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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가치경영 Ⅱ

by 답설재 2010. 7. 23.

 

 

 

가치경영 Ⅱ

 

 

 

  2007년 5월 18일, 경기신문이라는 지방지에 「교육과정 재량권 확대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시론에서 이런 이야기를 쓴 적이 있습니다.

 

  “이미 고착된 듯한 인상을 주는 부분에서 정책수립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그 예가 학년별·교과별 ‘연간최소이수시간’이라는 기준을 없애거나 낮추는 방안이다. ‘연간최소이수시간’이란 전국의 어느 학교에서나 특정 교과목에 대해 연간 몇 시간을 가르쳐야 한다는 기준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는 제대로 가르치거나말거나, 제대로 배우거나말거나 일정 시간만 채우면 만족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이후에 교육부에서는 교과별 이수시간 기준의 20% 내에서 증감 운영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영·수·국을 증배하고 다른 과목을 줄일 것을 걱정하기도 하고, '학교에서 과연 어떤 방법으로 증감할까?' '그렇게 할 줄이나 알까?' 별별 걱정을 한 교육청에서 여러 가지 예상되는 방안을 마련해서 학교에 알렸습니다.

 

  우리 교육행정은 이렇습니다. 말은 자율이니 책임경영이니 하지만 별로 그렇게 할 것이 없고, 다만 사고가 나거나 하면 책임지면 되는 형태일 뿐입니다.

 

  "국가(정부)에서는 교육의 목표와 평가 영역만 관리하겠다. 평가를 통해서 목표 달성을 얼마만큼 했는지 알아보기로 하고 내용이나 방법은 교장이 다 책임지고 해도 좋다!"

  만약 이렇게 되면 어떻겠습니까. 그게 자율 아닐까요?

 

  그렇다고 정부에서는 아무것도 챙기지 않는다면 그건 말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평가에 대해 "그렇게 못하겠다!"는 측은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지 제가 다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만약 그 정도의 자율권을 주면서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는지 그것만은 알아보겠다고 하면 그것조차 그렇게 못하겠다고 나서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이렇게 목표를 관리하는 정책(행정)을 '가치경영' '본질경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 경영에 비해 목표는 물론이고 내용, 방법, 평가, 지원 등 온갖 것을 다 정부가 관리하는 방법은, 참으로 복잡하고 학교교육 초기(가령 1940년대부터 어느 시기까지)에 알맞은 방법이 아닐까, 그렇게 여기고 있습니다.

 

  한가지 예를 들면, 교육내용이 들어 있는 교과서를 국가가 직접 다 관리하면 그게 국정 교과서이고, 민간이 만든 교과서를 정부에서 심사해서 사용하게 하면 그게 검정·인정 교과서가 아니겠습니까?

  국·검·인정 교과서고 뭐고 정부에서는 그런 것은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자유발행제'로 오늘날 영국, 스웨덴, 덴마크(전체적으로 적용)와 뉴질랜드, 스위스, 프랑스(일부)가 그런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책임경영'을 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런 경영이 바로 제가 지어낸 용어로 치면 '가치경영'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