지금까지는 공개하지 않았던 검정심사결과보고서도 공개한다.

○ 2011년 검정에 출원되는 교과서부터 가격을 사전에 심의하고 필요한 경우 교과서 가격의 조정을 출판사에 권고토록 함으로써 교과서 가격안정화를 도모토록 하였다.

○ 일선 학교에서의 교과서 채택비리를 근절하고, 교과서 선정 및 채택과정의 공정성,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법률상 근거규정을 새로이 마련키로 하였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이 방안을 통해, “우리 교과서가 보다 "쉽고, 재미있고, 학생들에게 친근한 미래형 교과서"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교사들이 현장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직접 교과서에 반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과서 선택권’도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Ⅱ. 교과서 선진화 방안 검토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현행 교과서를 “많은 지식이 요약·압축되어 있어 별도의 참고서를 구입해야만 하는 교과서”로, 학부모에게는 경제적 부담을 주고 학생들에게는 “따분하며 재미없고 어려운 책이라는 인식이 있어온 교과서”로 평가하고 있다. 또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가 주축을 이루는 교과서 시스템에 대해서도 “미래의 창의적인 ‘산지식’을 적시에 반영하고 교육시키려면 변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았다. 현행 교과서와 이 선진화 방안에 의해 생산될 교과서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의 견해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고 구체적 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e-교과서의 보급

 

 

디지털 교과서의 연구․개발은, 일찍이 1996년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 제4차 교육개혁방안의 ‘각종 교육자료의 전자화, 멀티미디어화 및 한국화 추진’에서 비롯된 과제였다.23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그동안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을 디지털 교과서 연구․개발 기관으로 지정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추진해왔다.

 

또 2007년에는 멀티미디어 요소로 표현된 교과내용과 참고서, 문제집, 학습사전, 공책 등의 기능을 하나로 묶어 유‧무선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그 내용을 읽고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교과서(Digital Textbook) 상용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4 우선 초등학교 5,6학년 전 과목, 중학교 1학년 3과목, 고등학교 1학년 2과목의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하여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전국 100개 학교에 연차적으로 적용하여 2012년 이후 상용화하고, 디지털교과서 상용화에 필요한 학습단말기를 개발하기 위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총 660억원을 투입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의 선진화방안에서는 CD 등의 형태로 보급될 e-교과서는 “학생들이 학교에 책을 두고 가정에서는 e-교과서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무거운 책가방'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고, “향후 IT 기술의 발달에 따라 개인용 모바일(mobile) 형태로 활용할 수 있어, 각종 멀티미디어에 익숙한 오늘날의 젊은 학습 세대에게 "보다 친밀한(friendly)" 교과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e-교과서에 대한 이 조치는 오래 전부터 교육자료와 학습지도 방법을 연구해온 교사들이 제기해온 현장의 요구가 실현된 것으로, 전자교과서(e-교과서)에 대한 앞으로의 연구는 이처럼 개방적으로 이루어져야 보다 현실적이고 발전적일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할 수 있게 되었다.

 

 

2. 국·검정도서의 인정도서 전환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2009년 1월 21일, ‘2007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 고시(2008.8.28)의 내용을 수정고시하면서, 중등학교의 경우 전 교과목의 지도서와 일부 전문교과의 교과서를 인정화한 조치에 더하여 추가로 71책의 전문교과 국정 교과서를 인정도서로 전환했다.5

 

이번 방안에서는 여기에 더하여 2011년부터 국정도서 145종(특목고 및 전문계고)과 검정도서 39종(고교 과학, 음·미·체 등) 총 184종의 도서를 인정도서로 전환하면서 “국․검정 위주였던 우리 교과서 체제를 비로소 인정 중심의 교과서 체제로 전환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다.6 2007년의 ‘제7차 교육과정’에 의한 교과서에서는 국정이 56%(인정은 25%)의 비중을 차지했으나 2010년 ‘선진화 방안’에 따라 인정이 45%(국정은 39%)의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으므로 교과서의 수량 비중만 놓고 보면 ‘인정 중심의 교과서 체제’라는 표현이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초․중․고 보통교과의 경우에는 엄연한 국·검정 교과서 중심 체제이므로 우리 교과서 체제를 전체적으로 ‘인정 중심 체제’로 표현하는 데는 아직은 무리가 있을 것이다. 다만 교육과학기술부의 이 조치는, 우리나라의 교과서 제도가 엄격한 국가통제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는 획기적인 조치인 것은 분명하다.7

 

 

