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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대단한 남아공 교육

by 답설재 2010. 8. 16.

도대체 우리는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교육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9월초에 나올, 계간지 『교과서연구』 제61호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교육제도가 소개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스티지교육원장(최원석)이 쓴 원고에 의하면, 그 나라의 전통적 인종차별은 교육에도 존재한답니다. 만델라 이후 변화하고 있고 교육의 중요성도 한국에 못지않게 인식되고 있지만, 명문 사립으로부터 공적 인프라가 낙후된 지역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학교가 있어 학생들이 누리는 혜택의 수준도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답니다.

 

그러나 원고 뒷부분에서 PRETORIA의 CRAWFORD라는 학교에 유학하고 있는 우리나라 학생 한 명, 현지 교사 한 명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적어도 그 나라의 교육은 우리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정상적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조금만 보겠습니다.

 

○ 남아공 학교는 한국의 학교와 어떻게 다른가?

● 매년 100명쯤 입학하고 한 반 학생은 20명 정도다. G8~9 때는 모두 같은 강의실로 이동하지만, 개인별로 과목을 선택하게 되는 G10부터 G12까지는 아침에 출석 체크 후 개별 클래스로 이동하기 때문에 한 반이라는 개념 자체가 한국과 다르다. 분위기도 많이 다르다. 한국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부에만 치중하고 언제부턴가 고등학교에서 체육, 음악, 미술을 배제하다시피 하는 반면, 이곳에서는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수업을 하고 방과 후에는 음악, 스포츠 등 여러 가지 클럽활동이 활성화되어 있다.

 

○ 한국과 수업방식을 비교하면?

● 많이 다르다. 한국은 선생님이 칠판에 적으면 학생이 따라 적어가면서 암기하거나 선생님이 시험에 나올 만한 중요한 부분을 짚어주는 식의 수업을 진행한다면, 이곳에서는 토론 형식의 수업을 주로 한다. 예를 들어 영어 수업에서는 소설 한 편을 읽고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역사 수업 역시 하나의 사건이나 그 배경 사진을 가지고 학생과 교사 간에 의견을 나누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시험문제도 객관식을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서술형이 주를 이루며 한두 페이지 분량의 에세이로 마무리하는 형식이다. 수학의 경우에도 객관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식을 보기 위함으로 설령 답이 틀렸다 하더라도 식의 과정에서 점수를 얻을 수 있다. 

 

○ 교과서는 어떻게 사용하는가?

● 이 곳에도 교과서는 있다. 그러나 많은 선생님들은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프린트물을 나누어주고 그것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그 내용은 교과서 내용과 교사 개인이 준비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영어의 경우 타임지 기사를 가지고 토론하기도 한다. 따라서 교과서에 없는 내용이 시험에 나올 수도 있다.

 

○ 남아공의 교육방법을 한국과 비교 평가한다면?

● 한국이 학생들에게 주는 정보의 양은 훨씬 많다고 본다. 문제는 그 학생들이 그 정보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시험을 목적으로 하는 공부는 시험을 마치면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학교,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지식을 얻기 이전에 학생들의 인성에 관해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 홈페이지 메인 화면 일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결코 '대단한' 나라가 아닙니다.

다만 교육을 하는 방법, 특히 교과서를 활용하는 방법은 우리가 흔히 교육적으로 '대단한' 나라로 치는 나라들과 비슷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대단한 나라인가 아닌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거듭 말하거니와 우리는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하지 않고 있을 듯한 방법의 이러한 교육을 하고 있는지, 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기초·기본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입니까?

무슨 기초·기본 교육을 그렇게 철저히 합니까?

기초·기본 교육은 철저히 할수록 좋은 것입니까?

그럼 다른 나라는 그렇게 하지 않아서 큰일났습니까?

 

이 문제를 가지고 평생을 투쟁해왔지만, 이제 나에게는 창도 방패도 없습니다. 이런 신세가 되어 걱정만 하고 있습니다.