3. 교과서 검정 및 검정 교과서 관리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의 내용은 여섯 가지로 그 중에서 검정 교과서 출원 자격 완화와 검정 과정의 개선(개방형 재택 심사제 도입), 교과서 가격 안정을 위한 사전 심의, 교과서 선정 및 채택 과정의 공정성·투명성 제고를 위한 법률상 근거 규정 마련 등 네 가지가 검정 교과서에 관한 것이었고, 이러한 내용들은 통제의 용이성을 도모해왔던 규제의 완화와 교과서 출판 및 학교 현장의 자율성 확보에 따르는 새로운 규제 혹은 제한에 관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가. 검정출원자격 완화 및 개방형 검정심사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검정 교과서 출원 자격을 완화하여 현행 출판사(저작자) 외에 학회나 공공 기관에도 교과서 검정 출원을 허용하고, 종래의 폐쇄형 합숙 심사를 개방형 재택 심사로 전환하는 동시에 지금까지는 비공개였던 심사 결과 보고서도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는 교과서 편찬에 “역량 있는 기관의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보다 재미있고 다양한 교과서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 것이며,8 이른바 ‘개방형 검정심사’를 실시함으로써 “종전의 불투명한 검정심사과정의 폐쇄성으로 인해 검정 결과까지도 불신 당했던 검정 시스템을 개선하여 개방형 검정으로” 전환한 것이다.

 

검정 출원 자격의 완화는 검정 과정을 거쳐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합숙심사를 재택심사로 전환한 것은, 그 조치에 따르는 위험 요소가 산재하여 언제라도 문제점이 드러날 수 있는 조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인력풀 관리 업무를 강화함으로써 검정 심사에 기꺼이 참여하는 인력이 그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별도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당연한 듯 실시되는 재택심사가 우리나라에서는 왜 특별한 것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교과서 검정이 왜 지금까지 오랫동안 합숙심사로 이루어져왔는가에 대해 검정 참여 인력 전체가 당위성이나 배경을 인식함으로써 재택심사에 순조롭게 적응해가는 문화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나. 유효 기간 폐지

 

검정 합격 교과서의 유효 기간(5년) 폐지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교육 현장의 다양한 요구와 미래 사회에 대비할 ‘산지식’을 적시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실은 그보다 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의 교과서 검정은 아무리 훌륭한 교과서라 할지라도 새로운 검정이 실시될 때마다 다시 새롭게 집필해야 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 조치는 집필자나 출판사 모두에게 매우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결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 검정 및 검정교과서에 대한 몇 가지 제한

 

과목명이 동일한 경우 개별 출판사는 1종만(국어, 영어, 수학은 2종까지) 출원을 허용한 것은, 과열 출원 경쟁을 막고 교과서 전문 출판사 육성을 지향한 필수적 규제가 되었고, 2011년 검정 출원 교과서부터 사전에 가격을 심의하겠다는 것도 가격 자율화 정책에 따르는 필수적 조치이다. 교과서 채택 비리에 대해 과징금 3천만 원 이하 또는 5년간 검정 출원 제한 등 해당 출판사에 대한 엄격한 처벌 규정을 초․중등교육법에 명시하기로 한 것은, 교과서 정책 선진국의 사례를 원용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광범위한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선정·채택상의 과열 경쟁 예방을 위해 전시본 교과서 제공에 그치던 것을, 교과서 선정을 위한 다양한 참고자료 제공(교육감), 초․중학교에 채택 ‘권장목록’ 제시(교육장)를 의무화하는 등 교육청의 책무성 강화 방침은, 국·검정 교과서에 관해 국가수준에서 추진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 앞으로 그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Ⅲ. 교과서 선진화를 위한 제안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의 배경 설명에서 현행 교과서에 대해 “많은 지식이 요약·압축된 교과서”로 별도의 참고서 구입이 필요하여 학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는 교과서, “따분하고 재미없고 어려운 책”이라는 인식을 주어온 교과서, 그리고 국·검정 교과서 중심으로는 “미래의 창의적인 ‘산지식’을 적시에 반영하고 교육시키기에 적절하지 못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위에서 살펴본 교과서 선진화 방안의 실천을 통하여 현행 교과서 및 현행 교과서 제도가 지닌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이 방안이 비전으로 제시한 “창의적인 ‘산지식’을 제공하는 교과서, 학습자 친화적인 미래형 교과서 보급”이 실현 가능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의 실현을 위해, 그리고 이후의 보다 발전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1.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의 검토

 

 

‘초․중등교육법’과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으로써 국·검정 교과서 위주의 엄격한 국가 관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의 교과서 정책을 인정도서 중심 체제로 전환하려면, 즉 인정도서의 확대를 초·중·고 보통교과로까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확실하다면,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에서 ‘인정도서’의 정의와 ‘교과용도서의 선정’에 관한 조항을 적극적인 관점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규정에서 인정도서는 “국정도서·검정도서가 없는 경우 또는 이를 사용하기 곤란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사용하기 위하여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인정을 받은 교과용도서”로 정의하고 있고, “학교의 장은 국정도서가 있을 때에는 이를 사용하여야 하고, 국정도서가 없을 때에는 검정도서를 선정·사용하여야 한다. 다만, 국정도서·검정도서가 없는 경우 또는 이를 사용하기 곤란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한 것은, 인정도서의 위치를 국정도서·검정도서와 동일한 것으로 해석하는 규정이라고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며, 학교에서도 교과용도서의 비중을 국정도서→검정도서→인정도서의 순으로 인식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인정도서 확대의 목적 설정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은 국정과 검정 중심의 교과서 체제는 미래의 창의적인 ‘산지식’을 교과서에 적시 반영하고 교육시키는 데 부적절한 반면, 인정도서는 국·검정도서에 비해 “학습자 친화적이며 보다 유연한(flexible)" 도서로,9 “앞으로는 교사들이 자체 제작한 학습자료나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서적도 인정 절차만 거치면 교과서로 사용될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직접 교과서에 반영할 수 있어서 지식, 흥미, 창의력을 키워주는 수준별 맞춤수업이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이러한 관점은, 교과용도서 중 인정도서의 정의를 적극적인 개념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위의 관점과 합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제는 교과서의 목적이 ‘지식을 담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탐구적·창의적·미래지향적인 학습을 유도하고 수업 방법을 개선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자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10

 

그러므로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지금까지 추진한 바와 같이 고등학교(특목고 및 전문계고) 선택과목 국정도서부터 인정도서로 전환하는 방법 외에 초·중·고 보통교과의 국정도서 혹은 검정도서부터 인정도서로 전환하는 방법도 이야기할 수 있게 되며, 이 관점으로는 당연히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일대 혁신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또 현재와 같이 고등학교 전문교과목 교과서부터 인정도서로 바꾸는 관점만으로는 보통교과의 교과서를 인정도서로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교과용도서, 특히 인정도서에 대한 관점을 많이 바꾸어야 한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3·4학년 사회과) 지역교과서는 행정절차상 인정도서일 뿐, 실제로는 중앙정부의 국정도서 업무를 지역별로 분산 위임한 또 다른 형태의 국정도서(인정도서심의회 심의 없는 인정도서)에 지나지 않는다. 그 교과서를 보다 유연하게 개발·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시·도(또는 시·군)의 여러 기관·단체(교원 연구 단체 등)를 대상으로 한 개발계획 공모, 여러 종류의 인정도서 인정 및 각 학교의 선정·채택, 출판사·저자·학회·기관·단체 등을 대상으로 검정 형태의 심사제 도입 실시, 인정도서의 취지에 맞는 지역사회의 각종 도서 혹은 학습자료의 수집 및 인정 목록 작성·제시 등 얼마든지 있다.

 

교과서 혹은 학습자료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은 매우 한정적이고 통제적이다. 통제·규제 완화 중심의 인정도서 확대를 넘어 현장 혁신 중심의 인정도서 확대를 지향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3. 디지털 교과서 연구 결과 공개

 

 

1990년대 중반부터 오랫동안 디지털 교과서 개발 연구를 선도해온 학자들은, 디지털 교과서에 대해 “단순히 서책형 교과서를 디지털화 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에 필요한 인쇄 및 멀티미디어 자료, 참고서와 문제집, 사전류 등과 각종 평가, 학습관리, 저작도구 등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한다.11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이번에 서책형 교과서의 내용이 담긴 e-교과서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러한 e-교과서의 공급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디지털 교과서는 우리의 획일적․지식전수적(知識傳授的) 교수․학습에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개발되어, 장기적으로는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교사가 설명하고 학생들은 그 강의를 듣는 혹은 교사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 일제히 학습활동을 전개하는 현재의 교수․학습 체제를 탈피하고 학생들이 자신이 학습할 시간, 장소, 내용 등을 결정하는 개방적 체제로 변화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명심할 것이 있다. 빌 게이츠(1996)는 이미 오래 전부터 “멀티미디어 문서는 지금의 교과서, 영화, 시험, 그 밖의 교육자료가 맡고 있는 역할들을 일부 떠맡을 것이며 정보기술은 어디까지나 보조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왔고,12 인공지능 전문가 로저 샨크(2001)는 “동네에서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나눠줄 정보를 갖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은 앉아서 그 정보를 암기해야 한다는 개념에 바탕을 둔 학교라는 낡은 개념은 새로운 지식 습득 개념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했다.13 또 그러한 학자들 중에는 학교와 교과서는 곧 없어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학자들도 있다. 오랜 기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교육과학기술부가 교과서 내용이 그대로 담긴 e-교과서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게 된 배경이나 다양한 분야의 연구결과를 반영하려면 디지털 교과서 연구 과정과 연구 결과 및 실험 적용 과정 등은 보다 개방적일 필요가 있다.

 

덧붙이면,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연전에 교과서 대여제를 실시하겠다는 발표를 한 적이 있으나 이번의 선진화 방안에는 그 발표의 추진에 관한 내용을 찾을 수가 없었다. 보다 생산적이고 지속적인 정책 수립을 위한 ‘교과서제도개선위원회’(가칭)를 구성·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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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 2010. 1. 12, '2010년 교과서 선진화 방안'.

2.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위원회 제4차 대통령보고서(1996. 8. 20),「세계화·정보화시대를 주도하는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Ⅲ)」40~41쪽.

3. 1997년에는 한국교과서연구재단의 세 가지 정책연구 중 한 가지가 바로 곽병선(1997. 12),「전자교과서 개발방안 연구(Ⅰ)」였다(김만곤, 2008. 12,「한국교과서연구재단 운영개선방안에 관한 연구」(한국교과서연구재단 연구보고서 2008-01), 부록 4 참조).

4. 교육인적자원부,「디지털 교과서 상용화(常用化) 개발 본격 착수」(2007. 3. 7. 보도자료).

5.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정하는 교과목의 인정도서’는 시․도교육청 인정도서심의회 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교과용도서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학교의 경우 국어, 도덕, 사회, 특별활동 지도서 등은 ‘교육청 심의 인정도서’이나 교육청 주관으로 개발하는 도서는 인정도서심의회 심의를 생략할 수 있다고 하고, 고등학교 보통교과 중의 교양과목 교과서 및 국어, 도덕, 사회, 역사, 특별활동 지도서도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2009.1.21.,교육과학기술부장관,「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 수정 고시」및 설명자료 참조).

6. 교육과학기술부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2007년의 제7차 교육과정에 의한 교과서는 국정 56%, 검정 19%, 인정 25%이던 것이 2010년의 ‘교과서 선진화방안’에 따라 국정39%, 검정 16%, 인정 45%로 그 비중이 변하게 되었다고 했다.

7. 우리나라 교과서의 법률상의 위상과 기능, 교과서가 교육현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교육의 다른 어떤 요소보다 막강하게 작용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 중에서 ‘교과용도서의 선정’에 관한 다음과 같은 규정(제3조 제1항)이 잘 보여주고 있다. '학교의 장은 국정도서가 있을 때에는 이를 사용하여야 하고, 국정도서가 없을 때에는 검정도서를 선정․사용하여야 한다. 다만, 국정도서․검정도서가 없을 경우 또는 이를 사용하기 곤란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제16조(인정도서의 인정)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받은 인정도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규정의 의미가 포함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교과서는 국정도서와 검정도서, 인정도서로 나누어지며, 학교(교사)에서는 그러한 교과서를 필수적으로 극정교과서→검정교과서→인정교과서의 순으로 사용해야 한다.

8.외부 기관에 대한 검정 출원 자격 부여는, 그동안 국정 교과서 공동 개발이나 인정 교과서 개발 실적을 인정한 것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는 고등학교 ‘경제’(2008년 적용),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는 ‘과학’(2010년 적용) 교과서를 개발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교육과학기술부와 공동으로 초등학교 음악·미술 교과서(2010년 적용)를 개발했다(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 참조).

9.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인정도서가 학습자 친화적이고 보다 유연한(flexible)한 반면, 비교적 간편한 심사와 채택 절차 등으로 인해 교과서로서의 질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있기 때문에 전문 학술기관 등을 과목별 인정도서 감수기관으로 지정·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 참조).

10. 교과서의 목적이 단순히 ‘지식을 담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탈피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식이 요약·압축된 교과서' '(교과서에) 미래의 창의적인 ‘산지식’을 적시에 반영하고 교육시키기 위해서는'이라는 설명을 보면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아직은 교과서의 기능에 대한 정의를 확립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11. 손병길(2009),「디지털 교과서의 이론적 기저」한국교과서연구재단,『교과서연구』제56호.

12. 빌 게이츠,이규행 감역(1996),『미래로 가는 길』(도서출판 삼성),P.284.

13. 로저 샨크,「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존 브록만 엮음·이한음 옮김,『앞으로 50년』(생각의나무, 2002), 2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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